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9정맥/백두대간

백두대간 30 백복령-삽답령

조진대 2022. 3. 1. 08:48

백두대간 백복령-삽답령 (2003.8.9)

 

산행: 백복령(08:40)-796봉(09:50)-생계령(10:36)-922봉(11:55)-900봉(12:55)-고병이재(13:14)-헬기장(13:27)-석병산(14:30)-두리봉(15:28)-866봉(16:25)-삽답령(17:00) 산행시간 8시간20분

 

누구와: 마눌과 나

 

돈: 고속도로 동서울-강릉-동서울 16,000원, 임계택시 35,000원, 옥수수 2,000원, 맥주 1,800원 계54,800원

 

토요일 03 출발예정인데, 잠이 깨서 멀뚱거려도 휴대폰 알람이 울리질 않는다. 후다닥 일어나 시계를 보니 04:40, 부리나케 서둘러 05:10 집을 출발한다. 휴가철이 갔는가? 고속도로는 붐비지 않아 강릉TG를 나와 성산-삽답령에 오니 08:15, 등산화를 신고 나니 오면서 미리 연락한 임계택시가 도착한다. 임계를 거쳐 백복령에서 하차한 후 즉시 등산을 시작한다.

 

백복령

08:40 목책의 우측 끝으로 들어가서 공터 끝의 이동전화 중계소 왼쪽으로 올라간다. 제일 먼저 반기는 게 "수시발파" 안내판이다. 헬멧도 안 썼는데 재수 없이 날라 오는 돌덩이에 머리 깨지는 게 아닌가 쓸데없는 걱정을 하면서 잡풀 무성한 경사길을 오르니 첫째 송전탑이 나오고 그 밑을 통과 후 잠시 가니 자그만 이정표 나오는데, 직진은 자병산, 석병산은 왼쪽을 가르킨다. 사전 지식에 자병산은 없어졌다는 기억이 나서 석병산 방향으로 꺾어 내려선다.

 

공사장 소음이 들리고, 나무사이로 우측에 보이는 허옇게 드러난 공사장 그리고 모래산 따먹기 놀음처럼 남겨둔 오똑 솟은 작은 봉하나-저게 마지못해 남겨둔 자병산인가 ? 의아해 하며 길을 내려간다. 앞서가던 마눌 (언제나 지가 대장처럼 앞서간다-난 졸졸 따르고...) 이게 더덕이라며 보라색 꽃을 가르켜 준다. "설마-" "그렇다면 그런 줄 알지" 하고 눈에 힘을 주는데 더덕꽃을 확실히 모르는 난 그런가 보다 꼬리를 내렸다.

 

자병산 공사장

2번째 철탑 밑을 지나고 쌓인 흙을 올라가니 그게 공사장용 도로인데, 우측은 무지넓은 공사장이고 길을 건너 공터엔 공사장인부 출퇴근용 차량이 주차해 있고, 왼쪽의 물 웅뎅이를 지나 전방의 산으로 올라가는 임도 방향으로 간다. 날씨에 대해, 등산화 물들어 간데 대해 궁시렁 댔던걸 하늘이 아는지 오늘 날씨 하나는 끝내주게 햇빛이 따갑다. 그래도 새벽 안개는 아직 완전히 걷히지 않아 조망이 그리 멀리 보이는 건 아니다. 그 농로를 따라 언덕을 오르니 3째 철탑, 이후 오름이 이어지고 869m봉엘 어영부영 지나면서 길은 내려서고, 4번째 철탑 밑을 지난다.

 

길가에 새빨갛게 익은 멍석딸기 몇 송이 따서 마눌님께 바치고 남은 부스래기를 입에 넣었는데도 그것도 달다. 5째 철탑은 왼쪽 20여m 아래로 보이고 내려가는 길은 농로를 벗어났다가 곧 다시 합류하고는 산으로 오른다. 길 주변 이곳 저곳에 움푹 들어간 함몰지-돌리네(쇠곳) 들이 있다. 얕은 것에서부터 깊이 10여m, 넓이 50여m 되는 것까지 여러 가지 크기이다. 움푹 패인 가운데 물이 고이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 길은 슬슬 오름이 이어지고 뒤돌아 보이는 869m봉이 높게만 보인다.

