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9정맥/백두대간

백두대간 27 화방재-건의령

조진대 2022. 2. 28. 21:24
백두대간 화방재-건의령 (2003.7.13)
 
 
코스: 화방재(950m)(04:00)-만항재(05:20)-함백산(1,573m)(06:30)-중함백-3쉼터(07:05)-2쉼터(07:30)-1쉼터-은대봉(1,442m)(08:20)-싸리재(08:55)-금대봉(1,418m)(09:20)-쑤아밭령(10:20)-비단봉(1,279m)(11:05)-매봉산(1,303m)(12:33)-피재(920m)(13:17)-노루메기(13:31)-945m봉(14:05)-새목이(14:35)-960m봉(15:00)-건의령(15:41)-돌밭입구(16:00) 계 12시간
 
 
누구와: 마눌과 나
 
 
돈쓴거: 청량리-태백 열차 25,200원, 태백-화방재 택시 15,200원, 돌밭입구-태백 택시 12,000원, 태백-서울 버스 31,800원, 커피 700원, 당귀동동주 3,000원, 계87,900원
태백택시 011-372-3076
 
 
7/12일 23:00 청량리를 출발하는 열차에는 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단체로 승차하여, 여러 번 주의방송을 주는 데도 불구하고 밤새 다물 줄 모르는 입방아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03:26 태백에 내리니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다. 밤새 흐렸다가 새벽부터 오기 시작 했단다. 택시로 화방재를 가자니 태백촌사람인지 못 알아듣는다. 어평재 하니 그제야 "아- 네"하고는 확장 공사하는 도로를 과속으로 달려 03:50 화방재에 내려놓는다. 요금을 물으니 미터로 하자며 전에는 얼마에 갔었느냐 묻는다. 1년전 14,000원보다 적게 나올까봐 "기억에 없는데요" 하고 보니 15,000원이 넘게 나온다.

 화방재에서 보는 갈 산

 
화방재
화방재에는 주유소 외에 "어평재 민박"과 기사식당이 있다. 비가 조금씩 온다, 산행 내내 맞으면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될 것 만 같다. 마눌은 화장실에 가고 난 판초우의를 뒤집어쓰고 폼을 잡아 보는데 택시한대 멈추고 산꾼이 내린다. "어느 쪽입니까 ?" 하니, 우리와 같은 방향이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 "부여에서 왔고, 식당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왔습니다" 그분은 아래위 비옷을 입은걸 보니 준비를 단단히 했다. 난 오전에는 구름이 끼고 오후에는 개이겠다는 인터넷 일기예보를 굴뚝같이 믿고 배낭에 넣었던 스패츠도 꺼내고, 비 대신에 더운 날씨 대비만 했다. 그래도 판초를 넣어온걸 다행이라 생각한다.

 
 부여에서 온 산꾼

04:00 셋이 함께 출발, 어평재 주유소 맞은편 두 채의 가옥중 첫째집 안으로 들어가 우측으로 돌아 산으로 오른다. 반팔 차림의 쌀쌀함을 판초가 카바해 준다. 비 맞은 수풀에 고인 물은 판초를 타고 등산화 발목으로 들어와서 곧장 양말을 적시어 걷기 시작한지 10분도 안돼서 발가락까지 물기가 들어왔다. 스패츠를 넣어 오는 건데...후회가 막심하다. 잘 다져진 길을 무성하게 자란 풀이 뒤덮었지만 랜턴의 도움과 숙달된 경험으로 발은 등로를 잘도 찾아 무한정 계속되는 오름을 쉬지 않고 오른다. 비는 점점 더 많이 내리고, 등산화는 물로 버걱거린다. 수리봉 창옥봉이 어디인지 모르고 정신없이 수풀을 헤치고 전진한다. 내리는 비속에서도 일출은 어김없이 날을 밝혀 랜턴을 꺼도 길은 잘 보이게 되었고...그래도 오름은 계속되어, 눈앞에 갑자기 나타나는 2중 철조망-국가시설물이 나온다.

