오래된산행기

화악산(2002.02.16)

조진대 2021. 5. 3. 10:47

화악산 (2002.2.16)

 

경기도 第一峰 "화악산",

다른 산은 많이 가봤지만 경기도에서 제일 높다는 이산엘 왜 아직도 안 갔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 그래서 오늘은 作心을 했다. 5시 일어나서 아침을 죽으로 간단히 먹고 6시집을 나서 내부순환도로-북부간선도로, 그리고 도농으로 나와서 검문소3거리를 거쳐 京春국도를 탔다. 여기서 촌놈 짓을 한게, 북부간선도로에서 그대로 직진하면 경춘국도로 연결 되는 것을...

 

청평을 지나 가평으로 들어가서 363번국도를 타고 명지산 입구 익근리를 지나 4Km, 관청리에서 동네할머니에게 물어봤다. 등산로가 어디지요 ? "길 건너로 들어가는데, 동네 사람들이 못 들어가게 해요. 식수를 오염 시킬까 봐, 이장에게 막 항의해요 막지 않는다고..." 겁나는 소리를 한다.

 

7:53 "관청교"직전에 주차를 하고 다리를 건너 동네로 들어갔다. 사람은 보이질 않고 개들이 이집 저집에서 요란스레 짖으며 손님을 맞는다. 원각사를 우측에 보며 개울을 따라 가니 큼지막한 철문을 해 걸어 잠그고는 출입금지를 시켰다. 우측으로 빠져나갈 틈은 있는데 토종 벌통을 놓아 혹시 벌에 쐬이는게 아닌가 겁도 나고...

 

문 밑으론 개나 드나들 정도로 틈이 있었으나 체면상 그리할 수는 없고, 개울 우측, 마지막 민가가 끝나는 데서 산길이 보여 그리로 올라갔다. 경운기가 다닐 정도의 꽤 넓은 길이지만 작은 잡목이 난걸 보면 다니지는 않고 사람만 좀 다닌 듯 했다. 이거 개울을 건너 왼쪽으로 가라고 했는데, 하고 간간히 나타나는 사람이 다녔음직한 왼쪽의 소로를 따라가 보지만 이내 없어지곤 해서 할 수 없이 넓은 길을 갈 수밖에...

 

한참을 오르니 빛 바랜 산악회 꼬리표 하나 보여, "! 이리가도 길이 있나보다" "아마 하산 길이겠지" "그럼 코스를 거꾸로 돌까" 하고 계속 간다. 잣나무 숲이 나오고 두릅나무가 눈에 띠기 시작한다. 풀섶에서 새가 푸르륵 날아 깜짝 놀라게 하고, 길에는 무수히 많은 또끼똥이 깔려있다.

 

"! 너무도 사람 때가 안 탓구나" 길이 패일 정도로 인파가 끊이지 않는 명지산과 비교하면 정말 깨끗이 남아있는 산이다. 출발지 관청리가 발아래 내려다 보이고 건너편엔 하얀 눈을 깔고 있는 명지산 자락이 보인다. 점점 두릎나무가 많아진다. 길은 꼬불꼬불, 그래도 따라가 보니 수천평은 됨직한데 두릅나무로 꽉 찻다.

 

마누라는 이 대목에서 "두릅철에 꼭 와야지" 작심이 대단하다. 그런데 야단났다. 길이 없어지고, 눈 위에 난 발자국도 어디로 갔는지 안 보인다. 위쪽으로 더듬어 간다, 길도 없는 경사면을, 너무도 가팔라서 자꾸만 미끄러 떨어진다.

 

능선으로 올라 채니 낙엽 위에 희미한 길 흔적이 나타난다. 다시 잣 나무숲 그리고 가파른 경사. 또 길은 없어지고 그러나 눈 위에 발자국도 우리처럼 경사면을 헤메고 있다. "우리만 이러는게 아니구나" 동료가 있어서 조금 안심이 된다. 비록 몇 주전 지난 자국이지만...나무를 잡고 겨우 능선에 오른다.

 

바람이 점점 차갑게 불어온다. 길은 흔적을 따라 우릴 안내하고...거대한 참나무 쓰러진 몸에 하얀 버섯을 깔아 마지막 치장을 했다. 70도의 경사 길, 너무나 미끄러워 4발로 긴다. 반갑게 꼬리표가 나타난다. 잠실에서 온 "우리산악회", 봉우리에 오르면 또 앞에 높은 봉우리가 보이고, 그곳을 오르면 또 보이고, 그렇게 해서 주 능선의 마지막 봉우리 밑 아늑한 곳에 앉아 볶은쌀과 더운 커피를 마신다.

 

10:22 애기봉 주능선에 올랐다.

애기봉은 우측으로 20m 가야되지만 편의상 여기를 애기봉이라 한다. 능선엔 눈으로 두텁게 덮이고,  산넘어 중봉리는 구름 속에 깊숙이 빠져들어 있다. 봉우리가 하나 나오고, 아늑한 경사 길에 초록의 새싹하나 살포시 머리를 내밀었다. "벌써 봄이 오는가 ?" 능선 나무들은 누가 경기 제일봉이 아니랄까 봐 바람소리를 더욱 무섭게 낸다. 암릉을 요리조리 피해 길이 나있고 드디어 밧줄하나 (이것밖에 못봤다) 경사 길에 매달려 안전산행을 도와준다.

