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9정맥/백두대간

백두대간 29 댓재-백복령

조진대 2022. 3. 1. 08:30

백두대간 댓재-백복령 (2003.8.2)

 

산행: 댓재(05:30)-두타산((08:17)-박달령(09:24)-청옥산(10:25)-연칠성령(11:03)-고적대(11:40)-사원터 갈림길(12:40)-갈미봉(13:20)-이기령(15:05)-상월산(16:05)-원방재(16:47)-1022봉(18:43)-백봉령(20:04) 거리: 31.45Km 시간: 14시간34분

 

누구와: 마눌과 나

 

돈: 임계택시 (백복령-댓재) 50,000원, 고속도로비 

 

연2일 연속산행을 계획했었다, 댓재-백복령(비박)-삽답령까지...일기예보는 중부, 영서지방 가끔 비오고, 일요일엔 전국적으로 비가 오겠다는 예보이다. 그래도 가긴 가야겠고, 등산화에 물들어갈게 걱정이라 판쵸와 스페츠를 넣었다. 예약했던 고속버스를 해약하고 대신 차를 가지고 가서 하루 코스만 하기로 한다. 휴가철이라 영동고속도로가 막힌다는 방송에, 토요일 00:30 집을 나서 88도로-미사리-양평 까지 가서 양평교를 건느고 한강 남측도로를 타고 이포교-영릉-여주-42번국도-문막에 가서 영동고속도로로 들어갔다.

 

강릉까지 하나도 막힘 없이 가서 성산에서 35번국도로 삽답령을 넘어 임계, 그리고 하장까지 가서 댓재에 주차를 했다. 연세 드신 산꾼 한 분 차에 앉아 있다 우릴 보고는 차에서 나와 산행차비를 한다. 일기는 구름이 많이 끼고 바람이 심하게 부는 게 시원하다. 라면이라도 끓이라는 마눌의 말을 들은체 만체 산으로 출발이다.

 

댓재

05:30 댓재(810m)를 출발, 산신각 우측을 지나 서서히 올랐고, 15분 후 작은 봉 정상에 닿았는데, 작달막한 정상石에 "햇댓등" "두타산 3시간"이라 표시했다. 봉에서 길은 급하게 내려간 후 평탄하게 유지된다. 다시 작은 봉 하나 우회하고 그 다음 2개의 봉을 올랐다. 바람은 많이 불어 더운 줄 모르고 오히려 한기를 느낀다. 구름은 잔뜩 끼어 금방이라도 후두둑 비가 쏟아질 것만 같고..."제발 비만 오지 말아라" 속으로 기도하며, 이어지는 작은 봉들을 지난다. 잠시 햇살이 비치는 것 같다. 그러면 그렇지 연속 3주째 등산화를 적실 수 있나 ? 길가에 집채만한 바위하나 서있고, 바람소리는 겨울 산행만큼이나 요란스럽게 불어댄다. 야생화가 반긴다-노오란 별 모양의 산채송화, 산에 드는 인간들을 맞이해 주는 아름드리 적송들에게서 후덕함을 느낀다.

정상 3.0Km를 알리는 둥근 표지木을 지나고 길은 급하게 내려서면서 하늘나리 군락이 우릴 맞는다.

 

06:48 정상 2.5Km를 알리는 표지목 그리고 나오는 키 작은 山竹 밭, 이어지는 평탄한길-이런 길을 한없이 걸으면 마음이 고요해 진다. 나무사이로 구름에 가린 웅장한 두타산이 보인다. 작은 봉 하나 밋밋하게 오르고는 길게 내려서서, 07:05 "통골정상" 이라는 표지석이 보인다. (정상 2.1Km, 1:30, 댓재 4Km, 1:30, 번천 3.6Km).

구름사이로 두타산이

 

여기서부터 길은 오르기 시작하고, 정상 1.5Km를 남겨 두고 부터는 가파르게 오르면서 구름이 더욱 두텁게 가리는지 날이 어두어진다. 한참을 깔딱대던 길, 숨 좀 고르라고 그러는지 평탄해 지고 동자꽃 군락이 나타난다.

07:45 오름의 끝이 헬기장인가 했는데 오르고 보니 커다란 묘 하나 앉아있고, 그 주변은 개당귀 꽃이 만발해 있다.

마누라 "이게 웬 고사리 ?" 넋을 잃고 고사리를 꺽는다. "아 ! 빨리와-, 오늘은 갈길이 멀어" 소리를 쳐봐도 막무가네....

