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9정맥/백두대간

백두대간 31 삽답령-대관령

조진대 2022. 3. 1. 08:51
백두대간 삽딩령-대관령 (2003.8.16)



산행: 삽당령(05:00)-석두봉(07:25)-화란봉(09:22)-닭복재(10:03)-왕산1쉼터(11:33)-고루포기산(13:05)-제2쉼터(14:20)-능경봉(15:05)-대관령(15:45) 25.5Km(이정표)      계 10시간45분


누구와: 마눌과 나


돈쓴거: 고속도리비, 옥수수 1,000원, 동동주 3,000원


금요일(8/15) 낮에 도봉산행을 간단히 한 후, 잠을 자고는 밤 11:50 집을 나섰다. 연휴인데 고속도로가 얼마나 붐빌지 걱정하면서 무작정 중부-영동 고속도로를 탔다. 길은 막힘이 없었고, 횡계IC로 나가는데, 부슬비가 내린다. 

 
T/G직원에게 "이게 안개입니까 ?" 물으니 "이건 비 지요 ?" 답한다. 요금소를 나가 만나는 3거리에서 우측 횡계방향, 그리고 강릉방향으로 좌회전하여 옛 고속도로 대관령으로 가는데, 점점 안개가 자욱하고 빗방울이 굵어진다. 안개가 너무 짙어 어디가 어딘지 분간이 안간다. 올라가던 길이 내림으로 바뀌는걸 보니 정상을 지났나 보다. 길은 꼬불대는데, 시야는 1m도 안보이고, 노랑 중앙선을 따라 핸들을 돌려댄다. 마눌은 혹시라도 하며 호수 같은 눈을 더욱 크게 뜨고...
비는 점점 소낙비로 변하고, 한참을 내려오니 안개가 조금 걷히면서 道路 구분을 할 수 있겠다. 대관령 박물관 입구-구산을 지나 성산에서 우측으로 U턴을 하여 35번도로 정선방향으로 들어섰다. 비는 멈추었으나 언제 또 내릴지 모르겠다.
 
 
삽당령(680m)
03:15 삽당령에 도착하니 길건너 매점은 깜깜하고, 트럭한대 시동을 걸어 놓은 채로 잠든 것 같다. 차를 멈추고 잠시 눈을 붙히고는 얼마가 지났는지 왁작대는 소리에 눈을 떳다. 마눌은 코를 골고 자는데 차마 깨울 수가 없고, 밖엔 산타페 한 대 시동을 걸은 채로 경상도 사투리의 등산꾼들이 왔다 갔다 하다가 한줄금 비가 뿌리자 차 속으로 들어가 조용해진다. 잠도 안 오고 산행을 시작하자고 하니 "아이고 조진대 따라 다니다 나 제명에 못 죽어" 마눌 한탄조다. 비오면 산행이고 뭐고 때려치고 놀러나 가잔다. GAS, 시간 없애고 온게 아까워서 마눌을 욱박질러 준비를 한다.

 
 
05:00 스페츠를 차고 출발했다. 시멘트 포장길로 들어서서 우측에 랜턴을 비추니 들머리에 리본들이 다닥다닥 붙었지만, 수풀이 젖었을 터라 그냥 임도를 따른다. 
200여m 갔을까 ? 앞에서 랜턴 2개가 내려오는걸 보면 2명인 것 같은데, 밤새 산행을 했나 ? "안녕하세요 ?" 하니, 들머리가 어디냐고 묻는다. 그래서 그분들과 함께 산행을 하게 되었다. 

 
이분들은 울산 현대 자동차에서 왔는데, 백두대간 전구간을 각 조에 할당하여 동시에 한 구간만 산행하는 임무부여를 받았단다. 그러니 현대 자동차는 하루만에 대간 전구간을 산행한 것이 된다. 이동전화 중계소가 서있는 지점에서 임도 왼쪽으로 리본을 따라 들어섰다. 날은 구름이 잔뜩 끼었지만 그래도 훤해져서 랜턴을 안 비춰도 되겠다. 길은 산죽으로 뒤덮혀 있고, 비는 후두둑 산발적으로 내리는 것 같지만 나뭇잎이 가려 땅에는 내리지 않는다. 

