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산행기

월출산(2002.02.23)

조진대 2021. 5. 3. 10:48

월출산(2002.2.23) 808.7m


 

금요일 점심을 하고 회사 눈치를 보며 13시 잠실을 출발, 중부와 경부고속도로를 지나 대전에서 대전-진주 고속도로를 타고 88고속도로 남원으로 나가 곡성을 거쳐 남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주암으로 나가 벌교에 18:40 도착했다.

 

여관을 정하고 잠을 청한다. 아침 5시기상, 등산복을 갈아입는다, 그런데 큰일났다. 목요일 저녁 짐을 차에 실어놓고 금요일 정신없이 출근을 하는 바람에 등산화를 넣어오지 않았다.

 

6시 벌교를 출발하여 보성, 강진을 거쳐 영암에 도착했다. 아침 식사할 집을 찾아 헤메다가 농협수퍼 앞에서 된장찌개를 먹고는 월출산 천황사로 향한다. 천황사 입구에서 여자하나 간절히 차를 세워 태웠더니 그림을 그리는 화가인데 월출산을 그리려고 왔단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8:30 산행을 출발한다. 신사화 바람으로...남들 구두신고 산 오르는 것 못마땅하게 바라보더니만 내가 그 꼴이 돼 버렸다.

산행코스는 천황사-구름다리-통천문-천황봉-구정봉-마왕재-도갑사로 월출산을 종주하는 것으로 정했다. 천황사를 가는 길은 산죽 보다는 훤출하게 큰 대나무가 우거졌고 동백은 아직 봉오리만 지고 필 기미가 없다. 천황사는 건물을 모두 헐어 주춧돌만 앙상히 내보이고 있고 곧 새로운 건물을 지으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서서히 오름이 시작되고 철계단과 철사다리를 지나면서 점점 가파라진다. 드디어 구름다리가 나타나고, 150m 높이에, 길이 50m, 60Cm의 출렁다리를 건너는데 아래를 보지 못하고 줄을 잡고 가야만 했다-고소공포증? 다리를 건너서 안전한 공터에서도 아래를 내려다보지를 못한다. 다시 철 계단과 사다리를 오른다. 한참을 가파르게 올랐다가 다시 철사다리를 타고 내려간다. 그런 후 다시 오름을...바위 위에 눈이 녹아 고드름이 열리고, 그걸 따서 입안에 넣고 우드득 깨물어 먹으니 입안이 얼어 얼얼하다. 시원한 아이스케키다.

 

전에 없던 계단을 올라 바로 통천문이 나타난다. "이문을 지나야 하늘로 통한다" 해서 通天門이란다. 다시 100m를 가파르게 오르니 10:45 정상인 천황봉이다. 서울에서 왔다는 회갑넘은 일행이 표지석에서 사진을 몇장 연거푸 찍는다. 한참을 기다린 후 사진을 찍고는 바람을 피해 자리를 잡고 정상주를 한다. 특별히 준비한 시바스리걸을...

 

너무나 수고하는 쓰레기를 청소하는 관리원 인듯한 사람에게 귤과 치즈를 나누어준다. 그리고는 그가 갖고 있는 쌍안경으로 구정봉 쪽을 살폈다. 이렇게 날씨가 좋을 줄 알았으면 내 쌍안경을 가져올텐데...손에 잡힐 듯 솟아있는 구정봉과 향로봉, 그사이 유럽의 목장처럼 펼쳐저 있는 녹색의 평원. 너무나 평화롭다.

 

정상을 출발하여 구정봉으로 하산을 한다. 경포대와 갈라지는 바람재를 지나 조그마한 암봉에 바람을 피해 자리를 잡고 커피와 인절미를 먹는다. 창원에서 왔다는 아가씨2명을 불러 인절미를 나누어주고 그들의 딸기를 빵에 쪼개 얹어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다.

 

행진을 계속하여 "베틀굴"에 도착, 안으로 들어가 본다. 여자의 거시기를 닮았다 해서 음수굴 이라고도 부른다. 안내판에 그려진 정상방향에 있다는 남자의 거시기는 어느 것을 가르키는지 이거다 저거다 시비가 분분하다.

 

구정봉(738m)에 올라 사방으로 둘러보던 중 "! 저거다" 하고 베틀굴의 정면으로 보이는 남근바위를 찾아내서는 신이 나서 저거가 아니냐고 동의를 구한다. 굴을 나와서 계속 그걸 찾았다. 구정봉에는 물고인 바위 웅뎅이가 9개 보다 더 많이 크고 작게 파져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웅뎅이 얼음을 밟고 서려는데 얼음이 깨져 하마터면 물에 빠져 죽을 뻔했다.

 

구정봉을 내려와서 마왕재 방향으로 내리막길을 온다. 바람을 피하는 바위에 앉아 남은 술을 마신다. 잔을 돌려주면서... 마왕재에서 도갑사로 하산하는 길은 얼음 길이 녹아서 질퍽거린다. 신사화는 흙으로 뒤범벅이 되고, 그래도 진흙을 안 밟으려고 풀섶을 밟으며 간다.

 

조그만 개울에 다달아서는 낙엽을 주어 물로 구두를 닦고...

40여분을 내려오자 도갑사이다. 14:00 도갑사 해탈문을 나와서는 커다란 나무가 누워있는 식당에서 묵을 안주로 막걸리를...

택시를 나누어 타고 천황사로 온다 (12,000). 다시 차를 타고 월출산호텔 온천탕으로, 17시 차를 타고 목포를 경유,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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