 

 

"여자福은 남편복이라고, 허구한날 백두대간 한다고 산으로 가는 남편 따라 어거지로 산에 끌려가서 날 고생하는 眞大 마눌을 보면 딱하기 그지없다"는... 산행일기를 쓴 친구 글이 생각나서 속으로 피식 웃는다. "저게 평생 웬수지, 정말 왜 저리 따라 다닐까 ?" 혼자가면 훨훨 날라 다닐텐데...다리 아프다면 약 뿌리고 주물러 줘야지, 노상 방뇨하면 망봐줘야지, 귀찮아 지기도 한다.

구름 속 평탄한 길은 서서히 내려서다가 또 오른다.

08:08 표지목의 표시가 정상 0.5Km 인 것 같은데 한 귀퉁이가 떨어져 나갔고, 청옥 5Km라 손으로 써 놓았는데, 잘못된 표시인 것 같다. 길은 서서히 오르고,

 

두타산
08:17 두타산(1,352m) 정상에 섰다. 사진을 박으려는데 인기척이 난다-서울 방학동에서 왔는데 치악산 종주하고 이곳 두타-청옥을 하러 왔단다. 비를 피해 다녔다는 그분을 만났으니 오늘 비는 맞지 않을성 싶다. 건빵을 먹는데 다람쥐 한 마리 까딱까딱 오더니 앞에서 알찐거리는 폼이 뭘 좀 달라는 눈치다. 건빵하나 내미니 잽싸게 낚아채고는 저만큼 가서 앞다리로 건빵을 움켜쥐고 쳐다본다. "두타"의 의미가 부처님과 관계된다는데, 새벽 여주 부근에서 내 차에 부딪쳐 떨어진 큰 새 (마눌은 꿩이었다고 한다)-아마 죽었을께다-생각에 마음이 찡하다-微物이라도 생명이 있는 건데, 내 실수로 아님 그놈의 실수로 그렇게 됐으니...

두타산의 다람쥐

 

청옥산 방향으로 하산을 한다. 무릎이 아파 내리막에서는 엉금엉금 기니 속도가 느리다. 배낭을 정리한 후 뒤 따라온 마눌 "스틱은 ?"-제 스틱을 내가 가져온 줄 알고 그냥 오다 미끄러져 넘어지고 2바퀴를 굴렀단다-에구 웬수...

가파른 길을 헉헉대고 올라 스틱을 가져와야 했다. 안부에 닿은 후 오르고 작은봉에서 다시 내려선 후 평탄한 길을 가다보니,

 

박달령

09:24 박달령에 왔다 지나온 두타산이 4.5Km (1:10), 앞의 청옥산이 3Km(50분) 이란다. 우측의 큰 바위하나 나무에 가렸기는 하지만 이무기 머리같이 생겼다. 청옥산 30분이라는 표지석, 그리고 이어지는 돌길 오름, 쥐오줌풀이 널려있다. 오르는 길이 지겨웁고 무척 힘이 든다. 구름비가 왔는가 ? 길은 젖어있고 풀섶은 물기를 머금어 바지를 적시지만 견딜만 하다.

박달령

 

10:07 샘터 4거리이다. 언제나 물은 충분히 지고 다녀야겠기에 샘터로 가서 1.5 리터의 차거운 물을 떠다 마눌에게 바친다. 청옥산 쪽에서 내려오는 아까 본 방학동 산꾼, 무릉계곡 쪽으로 하산을 한다. 그리고 다시 2명의 산꾼.

 

청옥산
10:25 청옥산(1,403m) 정상이다. 넓은 광장 같은 정상엔 정상석이 2개나 있고, 콘테이너와 태양전지를 가진 통신시설(산불방지감시용)이 우리의 진행방향에 서 있다. 정상은 꽃밭이다. 우릴 뒤따라온 산꾼 한명, 차가운 물 한모금 마시고 가라고 작은 물병을 내민다-참 이런데서 만나는 산꾼들은 인심도 좋다-하늘과 가까워서 天心이다.

내리막길이다 산돼지들은 농사를 많이도 지어 놓았다-갈아엎은 땅이 수백평은 되성싶다. 날씨는 좋아져서 간간히 햇살이 비친다.