 
만항재
05:20 철조망을 우로 빙 돌아 자갈 깔린 정문 쪽으로 갔고 넓은 출입구를 조금 가니 만항재, 414번 도로가 나오고, 왼쪽 건너편에 매점이 보이지만 아직 열지는 않았나 보다. 우측으로 길을 따라 걷는다. 200여m 가니 등로는 우측 숲으로 들어가는데, 우린 비를 핑계로 그냥 도로를 따라 걷는다. 1Km왔을까, "등산로"라 쓴 조그만 안내표지를 따라 숲으로 들었다. 잠시 내리막길에서 마눌 배가 고파 못 가겠단다. 빵을 꺼내 나누어 먹고는 또 행진하면서 부여 대간꾼에게 권한다. "마눌 걸음이 느리니 개의치 마시고 먼저 가십시오"-그래서 그분은 성큼성큼 앞서게 됐고...

 
두어개의 임도를 지나면서 길은 점점 가파르게 오름을 계속한다. 우측에 건물들이 구름에 보였다 말았다 한다. 키가 작아서 그런지 계단 같은 너덜길을 오르면서 판초우의 앞 끝이 자꾸만 발에 밟혀 넘어질 것만 같다. 바람도 불어대기 시작하고...

 
함백산
06:30 사람들이 쌓은 돌탑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드디어 함백산 정상 표지석 앞에 섰다. 정상기념 사진이고 뭐고 비가 오니 귀찮기만 하다.

함백산


길을 내려서니 우측에 철조망이 쳐 있고, 조금 더 내려가니 도로가 있고, 헬기장에 승합차가 정차해있는데, 등산객이 비바람 치는 날씨에 산행엄두가 나지 않는지 그대로 차안에 앉아있다.

길은 계속 내리막...그리고 평탄하게 이어지다 중함백을 오른다. 그리고 평탄한 등산로가 한참을 이어진다.

 
07:05 제3쉼터에 닿았고, 순탄한 내리막길을 25분가서 제2쉼터에 닿았다. 표지판에 누군가 쓰레기를 그대로 두고 갔다-누구보고 치우라고...빈 가스통과 맥주깡통에 이따금씩 떨어지는 빗물이 "땅-" "땅-" 사람을 놀라게 한다. 80m 우측에 샘이 있단다. 이제까지 한번도 물을 마시지 않았고 5리터의 물이 배낭 속에 있으며 비가 계속 내려주니 오히려 물 치울 걱정이다. 바람이 몹시 분다. 추위에 손가락이 시려워 목장갑을 끼었다. 물에 젖드래도 그게 보온이 될성싶다.

이정표

 
제1쉼터이다. 이 밑으로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정암턴넬(기차용)이 지난단다. 길은 점점 오르기 시작하고 봉 정상(은대봉)(08:20) 에 올랐지만 무슨 봉인지 표식은 없다. 이어 헬기장 그리고 완만한 내리막, 우측 저 아래 꼬불꼬불한 도로가 구름에 보였다 없어졌다 한다. 싸리재길이다. 임도 같은 길을 따라 조금 내려오니 문을 해 닫았는데, 옆 개구멍으로 통과해 내려온다.

옆으로


싸리재
08:55 싸리재에 왔다. 왼쪽에 매점이 있는데 불이 켜 있고 김이 나는걸 보니 열었나 보다. 라면이라도 먹을까 했으나 지고 온게 너무 많아 그냥 가기로 한다. 우측에 승용차 한 대 서있고, 아줌마들이 문을 열고 어디까지 갔다 오느냐고 묻는다. "까만 비옷 입은 사람 한 분 갔어요 ?" 부여 대간꾼 소식을 물으니 조금 전 지나갔단다. 넓은 길을 건너 맞은편 임도로 들어섰다. 차가 지나간 자욱, 여러 사람이 걸은 발자국, 군데군데 물에 고인 길을 요리조리 피해 한참을 가니 우측 공터에 두 사람 앉아 요리를 해 먹나 보다. 점점 비는 멋고 날은 개일 조짐을 보인다.
임도를 벗어나 산으로 들었다. 한참을 오른다.

 
금대봉
09:20 안내표지판 "양강 발원봉, 대덕산 금대봉"이라 쓴 금대봉에 왔다.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길은 내리막이다. 이후 "대덕산 금대봉"이라 표시한 프라스틱 표지를 쑤아밭령 까지 가는 동안에 몇 개 더 보았다.
 