 
풀로 덮인 길이 보이지는 않지만 발이 제가 알아서 잘 찾아 나간다. 닭목령-들마골, 닭목령-용수동을 알리는 이정표 들을 지나고 올라가는 길을 오른 후 2갈래로 갈라지는데서 앞서가던 현대팀이 멈추어 서서 지도를 본다. 우측으로 내려서면서 "이쪽 같은데요" 하고 나아갔는데, 그들이 안 따라온다. "이거 내가 길을 잘못 들었나 ?" 의구심이 가는데, 마눌 마저 중간에 멈추어 서서 확인을 하라고 성화다. 100여m 내려가면서 보니 리본하나 나풀댄다. "이 길이 맞습니다" 소리쳐 현대팀을 안심시킨다.
 
 
06:20 "백두대간 쉼터"에서 잠시 쉰다. 이어지는 산죽밭 그리고 잡목숲. 길은 점점 오르막이다.
07:00 978m봉에서 잠시 쉬면서 복숭아를 나누어 먹는다. 안개가 끼었다 개었다 하면서 가끔은 비가 후두둑 거린다. 길은 내려서고 다시 흙과 돌이 섞인 가파른 오름을 오른다.

 
석두봉(982m)
07:12 리본이 무수히 많이 걸린 작은 봉에 올랐는데, 이게 석두봉 인 것 같은데 아무런 표식이 없다. 그 봉에서 내려가는 길도 가파르고 돌길이다. 그리고는 그보다는 얕은 작은 봉에 닿았는데, 말이 봉이지 헬기장이다 (07:25). 
그리고 그 헬기장 한구석에 "석두봉이라 쓴 이정표가 서있는데, 아무래도 위치가 잘못 서 있는 것 같다. 헬기장엔 노오란 "금마타리"가 한창 피어 있다. 그후 평탄한 길이 오래도록 지속되고 가끔씩 나오는 얕은 봉을 지나면서도 평탄한 길은 유지된다.

 
 
08:15 표언복 님이 달아맨 <"물" 우측계곡-닭목령 1:40> 이라 적은 안내판. 우측의 계곡을 내려다보니 물이 보인다. 그보다는 20여m 좀더 진행을 하니 계곡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겠다. 물과의 거리는 20여m. 이렇게 가까운 줄 알았으면 6리터의 물을 지고 오진 않았을텐데... 그나저나 닭목재 1:40이란 정보가 그렇게도 반가울 수 없다.
 
 
작은봉에 멈추어서서 잠시 휴식한다. 다시 완만한 오름, 산죽밭의 연속 그리고 赤松밭. 밋밋한 봉을 오른 후의 평탄한 길과 완만한 오름. 날이 개이려나 ? 햇빛이 희미하게 비추기 시작하다가 이내 다시 어두어 진다.
08:50 봉인 듯 오른 후 다시 서서히 내려서고 밋밋한 안부에 내려서서는 앞의 아찔하게 높아 보이는 봉을 향해 서서히 긴 오름을 헉헉대고 올라간다. 일단 중간 봉에 오른 후 길은 평탄을 유지하다 화란봉으로 오른다.

 
화란봉(1,069m)
09:22. 화란봉에 닿았다. 20여m 가니 작은 바위봉이 있고, 암릉길을 내려서니 꼬불꼬불 가지를 비비꼰채 멋있는 적송들이 서 있다. 
저만큼 아래 닭목재와 연결된 도로가 보인다. 길은 급한 내리막 경사, 마눌 무릎이 아파 온다고 해서 스프레이 파스를 무릎에 뿌려준다. "제명에 못죽을 것 같다"는 말이 자꾸만 귓가를 맴돈다. 내리막 길은 계속되고, 집도 보이고 묘도 보인다. 왼쪽 아래로 비닐 하우스가 보이는데, 물 시설이 있는걸 보면 저곳에서 물을 얻을 수 있겠다.

 
 
10:00 시멘트 포장을 한 작은 동네길을 건느고, 밭과 집 마당을 지나니 도로와 만났다. 날씨 탓인가 ? 이곳까지 오는 동안 0.5리터 물병 반밖에 못 비웠다.
 
 
닭목재(706m)
10:03 이정표가 길 이쪽에도 건너편에도 서 있다. "닭목재" 둥그런 표지석도 길옆에 서있다. 동네 사람들이 차를 기다리는지 길가에 서서 서성거리고, 한 분의 대간꾼이 길 건너에서 웃음을 띠고 우릴 맞는다. 
"허참 알바를 했지 뭐예요" 삽답령에서 포장된 농로를 타고 오다 중계소에서 우측 숲으로 들어서서 한참을 가니 도로 삽답령이었다고... 