청옥산

산돼지 밭

 

연성칠령

11:03 연칠성령-부르기도 어렵다. 표지판에 청옥 3.5Km(40분), 고적대 2.3Km(50분)을 가르키고, 6-7명의 한무데기 산꾼들 앉아 간식을 먹다가, "두분이서 대간 타세요 ?" 하고는 소주를 드세요, 건빵을 가져가세요" 권한다. "아이고 소주는 숨이 차고, 건빵은 무거워서..." 너무너무 고마워서 코끝이 찡해온다-난 저렇게 못했는데...

이어지는 꽃동산-동자꽃, 란 등등...

11:25 길은 점점 험악스러워 진다. 간간히 암릉이 나오고, 나무와 바위 홀드를 잡고 힘을 쓴다.

 

고적대
11:40 고적대(1,353.9m) 정상이다. 구름은 걷혔으나 전망은 뿌옇다. 그래도 두타-청옥산은 웅장하게 내다보인다. 길은 올라온 것만큼이나 급경사로 내려서는데, 그래도 흙길이라 좋다. 부여에 계신 허 관행 씨로부터 전화다 "소청산장에서 희운각으로의 직코스가 있느냐"는...이럴줄 알았으면 지리공부 더하고 오는 건데...

키를 넘는 잡목 숲를 뚫고 나오니 전방에 바위산이 보인다. 우측의 무릉계곡이 시원하게 가물가물 내려다보이고... 배도 고프고 시간도 됐다.

멀리 두차, 청옥

 

12:05 작은 공터, 앞의 절벽바위가 보이는곳에 판쵸를 깔고 방석을 펴 앉고, 양말을 벗어 발님의 수고를 덜어준다. 밥에 물을 말아 오이지와 오징어채-고추장 반찬을... 12:25 출발이다.

 

12:40 사원터 갈림길이다. 길은 계속해서 오르막이고 그후로는 2개의 봉을 우회하고는 마루금을 타고 진행한다. 자욱난 작은 공터-동촌님 "밥묵은곳"-리본이 걸려있다.

동물들이 영역 표시를 한다더니, 나도 용변 본곳, 밥묵은곳 표시를 해볼까 ? 늦바람님 처럼 再修를 하며 그런 표지를 다시 본다면 감회가 깊을 것이다.

그곳을 지나니 깍아지른 암벽이 아래 계곡까지 이어져 있는데 아깝게도 카메라에 모두 담을 수가 없다. 한 모랭이 돌자 또 나오는 우측의 암벽, 봉을 우회해서 뒤돌아 보니 그 봉의 동쪽은 수직 절벽이라...

 

갈미봉

13:20 갈미봉(1,218m)에 닿았고, 이후 길은 급한 내리막이다. 바람도 없어지고 기온이 올라갔는지 무덥다. 햇빛도 비추고-비는 물 건너 갔다. 나무숲이 이어지고 하늘은 보이지 않고, 조망도 없고, 길만 쳐다보고 걷는데 나도 모르게 밋밋한 봉을 넘고 길게 내려가고 있다. 다리도 아프고 지치기도 했다. 비티민C 한 알 꺼내 씹어 먹으니 입안이 상큼해와 잠시나마 피로감을 잊어본다. 내려가던 길은 능선을 위로 두고 사면을 따라 이어지는데 너덜이 나온다.

 

14:05 아 ! 앞에 보이는 사람...그 쪽에서도 이쪽에서도 입을 "어-" 벌리고 반가워들 한다. 대관령에서 태백까지 산에서 자면서 간다는 5명의 젊은 대간꾼들... 백복령까지 6시간은 가야 한단다 (정확히 맞추었다). 길을 구비구비 가도록 왼쪽에선 포크레인 돌깨는 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14:15 길은 왼쪽으로 내려서면서 졸졸거리는 물이 나왔다. 지도에 물 표시가 돼있지만 가물면 마를 것만 같은 물-주변에 宿한자리가 보인다. 그리고 길은 방향을 조금 왼쪽으로 틀어 계속 하염없이 완만하게 내려간다. 적송밭, 산죽밭, 이쯤에서 왼쪽에 임도가 나올텐데 하면서 평평한 숲길을 지루하게 걷는다.

 물

 

이기령
15:05 왼쪽에 비포장길이 보이고 그 쪽에도 이쪽에도 리본이 많이 걸려있고, 전방에 철탑이 서 있다. 이곳이 임도로 나가는 길인 줄 알았더니, 들어오는 길이다. 얼굴 태우기 싫으니 그늘로 가자는 마눌의 말 안 들었으면 엉뚱한 길로 알바 할뻔 했다-이럴 땐 웬수가 있어 좋다. 여기가 이기령이다. 소나무 숲으로 이어지던 길은 인정사정 보지 않고 계속 오르기만 한다.