 

09:50 796m봉에 오르고는 내려가는 길은 잡목 숲이다. 배낭을 잡아끌고 목이며 팔을 휘감는다. 헬기장을 지나면서 조금 완만하게 내려서고 다시 급한 내림 끝에 안부에 닿았고, 다시 급하게 올라가서, 10:11 묘가 있는 760봉에 닿았다. 길은 서서히 내려서고 평탄한 길로 이어진다. 왼쪽 아래에서 사람들 소리와 공사하는 소음이 들린다.

 

 

생계령

10:36 눈앞에 풀로 덮힌 작은 공터가 나오는데, 우측의 안내판을 유심히 들여다보니 지워진 "생계령" 자욱이 보인다. 이곳이 생계령이다. 왼쪽으로 나가는 길이 보이고 길 저만치 멀리 트럭이 서있고 무슨 공사를 하는가 보다. 길은 잡목숲 오름이다. 뒤를 보니 자병산 공사장이 보이고 더운 날씨 탓에 땀은 비오듯하여 온몸을 적시고,계속해서 오름이 이어진다.

 

11:05 829봉에 올라 잠시 쉰다. 배도 고프고 허기로 힘도 안나온다. 소나무 거목들이 군데군데 오랜 세월을 두고 서 있다. 그들의 가지는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답게 빼뜰삐뚤 근육을 뽑내고... 멀리 높은 봉이 보인다-석병산일께다. 길 우측은 깊은 절벽 같은 계곡이고, 눈앞의 까마득 올려다 보이는 산을 두고 길은 계속 내려가기만 한다. 안부를 지나서는 다시 오르는데, 경사가 급하고 길고 지루하기만 하다.

 

11:55 922m봉 날처럼 서있는 돌들로 이루어진 정상이다. 좁은 길을 밟고 나아가니 왼쪽에서 오는 길이 보이는데, 964m봉에서 오는 다른 또 하나의 대간길이다. 내려가는 길은 다시 잡목숲이다.

 

 

12:10 배꼽시계가 계속 경보를 발한다. 그래서 시원한 그늘 아래 자리잡고 점심을 한다. 언제나 처럼 냉수에 밥말아 오이지와 명치 고추장... 12:35 짐을싸서 출발-일어나는 몸이 뻐근한게 허리를 제대로 못 피겠다.

 

왼쪽으로 커다란 쇠곳이 보인다. 긴 내리막엔 잡풀과 잡목이 우거졌고, 평탄하게 바뀐 길 우측에선 시원한 계곡바람이 불어와 땀을 식혀준다. 완만하게 오르던 길은 12:55 3각점이 있는 900m봉, 그리고 급경사로 이어진다. 평탄한 길에 산죽이 깔려있는데, 그 산죽 밭 길옆에 쓰레기를 버려 두었다. 우리 백두대간 꾼은 그러지 않았을께다. 분명 봄철 산나물 뜯으러온 사람들 짓일께다.

 

고병이재

13:14 고병이재에 왔다. 이정표가 우측은 "능선쉼터"라 표시했는데 지도상 "석회동굴" 및 성황댕이 방향이다.

 

길은 서서히 오르고 작은 봉을 지나 내려서고 안부에서 다시 오른후 13:27 헬기장에 도착했다. 이곳 이정표는 골뱅이재 10분, 일월봉 1:15을 나타낸다. 길은 내리막이고 평지엔 산죽 숲 그리고 갈참나무 숲, 다시 허리를 넘는 산죽밭 오름이다. 뒤 귓전에 날파리가 알찐거려 토시를 휘두르며 간다. 아직도 보이는 우측멀리 자병산 공사장, 긴 오름 끝에 커다란 묘하나, 좀더 가니 다른 이정표, 이곳에서 잠시 휴식이다.

