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산행기

치악산 종주(2002.02.09)

조진대 2021. 5. 3. 10:46

치악산 종주(2002.2.9)

 

오랫동안 생각해 오던 치악산 종주를 결행 하던날, 8일 저녁을 먹은후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은 후 9일 오전2:30에 일어났다. 세수를 하고 집을 나선게 3. 88도로-중부-영동-중앙고속도로를 타고 남원주IC에서 내려 원주로 향하다 5번 국도에서 우회전 하여 새벽 원주시내를 거쳐 금대계곡 입구에서 좌회전해 들어간다. 도로표지판에 "금대계곡"을 반복해서 알려 주므로 쉽게 입구로 들어설 수 있었다.

 

다리를 건너 중앙선 똬리굴 직전 철도 밑을 지나2-3Km들어가니 매표소와 소형차 주차장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등산로가 시작되지만 하산 후 그곳까지 걸어올 생각과 입장료 5,200원을 지불할 생각을 하니 엄두가 않나 차를 돌려 대형차 주차장까지 도로 내려온다. 횡 하니 비어있는 공간에 홀로 차를 세우고 전날 싸둔 보온도시락을 하나 열어 마누라와 둘이 나누어 먹는데, 생체리듬은 아직 잠들어 있어야 할 시각이라 밥맛이 있을리 없다. 어거지로 두어가지 부식과 함께 쑤셔 넣은 후 더운물을 마시고는 산행을 출발한다(5:35).

 

길이 넓으니 후래쉬를 비출 필요가 없고, 500m 걸으니 소쩍새 마을이 나온다. 주변엔 민박이 있으나 손님이 없을 꺼고 "금대여관"이 그래도 큰 숙박시설이지만 세워놓은 차 하나 안 보이니 텅 비어 있는게 틀림없겠다. 소쩍새 마을은 좋지 않은 일로 신문에도 났던 학교같이 생긴 집단 수용시설이다. 담을 이쁘게 세우고 그 안에 운동장, 숙소등이 갖추어져 있다.

 

이곳을 지나 또 500m 가니 아까 주차 하려던 매표소이다. 길은 아직 차가 다닐 수 있는 세멘트 포장길인데, 눈이 온건지 서리가 내린건지 어둠 속에서도 길은 미끌미끌, 후래쉬를 꺼내 비춘다. 계곡을 따라 점점 눈이 깔려 다져진 미끄러운 길이 된다.

 

2.5Km정도 올라 왔을 때 왼쪽 위에 불빛이 비추고 영원사가 나온다. 개는 왜 그리 짖어 대는지 이미 깨어 새벽 불공드릴 중들이지만 지나기가 민망스럽다. 길은 절 아래로도 절을 지나서도 나있지만 절 아래로 지나치는 길을 따른다. 억지로 먹은 아침이 소화가 안 되는지 뱃속이 편치 못하다. 속에서 "욱욱"거리고 트림도 나고, 빠른 걸음으로 구토증도 나고...

 

이제부터 길은 좁아지고 산행이 시작되니 속도를 늦추어 가야겠다. 계속해서 계곡을 타는데, 눈이 깔리고 다져진 위에 또 얇은 눈이 쌓이니 대단히 미끄럽다. 철 계단과 밧줄이 가끔씩 나타난다. 모퉁이를 돌아 계곡이 끝나려니 하면 또 이어지는 계곡, 그렇게 반복을 하니 날은 점점 훤해지고 이젠 길이 또렷이 보인다.

 

서로 다른 몇 종류의 짐승 발자국은 길을 따라 가다가 옆으로 갈라지고, 큼지막한 고라니 임직한 발자국은 능선으로 올라챈다. 달려간 듯한 청설모 발자국은 3발씩 모아져 있고, 살짝 내린 눈 위엔 나와 마누라 발자국만 새로이 찍혀진다. 둘 다 말이 없다, 힘든 숨을 할딱거리지 않으려고, 10시간 이상 걸을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서서히 발걸음 속도를 조절하며 오른다.

 

상당히 가파른 급경사 계곡을 오르니 8:18 능선이 나오는데 안내판에 우측은 상원사, 왼쪽은 비로봉을 가르킨다. 지도에 나와있는 길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이곳에서 오늘 종주중 가장 높은 치악산 정상 비로봉까지 10.4Km란다.