 
검룡소 갈림길을 알리는 안내표지판이 나온다. 검룡소는 금대봉과 대덕산 중간의, 지하수가 한꺼번에 솟아 나오는 한강 발원지라 한다.

 낙동강, 한강 발원지

 
09:30 한떼의 사람들을 만났다. 06:00 피재를 출발 했는데, 금대봉이 피재-화방재의 중간이냐고 묻는다. "글쎄요 ?" 다시 부여 대간꾼을 물으니 20여분 전에 보았단다. 건의령 까지 하고 15시 예약한 기차를 타려면 서둘러야 할텐데...
또 나오는 검룡소 갈림길 안내표지판...내려오던 길은 오름으로 이어지고, 다시 내려간다.

 
10:20 쑤아밭령이다. 이름이 왜 "쑤아밭"일까 ? 한국어일까 ? 비단봉 30분, 피재 2시간을 알리는 손으로 쓴 정보가 친근감과 감사의 느낌을 준다. 길은 급경사로 변했고, 바위 위에 올라서서 판초를 벗었다. 추위로 땀은 많이 흘리지 않았으나 판초에 갖혔던 쿨맥스에서는 땀 냄새가 진동을 하면서 바람에 날린다. 그제야 사방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멀리 구름이 흘러가는 함백산, 그리고 지나온 중함백, 은대봉, 금대봉, 싸리재에 닿아있는 도로들...미싯가루를 물에 타 먹고, 흙에 범벅이 된 마눌 바지를 물로 씻는다. 덕분에 물2리터를 치워 짐이 가벼워 졌다. 평탄한 길이 이어지고 산죽밭이 나왔다. 날씨는 점점 개어오고 이제 비는 더 이상 올 것 같지 않다.

쑤아밭령

 
11:05 비단봉 정상이다. 이후 내리막길, 그리고 11:12 눈앞에 배추밭이 펼쳐진다. 배추 심은 농부의 성실함을 밟을 수 없어 밭을 끼고 우측으로 돌았다. 밭 우측 코너에서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왔다 갔다 하다가 그 배추밭을 빙 돌아 비닐 움막을 지나면서 보니 밭 가운데로 사람이 다닐 수 있게 조금 넓은 여분의 골을 남겨 두었다. 농로--시멘트 포장길--우측 농기계보관창고 있는 농로--곧장 밭 가운데-- 산으로 오름--밭의 가장자리를 밟고 쌓아 논 돌무덤들을 지나니 헬기장이 나온다.


12:00 매봉산이 저만큼 보이는 그 헬기장에 자리를 잡았다. 등산화를 벗어 엎어 물을 빼고 양말을 쥐어짰다. 밥을 꺼내 오이지와 함께 맛있는 점심 식사를 했다. 구름은 다시 몰려오고 매봉산도 함백산도 구름속에 갖힌다. 비가 또 올려나 ? 서둘러 짐을 싸고 12:25 출발한다. 이 코스는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았는지, 길이 시원하게 나지를 않았다. 매봉산 정상을 가기 전 왼쪽에서 올라오는 길에 리본이 요란하게 매달렸고, 우릴 그리로 잡아끈다. 그래 정상은 왜가 ?


 
숲속을 내려오니 또 배추밭들. 배추밭 가장자리를 밟으며 농로로 나오고, 다시 집이 서있는 배추밭 우측 숲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길도 나 있지 않은 것 같아 시멘트 포장을 따라 계속 내려선다. 길 주변에 널려 피어있는 수많은 야생화들, 산 속 풍경보다 훨씬 좋았다. 1.5Km를 왔을까 ? "예수원 분수령 목장"을 지나면서 리본은 우릴 숲속으로 끌었다. 잠시 내려서니 다시 포장길로...그리고 조금 내려가니 차가 씽씽 달리는 삼수령(피재920m)가 나왔다.

뒤돌아보는 온길

 
삼수령(피재)
13:17 남들처럼 피재 가게앞에 서있는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마시며 잠시 쉰다.
피재에는 길 동쪽 언덕에 정자하나 서있고 三水亭이라 내 걸었다. 건의령쪽 들머리는 이 삼수정 옆이다. 삼수정 아래 주차장에는 몇 대의 차가 서있었다.