 

봉우리에 올라보니 밋밋한 중봉은 아득히 멀리 보이고 그 옆 화악산 정상엔 군 시설물이 삐죽삐죽 서있는 게 보인다. 발자국은 누가 만들어 놓은지 모를 눈 구덩이로 빠져들고, 그 콤파스에 맞추어 발을 옮기니 마누라 가랭이 찢어질라...왼편으로 내려가는 길이하나 있어 꼬리표가 나부낀다. 그리 가면 관청리가 나올께다. 우측으론 중봉리로 가는 하산길이 있을 텐데 눈 위에 내려간 자국은 없다. 앞에 또 봉우리다. 바람을 등지고 바지가랭이 적시지 않도록 소피를 본다. "관청리 사람들 이 오줌 마시고 몸 건강해지소" 기도하면서...

 

11:25 1,142m봉이다. 이제 부턴 찬바람에 그대로 노출되어 찬바람은 모자를 뚫고 머리에 와 닿고 얼굴이 시려오고, 잠간 장갑을 벗었는데도 손가락이 곱아온다. 완만한 오름길은 오래 동안 계속되고, 배가 고파오니 뭐라도 먹어야겠다. 다시 볶은쌀을 한웅큼 입에 털어 넣어 바드득 바드득 씹고는 더운물을 마신다. 릿지를 타는양 암릉이 나온다. 바위에, 나무에 매달리니 두주전 금 갔다는 갈비뼈가 통증을 호소한다. 다시 긴 오름 그리고 평지 같은 봉우리, 중봉인가 했더니 길은 계속 북쪽으로 오란다.

 

몇 십미터 더가니 철조망이 나오고 군 안테나가 거대한 UFO의 한 부분인 양 위압을 준다. 철조망 1m넘어 조그만 돌 표지가 박혀있고 "중봉 1,420m"라고 새겨있다 (GPS1,440m). 거기서 사진을 박는다. 주변은 철죽, 자작나무, 구상나무가 둘러쳐저 있고...길 건너 서쪽 명지산은 구름에 가렸고, 동쪽 응봉(1,436m)은 산 위까지 군사도로가 난 것이 구름 속에 희미하게 보인다. 남쪽으론 우리가 행군해온 애기봉과 그 뒤로 수덕산이 희미하게 보이고...바람을 막아주는 아늑한 곳에서 잠시 휴대용 술통을 입에 대고 정상주를 벌컥댄다.

 

그리고 하산을, 그런데 사람 하나가 올라온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 너무 반가워 말을 부친다. "동네사람에게 사정하여 철문 밑으로 들어 왔어요", 왜 우린 그렇게 하지 못했지 ? 마누라와 난 서로 쳐다보며 어이없어 했다. 덕분에 화악산 일주를 했지만....

 

13:05 눈이 조금씩 내린다, 갈빗대 통증은 더해오고...다시 사람 하나 더, 그도 앞사람 처럼 그렇게 왔단다. "하산길 매우 미끄러우니 조심하세요" 주의를 받으며 헤어진다. 한참을 내려오니 봉우리 끝에서 길은 두 갈래로 갈라진다. 우측은 능선으로 계속 가는 길이고 왼쪽은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왼쪽은 눈은 녹아 없지만 미끄러운 급경사 내리막이다. 잡목을 절단하여 잣나무 숲을 조성하고 있다, 그리고 나타나는 조그만 계곡, 한참을 내려와서 14:07 주 계곡과 합류한다.

 

여기저기 다래나무가 지천이고, 오른쪽 아래로는 까마득히 계곡물소리가 들려온다. 지루하리 만큼 계곡을 끼고 그렇게 내려와서 다시 조그만 계곡을 건너고...넓은 계곡(큰골이라 부른다) 건너편 산 위로부터 하얀 플라스틱 파이프가 절간 전깃줄처럼 늘어져 있다. 난 전깃줄 (직업상) 이라 했고, 마누라는 수도관이라 하고... 숲 속에서 사람 하나 곰 새끼 나오듯 나타나는데, 손에는 비닐봉지와 나무 뚫는 드릴...고로쇠 채취작업을 한단다. 내려오면서 보니 큼지막한 나무는 비닐주머니를 하나씩 차고 있다.

 

왼쪽에 넓은 길(군사용?)과 만나고 다시 한참을 가서 왼쪽의 등산로와 만난다(능선 중간에서 하산하는 길이다). 고로쇠 채취 인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는 그 플라스틱 파이프가 수도관이 아니고 고로쇠 채취후 운송용 파이프란걸 알았다. 18리터 한 통을 주문하고...부부등산객이 올라오며 애기봉에서 부터 일주 했다 하니 놀란다.

 

14:55 아침의 그 철문이다. 철조망 옆을 지나면서 바지가 걸려, 아까운 바지가 찢어졌다, 정말 아까운 바지가...내려오며 다시 보니 온 동네가 두릅나무로 들어차 있다. 두릅철엔 꼭 마누라를 한번 더 보내야겠다. (나중에 아는 사람 통해 알아본 결과 두릅 철엔 사람이 하루 종일 지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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