비스듬한 경사길을 더 오르는 동안 우측 상원사로 내려감을 알리는 표지판을 두세개 더 본 것 같다.

 

8:35 드디어 남대봉 (1,181m)에 올랐다. 좀더 일찍 출발했더라면 이곳에서 日出을 볼텐데, 해는 이미 중천에 떠있다. 북쪽 하늘 끝에 오늘 최종 고봉인 비로봉이 아스라이 보인다. 우측 동북방향으로는 얼마전 올랐던 백덕산이 희미하게 두봉으로 보이고... 눈은 수북히 쌓였고 그 위에 등산꾼들이 만들어놓은 미끄러운 길이 나있다.

 

고만고만한 산봉우리들을 넘으며 피하며 내려갔다 올라갔다, 줄을 잡고 나무를 잡고...前週 계방산에서 미끄러져 갈비에 금이간 난 이젠 다 낳았다고 아픈척을 하지 않고 나무를 이리저리 잡고 몸을 가누니 여간 불편한게 아니고, 또 미끄러질 두려움에 다리가 후들거리는데, 마누라는 깡충대는 토끼새끼 마냥 저만치 내달려 간다.

 

등산화에서도 차이가 난다. 난 금강제화인데 마누라는 K2, 밑창에 패인 골의 깊이가 다르니 미끄러움도 차이가 많이 난다. 조심조심 했지만 결국은 미끄러저 내리 떨어지면서 왼쪽 허벅지로 나무를 때렸다. "어이구" 소리가 나고 이거 오늘은 다리가 부러지는가 싶었는데, 다행이 걸을만 하다.

 

십 수년 안 매던 아이젠을 맷다. "왜 진작 안 했나" 내 자신을 학대한 것 같은 자책감이 들고 걷는게 안전함을 느낀다. 길의 고도는 심하게 변하지 않으나 점점 내려가서 남대봉을 출발후 1시간 40분을 오니 커다란 헬기장이 나오는데, 여기가 "치악평전" 이다 (10:15).

 

아직도 멀리만 보이는 비로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초코렛도 먹고 오징어도 씹었지만 울렁거리는 속 때문에 물외에는 먹히질 않는다. 마누라가 영하의 온도에 딱딱하게 굳어버린 인절미를 꺼내 입에 넣어 주지만 입안에서만 맴돌 뿐 넘어가질 않는다. 어제 저넉 산 말랑말랑하던 빵도 딱딱하게 굳어 씹다가 도로 뱉었다. 도저히 목을 넘어가질 안는다.

 

헬기장에서 경사를 오르니 향로봉 (1,042m)(10:26)이다. 여기서 비로봉은 5.9Km남았단다. 내리막길을 내려가는데 인기척이 들린다. 얼마나 반가운가, 3명의 등산객이다. "반갑습니다, 어디서 오시는 길 입니까 ?" "국향사에서 옵니다" "어디로 내려가십니까 ?" 그들은 향로봉을 올랐다가 국향사로 하산을 한단다. 그들을 보내고 좀더 가니 잘룩한 고개 마루인데 "곧은치"란다. 왼쪽은 신월랑, 우측은 부곡리-남대봉에서 부터 줄곳 내려다 보이는 동네-로 이어지는 길 중간에 있는 고개 마루이다.

 

안내판을 보고 있는데 인기척이 난다. 양지바른 숲속에 아이젠을 맨채로 앉아서 생선통조림으로 점심을 때우고 있는 등산객 한사람, 반가웠다. "막걸리 한잔 하시죠" 속이 울렁거리던 참에 잘됐다 싶어 병채로 나팔을 분다, 두어번. 오이를 꺼내 안주로 하고, 비스켓을 권하지만 식욕이 없어 사절한다. 이곳이 중간지점이란다. 6시에 구룡사에서 출발을 했고...10여회 치악산 종주를 한단다, 혼자서...그 사람을 뒤로하고 서서히 오름을 시작한다.