 

 

15:33 헬기장으로 된 970m봉에 왔는데, 표지판에 손으로쓴 글씨-"이기령 0.95Km-상월봉-백복령" 이라 돼있다. 지도상 여기가 상월봉은 아닌데... 급경사를 내려서서 우측을 바라보니 그 봉 왼쪽은 바위 벼랑이다. 안부에 닿은 후 다시 급하게 올라간다.

 

상월산

16:05 상월산(980m)- 이산을 200여m 올라오는 게 무지무지 가파르고 힘이 든다. 웬수의 상월산...마신 물이 그대로 땀으로 새는 것만 같다. 그 봉을 지나 평탄하던 길은 두갈래로 갈려지고 리본은 왼쪽에 걸려 있어 그리 따라가니 점점 희미해지는 길, 내리막에선 점점 희미해진다. 겨우 두어 개의 리본, 이 길이 마루 금이지만-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갔어야 했다. 바닥에 내려서니 우측에서 오는 길이 더 넓다.

 

원방재
16:47 원방재-왼쪽으로 10여m 나가면 비포장 도로이고, 곧 계곡수 위에 다리가 나오는데, 이 계곡수를 마셔도 된다. 시간이 널널하면 목욕이라도 하고 갈텐데, 날은 점점 어두워지니 갈 길이 바쁘기만 하다. 물 한병을 뜨고는 다시 원방재로 들어와 요란한 리본 속으로 들어간다. 백복령까지 2:30 소요된단다 (우린 3:15 걸렸다).

 

식식대고 긴 오르막을 오르다가 미싯가루를 타 먹고 소진돼 가는 에너지를 잠시 반짝 불태운다. 키를 넘는 잡목숲-난 여기서 소나무 가지에 마빡을 깼다-오늘 꿩 죽인 것 벌받나 보다. 길은 오름-내림-오름-평탄이 아주 길게 이어지고 건너편에 멀리 보이던 산 능선으로 올랐다. 너무나 길고 지겨운 오름이다.

 

17:55 1,022m봉 헬기장이다. 길은 여기서 우측으로 꺾여지고 올라온 것만큼이나 서서히 내려선다. 내려가는 것도 야속하다-다시 그만큼 오를 것이므로..."그만 좀 내려가라" 마음속으로 다그치지만 사정안보고 이어지는 내리막...바닥은 잡목 숲이다-비가 오면 누군가 말했듯이 물바다 일께다. 다시 서서히 오르막이 이어지고,

 

 

18:30 능선에 붙어 서서는 다시 완만하게 오름이 이어진다.18:43 공터로 된 봉 정상에 닿은 후 내리막-오르막 그리고 내리막이 이어진다. 점점 어두어 오면서 저녁 바람이 시원스레 불어주고, 3갈래 길이다. 우측 나무 가지로 막아 놓은 이 길은 백복령 아래로 가는 길 일게다. 왼쪽으로 꾸부러진다. 그리고 또 서서히 오르는 길. 헬기장을 지나고,

 

 

백복령

20:04 백봉령(780m)에 닿았다.

깜깜한 고개에는 차들이 밀물처럼 교대로 고개를 넘고있고, 히치를 하자는 마눌을 설득해서 임계택시를 불렀다.

백복령

 

20:40 도착한 택시기사 "LPG를 동해에 가서 넣어야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동해시내-삼척을 돌아 댓재에 오니 22:30, 자동차 시동을 걸고 왔던길로, 임계-삽답령-성산-강릉TG-영동고속도로를 탓다.

 

 

토요일 인데도 상행선이 지체된다. 원주IC로 나와 문막-여주-부발에 와서 장호원 쪽으로 좌회전-3번국도-현대앞-이천IC에서 다시 영동고속도로-동서울TG-88도로-집에오니 03:00, 차가 말썽을 많이 부렸다. 아~ 졸립고 피곤하다. 내일 도봉산은 휴무이다.

 

 

대간길에서 펫트병 버린걸 많이 봤다. 다 마신 물병을 버리지 말고 가져가시길...

임계택시 011-9058-2400
댓재휴게소 033-554-1123 (요즘 바빠서 차량서비스를 잘 못해준다)
백복령쉼터 033-563-8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