 

14:25 다른 헬기장 그리고 나오는 이정표, 석병산(일월봉)은(5분) 직진이고, 백두대간과 두리봉은 이곳에서 왼쪽으로 갈라진다. 석병산 정상까지 가기로 한다.

 

 

석병산

14:30 석병산 정상(1,055m)이다. 오른쪽으로 도로가 빙둘러 있는 산이 건너다 보이고, 두리봉과 멀리 고루포기산은 왼쪽에 보인다. 정상직전 갈림길이 또 하나 있는데, 동쪽은 상황지미골(2:30)을 가르킨다. 석병산 정상 다른쪽은 큰 바위 절벽이로 더 이상 갈수가 없다. 마눌 나무하나 스틱으로 가르키며 "해당화"란다. "산에 무신 해당화 ?" 맞는지 틀리는지 내가 모르니 마눌 말씀이 검증이 되지 않는다.

 

도로 이정표까지 내려와서 두리봉 방향으로 내려선다.

15:00 작은봉을 넘어있는 다른 헬기장에 다다르고, 길을 내려섰다 서서히 올라 가는도중, 마눌 "아팟" 하며 비명을 지른다. 느닷없이 미쳤나 ? 어리둥절 멈추어 서 있으니 뒤를 봐 달란다. 그런데 글시 작은 땡삐란 놈 한 마리 어깨 밑 옷 위에 붙어서 마눌을 짓이기고 있는 중이다. 여기서 마눌 쓰러지면 지고 갈게 엄두가 않나 재빨리 벌을 쫒고는 옷을 들추어보니 어느새 빠알갛게 변해오고 있다. 약을 찾으니 스프레이 파스밖에는... 그거라도 칙- 뿌려준다.

 

두리봉

14:58 계속해서 오름끝에 작은 공터와 리본들이 있는 두리봉 정상에 왔는데, 여기서 난 깜짝 놀라고 말았다. 늦바람님 보다 선생님이 계신 것이다. "삽답령 55분, 백두대간 3차 종주 표언복" 강릉 버스 시간표 까지... 그런데 3번씩 하면 축지법의 달인이 되는가 보다 어찌 2시간 거리를 절반으로 적어놓을까 ?

 

긴 내리막이 이어지고, 평평한길 작은 오르내리막...누군가 등산화 한 켤레 길가에 벗어버리고 갔다. 비에 젖어서 ? 뒷사람을 위해서 ? 이어지는 긴 내림.

 

16:25 3각점이 있는 866m봉을 우로 두고 계속 내리막이다. 10분 후 헬기장이 나오는데 헬기장의 한쪽은 산사태로 급경사를 만들어 놓았다. 잘 뚫린 길을 놔두고 우측으로 리본이 달려 있고, 그 길은 점점 희미해 진다. 그래도 이어지는 리본...계곡을 향하던 길은 왼쪽으로 작은 내를 따라 아주 희미한 길을 따라 내려서니 삽답령이다(17:00).

 

삽답령

매점은 왼쪽으로 보이고, 매점 옆으론 임도가 있는데 잘 뚫린 길은 아마 이 임도와 연결되어 돌아서 오는가 보다.

매점에 들러 마눌 좋아하는 옥수수를 사고 "강원도 찰 옥수수 동동주"라도 한사발 마시려니까 사발로는 팔지 않는단다. "작대기 들고 들어오지 말아요" 하는 할머니 성질하나 고약스럽기도 하다.

도로의 대관령 방향에 3명의 산꾼이 어슬렁 거리는데 우리보다 앞서 같은 코스를 왔고, 삽답령에서 일박한 후 대관령까지 갈려고 한다며 우리보고도 잠자고 내일 닭목재 까지라도 하고 가라고 꼬신다.

 

 

자동차 시동을 걸고, 삽답령을 넘은후 맥주 한 캔을 얻어 마시고, 성산에서 왼쪽 원주 방향으로, 그리고 옛 대관령 길을 넘어 횡계IC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문막 휴게소를 지나서부터 이천IC까지 1:30을 질질거리며 온다. 이럴 줄 알았으면 42번 국도로 빠질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