 

원통재 이다. 그리고 나타나는 활공장-패러그라이딩 하는 사람들이 활공을 시작하는 지점이다-패러글라이딩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지가 오래 되었는데, 여러 사유로 시작을 못했다. 내리막길 바람이 덜부는 자리에 앉아 인절미 하나를 씹는다(12:00). 오늘 날씨 꽤 추운가 보다, 물병을 여니 꼭지가 얼어 물이 않나온다. 허긴 아이젠을 차고나니 손가락이 얼어 오는 것 같았다. 두툼한 장갑을 끼었는데도 손가락이 시리고...

 

다시 가파른 오름을 올라 능선으로 올라타고 왼쪽으로 지루하게 가니 입석대와 갈라지는곳(12:48), 오는 길 내내 나무 가지에서  떨어지는 얼은 서리꽃이 길 위를 덮었는데, 이곳부터는 추운 기온으로 그대로 나무에 붙어있어 산 전체가 하얗다. 다리는 벌써부터 아파 오고 몸은 나른한데, 식욕이 없어 먹지를 못하니 재미로 가는 것이 아니고 기계적으로 가고 있는 거다.

 

하얀 눈꽃을 뒤집어쓰고 있는 비로봉이 한층 더 가까이 보인다. 이거 내가 괜시리 종주를 시작한 거 아닌지 ? 후회도 된다. 뱃속은 부글부글 가스가 찾다. 그트름을 할 때마다 막걸리 냄새가 콧구멍을 통해 밖으로 나오고..경사를 내려가면서 산불감시초소와 공중전화 박스가 있고, 여기서 마지막 오름을 하면서 비로봉이다. 전에는 허물어져 가던 3개의 돌탑이 다시 쌓은 것 처럼 서있고...

 

"비로봉"(1,288m) 표지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13:37). 64년 치악을 종주했던 마누라 말이 그때는 비로봉 정상이 시루를 엎어 놓은 것 같다 해서 "시루봉"이라 불렀단다. 두어군데 사람들이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사다리병창 방향으로 하산을 한다. 가파르게 서있는 철계단에는 눈이 쌓여 계단이 아니고 미끄럼틀 모양이다, 쇠줄을 잡고 급경사 눈덩이를 내려온다.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과 쇠줄, 미끄러운 얼음판. 마누라가 불평을 해대기 시작한다. 왜 사다리병창으로 내려 왔냐고... 완만한 경사눈길에서 썰매를 타려고 배낭에 넣어온 비닐 비료 푸대는 써먹지도 못하게 생겼다. 지루한 내림을 한 끝에 길게 나타나는 계단, 그 아래 끝이 "세렴폭포"이다.

 

폭포는 우측으로 좀 올라가야 보이므로 그냥 통과, 원주에서 등산 왔다는 아줌마 부대가 코치를 한다. 내려올 때는 계곡길이 좋다고, 그걸 들은 마누라 더욱 기고 만장해서 일갈이다. 왜 사다리병창으로 와서 생고생을 시키느냐고...누가 그걸 몰랐나 ? 일부러 그랬는데...넓은 길을 지루하게 내려와서 구룡사를 지나 주차장에 오니 16:05, 10시간 반 21Km 산행을 완료한다.

 

41번 시내버스를 타고 한시간을 오니 시외터미날, 그리고 거기서 한참을 기다려 21번 시내버스(신림행)를 탄다. 게릴라 콘서트인지 뭔지 때문에 어린 여학생들이 서울에서 기차로 대거 몰려와 길을 메우니 한산한 원주거리가 데모를 하는 냥 막히고, 버스에서 오늘 지나온 산을 보니 파노라마 사진을 보듯 양끝이 한없이 길기만 하다. 많은 시간이 지체되어 "금대계곡"입구에 내린다.

 

1Km정도를 걸어서 차를 세워둔 주차장엘 왔고, 내려오는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나눈다. 그들은 8시 구룡사를 출발했단다. 주차료 한푼 안내고 차를 타고(17:45) 신림 IC를 통과하여 서울로...

 

길이 휑하니 뚫려 동서울 톨게이트를 19:30에 통과, 집에오니 20:30이다. 그리고 그날저녁 설사를... 밥도 못 먹고 그 다음날 또 설사를 계속, 되게 병이 났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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