피재
 
12:25 삼수정을 출발, 숲을 걸었다. 5분여 걸었을 때 시멘트 포장길과 만났고(노루메기), 이 길을 따라 2-300m 우측으로 가서 왼쪽 농로 같은 데로 올라갔다.

삼수정


길은 점점 오르고 또 올라 봉에 이르렀고 (13:45) 거기서 평탄하게 더 나아가 945m봉에 다다랐다 (14:05). 내려가는 길이 낙엽과 젖은 흙이 범벅이 되어 매우 미끄럽다. 한참을 내리막과 평탄한 길을 걸어서 14:35 새목이에 왔다. 표지는 없어도 지형상 그곳이 새목이 같은 느낌이다. 오름이 시작되면서 멀리서 사람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려 오는데, 혼자 걸으면서 지르는 소리이다. "어디서 오십니까 ?" 물으니 피재에 차를 두고 어디만큼 갔다 되돌아온단다. "혼자 가는 까만 옷 입은 사람 봤습니까 ?" "네, 한참 됐지요". 15시차 타기 어렵겠는데...걱정이 된다.

길은 적송밭으로 이어지고 계속 오르기만 한다.

 
15:00 961m봉이다. 나무가 우거져 이봉이 제일 높은곳인지, 더 높은곳이 있는지 분간이 안간다. 잠시 내려섰다 점점 오르는 것 같다. 그리고 높은 봉에서 우측으로 서서히 꺾어지며 내려가기 시작한다. 길이 좁아지고 나무들이 진행을 방해한다. 점점 하산이다.

 
15:30 4거리 광장에 왔다. 이곳이 소위 말하는 가짜 건의령이다. 자그마한 표지판에 건의령은 500m 더가야 한단다. 언덕같은 산을 두어개 넘었다. 중간에 너덜같은 돌길도 지나고, 나무들도 우거져 길을 메웠다.


 
건의령
15:41 조금 가파르게 내려서니 비포장 3거리인데 이곳이 건의령이다. 길 한쪽에 포크레인이 멈춰 서있고, 내리막길 왼쪽은 뽑아버린 나무들이 수북히 쌓여있다. 비포장 넓은길을 내려선다. 길가 쫄쫄거리고 내려오는 물에 등산화의 흙을 빨고, 바지 뒤의 흙을 물을 부어 닦아냈다. 20여분 걸어 내려왔다. 오늘 지고 온 물은 빨래하는데 반은 썼고 마신 물은 0.5리터도 안 된다.
 
 
16:00 35번 도로(태백-하장 연결)에 왔다. 우측은 길이 구부러져 와서 다리를 건느게 되고, 버스정류장 표지(돌밭입구)가 길 이쪽저쪽에 있다. 길 건너 왼쪽 30m지점에 "수석식당"이 있다. 이 식당에 가서 물으니 태백행 버스는 15:20과 18:00에 있단다. 히치도 그렇고, 난감하다.
 
 
택시를 불렀다. 20여분 기다리면서 식당에 막걸리를 주문, 반 독에 3,000원을 주었는데, "당귀동동주"하는 당귀냄새 솔솔나고 달착지근한, 술이 아닌 감로주 같은 기똥찬 술이다. 택시를 탔다. "건의령 비포장도 택시가 올라갑니가 ?" 물으니 당연히 간단다-다음 번에는 건의령 까지 택시로 갈꺼다.
택시는 피재를 거쳐 태백에 왔다. 예약된 열차는 18:18분 출발 무궁화인데, 기다릴 시간이 너무 길다.
 
 
역 앞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물으니 "서울 가는 직행" 16:50 출발 한단다. 요금은 무궁화 열차보다 6,600원 더 비싸지만 21:10에 도착한다니 전철을 탈수 있어 좋겠다 싶어 탔다. 영월-제천-원주를 들러 동서울터미날에 간다는 버스에 3명이 타고 꼬불꼬불한 길을 악셀레이터를 밟고 또 밟으니 차멀미가 난다. 영월을 거쳐 제천에 오니 손님들이 모두 내리고 서울 가는 3명을 다른 버스에 인계한다. 동서울터미날에 오니 21:35. 오늘 재미있는 여행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