 
그분은 먼저 떠나고...미싯가루를 한 병 타서 마신다. 닭목재 아래 왕산리에 머물고 있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서 닭목재 도착을 알린다. "5시에 대관령으로 데릴러 와" 다짐을 하기 위해서... 이곳의 이정표는 삽당령 13.5Km, 능경봉 10.2Km, 그리고 다른 안내판에는 대관령 12Km, 7시간을 알린다.
 
 
농로를 따라 대관령 방향으로 행진이다. 농로가 끝날 무렵 길은 밭을 왼쪽으로 끼고 구부러져 산으로 든다. 산을 넘고 넘어 헉헉대고 왔는데 다시 임도와 만나게 되고 그 임도를 따라 100여m 오니 임도에 문을 해 잠구어 놓았다. 

 
길은 왼쪽 숲으로 들고, 잠시 걸으니 우측으로 목장이 내려다보인다. "아하 ! 이곳이 문닫은 목장이구나". 목장은 꽤 넓어 보이고 그 안에 집이 두세채 서 있는데 인적은 없으나 몇 마리의 양이 돌뎅이 처럼 서서 풀을 뜯고 있다. 
현대팀은 목장 철사줄 담이 서 있는 마루금에 앉아 목장을 내려다보며 쉬고 있다. 등로는 철사줄 바깥으로 갈려고 애를 쓰며 멀어룶다 다시 철사줄로 접근하고를 반복하고...(그냥 철사줄 안으로 끝까지 계속 오르는게 편하다)

 
 
11:30 허수룩한 목장 뒷문, 30여분 함께 하던 목장 철사줄과 헤어져 대간길로 들어서고, 앞산의 구름은 몰려왔다 흘러가고, 경사길을 서서히 올라선다.
 
 
왕산쉼터
11:33 왕산 제1쉼터(855m)에 닿았다. 닭목령에서 이곳까지 2Km, 왕산2쉼터까지 2 Km를 알린다. 12 Km 중 2 km를 온 것이다. 다리는 아파 오는데 앞길이 캄캄하다.

알미늄 의자들이 4-5개 있어 쉬게 편하게 해 놓았는데, 커피 자판기라도 서 있음 더 좋겠다. 길은 여기서부터 10여분 급히 오르기 시작한다. 그후 평탄할 길과 적송과 갈참나무들이 들어찬 숲길인데 분위기가 좋아서 인가 ? 자욱해오는 안개 속에서 마눌 노래를 반복한다, WAX의 "화장을 고치고"를... 12:03 짙은 안개 속에서 너덜바위를 오르고 또 오른다.
 
 
12:15 왕산제2쉼터(952m)에 왔다. 고루포기 쉼터 2Km를 알린다. 4-5개의 높은 알미늄 의자, 먼저온 현대팀이 버너를 피운다. "그래 우리도 여기서 점심을 하자" 하고는 의자에 걸터앉아 밥에 찬물 붓고 언제나 같은 오이지와 멸치 고추장을 반찬으로 뚝딱 해치웠는데, 현대팀은 그제야 라면이 끓어 시작을 한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모지 인지라 몸이 떨려와 그들이 식사를 끝낼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1리터의 물을 나누어주고는 12:30 먼저 출발한다. 급경사 이다.
 
 
고루포기산(1,238m)
12:43구름으로 가려 위는 보이질 않으나 송전탑이 분명하다. 그 송전탑 밑을 통과하고 봉 위에 오르니 마찻길 같이 길이 넓다, 그리고 슬슬 내리막길...13:02 2번째 철탑을 지나면서 길은 오르기 시작한다.

 
 
13:05 언덕엘 올랐는데, 그곳에 "왕산 고루포기 쉼터(1,238m)"라 써있다. 여기서 능경봉이 4Km란다. 3번째 (39번) 철탑을 지나면서 길은 계속해서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13:15 이정표 하나 나온다, 왼쪽 오목골 1.6Km, 능경봉 4.7Km, 고루포기 0.4Km.
여기서 조금 헷갈린다. 고루포기-능경봉이 5.1Km란 말인가 ? 그럼 먼저 번 이정표 4Km는 ?

