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산행기

태백산(2002.01.26)

조진대 2021. 5. 3. 10:43

태백산 (1,560.6m) (2002.1.26)

 

지난주 소백산에 이어 이번 겨울이 가기 전 유명한 설경은 모두 보겠다고 태백산행을 하기로 한다. 인터넷으로 몇 군데 토요산행을 하는 안내산악회를 뒤져본 후 구의 산악회와 가기로 한다.

 

안내산악회는 70년대 산행에 한참 재미 들렸을 무렵 한 이후로 처음이다. 그땐 오진관광을 주로 이용했었는데...그때 가이드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자기들끼리 늘어놓던 그들의 희망이 생각난다. 안내산악회를 떠나 솔로로 가고 싶은 곳을 가고 싶다는...난 그들의 말대로 그리 되었는데, 그들은 지금 어찌 되었을까 ?

 

07:50 동대문역 9번 출구에서 바로 버스로 가서 널널 하게 많은 자리 중 맘에 드는 자리를 골라 앉았다. 7:08 예정 보단 8분 늦게 출발한다. 그 정도는 양해해 주어야 한다. 양재 서초구민회관 앞에서 강남 사람들을 기다린다. 예정보다 오랜 시간을 지루한 감이 들도록 기다린다. 모두 20여명 조금 넘을 인원을 태우고 출발하여, 가남 휴게소에서 20분간 쉰다. 휴게소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중앙고속도로 제천IC로 나가서 31번 국도를 타고 간다. 태백산을 가까이 갈수록 밖엔 싸리눈이 내리고 있다.

 

눈 오는 산길을 걷는다는 것은 또 다른 낭만이기에 오늘산행 참 잘 잡았다고 생각을 했고, 모두들 신이나 있었다.

11:10 화방재 조그만 매점 앞에 차를 세우고는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을 따라 눈길을 걸으며 산행을 출발한다. 작년에 왔을 때는 커다란 주차장이 있는 유일사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내고 시작 했었는데, 안내산악회의 경비를 줄일려고 이 길을 택했나 보다.

 

가파른 오름을 올라 "사갈치", 1174봉을 지나 선두에 서서 갔다. 일행은 점점 우리와 멀어지고 우린 쉬지 않고 눈 속을 걸어 봉을 하나 내려가니 유일사가 내려다보이는 케불카(화물용) 자리이다.

 

여기서부터 본격 산행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어떤 사람들은 의자 붙은 눈썰매를 빌려서 등에 지고 오른다. 망경사-반재사이 눈썰매 코스를 타고 내려갈 심산이다. 오르는 도중 큼직막 하게 자란 주목들이 가지에 하얀 눈을 얹고 고고하게 서있다.

 

상고대가 얼음으로 변했고 눈이 녹아 흐르면서 낮은 기온으로 얼어 가지 끝에 모아지니 주목은 가지 끝에 얼음 열매를 열리게 되고 그 위에 새로 내리는 눈이 고물처럼 얹힌 형상이다. 주변은 철죽 나무들이 외워 싸고 있는데, 철죽이 피면 멋있다고 그때 다시 오자고 마음속으로 다짐을 한다. 싸리눈은 끊이지 않고 내린다.

 

유일사로 부터 한시간여를 쉬지 않고 오르자 기온은 점점 내려가고 바람도 슬슬 불어 땀으로 젖은 몸이지만 추위를 느끼기 시작한다. 겨울용 파커를 꺼내 입었다. 파커의 모자를 방한모자위에 덧 씨운다. 세차지는 눈바람 속을 걸어가니 태백산에서 제일 높은 장군봉(1,566m)이다. 돌을 쌓아 제단같이 만들어 놓았다.

 

이를 지나 내려가는 듯이 조금 더 가서 천제단(1,560m)에 도달하였다 (13:10) 여기에도 돌로 쌓은 제단이 있는데 "한배검"이라 빨간 글씨를 새겨 놓았다. 제단 안으로 들어가니 바람은 돌담으로 가려져 좀 잔잔해 졌다. 내가 애용하는 주석잔에 휴대용 술병에서 매실주를 딸아 제단에 올려놓고 3배를 하였다.

 

"태백산" 돌비석 앞에서 사진을 박고는 세찬 바람과 추위를 피해 문수봉 방향으로 간다. 다른 사람들은 망경사 방향으로 갈 것이나 언제 이곳에 도달할지 모르고, 바람이 너무 세고 추워 기다릴 수가 없을 것 같다. 완만한 내리막을 오니 다시 돌 제단이 있고 젊은이들이 각진 모서리 사이에 몸을 웅크리고 바람 속에서도 버너를 피어 라면을 끓이고 있었다. "뜨거운 국물 좀 얻어 마실 수 있어요 ?" 물으니 "아직 끓지를 않는데요".

 

산악회 대장에게 전화가 안되어 서울 사무실로 알린다. 선두에서 뒤에 오는 사람을 기다릴 수 없어 문수봉으로 간다고...눈 쌓인 완만한 길을 귤을 까며, 더운물을 마시며, 소피를 보면서 여유 있게 걷는다. 문수봉 방향에서 오는 사람들이 이따금 있으나, 바람이 심하게 부는 언덕은 사람의 발자국이 지워진 새로운 길이 된다.

 

"고라니", "멧돼지"가 있다는 그림간판을 보면서 한 떼의 젊은이들이 흥분한다. 자기들이 까만 움직이는 물체를 봤는데, 멧돼지 같다고...나도 덩달아 멧돼지를 보게 되는가 하고 기분이 들뜬다.

 

14:15 나무숲사이 마지막 오름을 올라, 큼지막한 바위 돌이 널 부러진 문수봉(1,517m)에 닿았다. 도봉 4야영장 가는 길의 큰 돌탑 같은 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박는다. 이를 가로질러 당골로 가는 방향을 잡고 내리막을 하산한다. 비닐 코팅된 두툼한 종이 2장을 맞대어 만든 일회용 눈썰매를 꺼내어 타고 적설량이 많은 험하지 않는 경사 길을 타고 내려온다. 이럴 땐 동심으로 돌아간다. 두 다리를 쭉 뻣쳐 발 뒷꿈치로 눈을 긁으며 속도 조절을 하면서...올라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

 

중간 아무데나 자리를 잡고 눈을 맞으며 오뎅과 떡복기로 점심을 한다. 한참을 완만한 눈길을 걸어내려 올수록 당골 눈 축제에서 떠드는 확성기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멀리 운동회장 오색깃발 날리듯 하는 축제장이 보인다. 단군성전을 보려 했으나, 반재에서 오는 길에 있다는 걸 몰랐다.

 

얼음조각 동상들을 둘러보고 석탄박물관을 지나 매점에서 막걸리 한 병을 마신다. 눈바람이 들이치지만 술맛은 좋다. 주차장에 대기중인 버스에 오니 15:30, 마감시간 16:40을 한시간이나 남겨두고 일찍 도착했다.

 

17:00 당골을 떠나 화방재를 넘어 제천 그리고 중앙고속도로, 문막에서 42번 국도를 타고 곤지암, 성남, 구룡 턴널을 지나 양재로 그리고 동대문에 오니 22:10. 오늘 눈길산행 한번 끝내주게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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