산돼지 흔적이 작업마친 시각이 얼마 안된 것 같아, 오늘 재수 좋게 산돼지 농부라도 만나는게 아닌가 기대된다. 작은 언덕을 넘고서 내려가는데, 꾼 한분 성큼성큼 걸어 올라온다. 3시간 전에 대관령을 출발했단다. 그럼 우리도 3시간 후면 그곳에 닿을수 있겠다.
 
 
13:25 "대관령 전망대"이다. 우리에겐 그림의 떡, 안개가 너무 자욱해 아무것도 불수가 없다. 길은 급경사 내리막길의 연속, 마눌 무릎이 아프다고 바지를 훌러덩 내린다-이젠 할망구가 돼서 수줍음도 없어진지 오래다. 무릎에 다시 파스를 뿌려주고 살살 달래 내려간다.
 
 
13:50 내리막이 끝나고 이정표에는 능경봉 3.7Km를 가르킨다. 작은 언덕을 넘어서서 또 내리막이다. 우측에서 자동차 소리...차 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온다-대관령-강릉간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 소리이다. 안개로 도로와 차는 보이질 않는다.
안부에 왔다. 이정표에는 샘터 100m, 왕산골 700m이다.
 
 
능경봉(1,123m)
평탄한 길과 봉이 반복되고 우측 밑에서는 차 소리가 "웅웅" 대고 14:20 제2쉼터에 왔다. 또 몇 개의 봉들을 지나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추적대는 비이지만 그냥 막기가 뭐해서 비닐우의를 꺼내 입는다.

 
 
14:55 행운의 돌탑을 지난다. 그곳에 돌이라도 하나 얹고 가야 하겠으나 너무 지쳐 작은 돌맹이 하나 들 기운이 없다. 길은 오른다.
15:05 능경봉 정상이다. 이곳에서 대관령이 1.8Km란다. 길은 내리막길의 연속이다.
비가 오는 속에도 등로 옆에 한 무데기 아줌마 아저씨들 점심을 먹는다. "아 ! 비오는데 뭣들 하세요 ?" 시비를 건다. "어디서 오시는 길이세요 ?" 하고 묻길래 "삽당령 에서요" 하니 눈을 똥그랗게 뜬다. "아니 ! 그렇게 멀리서 ...??"

15:35 작은 도로에 닿았고, 대관령 700m를 가르킨다. 자동차 소리-이번에는 대관령에서 들려오는 소리이다. 그리고 숲 너머로 보이는 고속도로준공비의 높은 돌탑이 보이기 시작한다.

 
15:45 준공비 앞이다. 왼쪽으론 계단이 있고, 끝은 안보이지만 휴게소 일께다. 우린 다시 직진으로, 숲을 지나고 도로에 내려섰다. 그곳에 "대관령" 이라 쓴 돌비석이 서있다.
 
 
대관령(840m)
차가 쉴새없이 다니는 옛 고속도로를 무단횡단해서 건너편의 들머리를 확인하였지만 리본이 보이질 않는다. 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200여m 걸으니 옛 상행선 휴게소가 나오는데, 휴게소는 문을 닫았고, 대신 옥수수 장수가 옥수수와 뫼밀꽃 동동주를 팔고 있다. 


 대관령

추적대는 비를 피해 휴게소에 올라서서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다. 동해 고속도로에 있는데, 길이 막혀 서 있단다. 옥수수 동동주를 한 병 샀다. 그리고 뒤따라 내려온 현대팀과 술잔을 나누며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이제나 저제나 차가 오기만을 기다리는데, 어찌나 춥고 떨리는지 다시 전화를 하니 아직 오려면 멀었단다. 

 
횡계택시 (033-335-5596)을 불렀다. 삽당령까지 4만원인데 돈이 없다 하니 3만5천원으로 깎아준다. 7분후 도착한 택시를 타고 17:00 대관령을 출발하여 구산-성산을 거쳐 삽당령에 오니 18:00, 자동차 시동을 걸고 왔던길을 달려 고속도로 강릉T/G를 지나 강릉휴게소에서 GAS를 넣는다.
 
영동고속도로-원주IC-문막-여주-부발-3번국도-이천IC-영동고속도로-동서울-88-공항오니 밤 12시. 라면으로 속을 채우고, 내일 도봉산행을 위해 대충 정리한 후 잠든다.
디카를 모두 애들에게 징발 당하고 35mm Classic으로 사진을 찍으니 제대로 안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