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9정맥/백두대간

백두대간 26 도래기재-화방재

조진대 2022. 2. 28. 21:08

백두대간 도래기재-화방재 구간 (24.3 Km) (2002.5.18)

 

 

코스: 04:40 도래기재(734m) 출발--05:12 첫째임도-06:00 2째임도-06:55 구룡산(1,345.7m)-08:20 참새골입구-09:15 신선봉-10:17 차돌배기-12:10 깃대배기봉(1,370m)-14:00 천제단(1,560m)-15:45 화방재(1,418m) 도착 (산행시간 11시간 05분)

 

 

교통비: 청량리-춘양 열차 13,300+12,600원, 춘양-도래기재 택시 20,000원, 화방재-태백역 택시 14,000원, 태백-청량리 새마을 18,900+18,900원 계 97,700원

택시호출 전화번호: 춘양 개인택시 송의웅 011-815-8019, 집 054-673-0598, 사 054-672-3277, 태백 콜택시 033-552-0808

 

 

前週에 이어 백두대간 도래기재에서 출발, 화방재를 향한다. 지난주 고치령-도래기재 산행 소요시간과 같아서 맘을 단단히 먹고, 금요일 밤 10시 집을 나섰다. 마누라가 고집을 부려 5호선 종3역 대신 신길역에서 1호선을 갈아타는데, 동대문 종점, 다음차는 창동 종점이라 시간이 지체되어 청량리에 내려서는 아슬아슬하게 23:30발 강릉행 열차를 탈수 있었다. 철도회원카드로 예약을 했기에 망정이지, 그나마도 좌석이 71,72번이었고, 서서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열차 내는 시끄럽고, 몇 젊은이들은 화장실 쪽으로 나가서 매맞기 놀이를 하는 통에 잠을 잘 수 없어 참다못해 열차 내 군기를 잡고는 잠을 청한다. 원주 단양을 거치면서 시끄러운 놈들은 모두 내리고 춘양까지 한적하게 간다.

 

 

역을 나서니 택시 서너대가 서있고, 그중 한 대를 배정 받아 도래기재로 향한다. 택시기사 설명-춘양이 면 단위 래도 국회의원이 6명이나 배출된 풍수지리로 명당임에 틀임 없다고, 자유당때 원내총무를 지낸 모 의원 집이라며 길가의 집을 가르켜 주고, 데모대가 그곳까지 쳐 내려와 보니 국회의원 아들이 농사짓는 농부라 손 하나 안 대고 철수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차를 멈칫한다. 왜 그러냐 물으니 방금 노루가 길을 가로질러 지나갔단다. 산골은 산골인 모양이다. 비가 온 뒤라 길은 촉촉히 젓어 있고, 도래기재에서 4:35 하차를 하여 스페츠를 찻다.

 

 

도래기재

절개지에 설치된 통나무계단과 동아줄을 잡고 오른다. 나무에서 빗물이 후득후득 떨어지니 배낭이 젖어오고 그대로 계속 맞다간 옷이 모두 젖을 것 같아 비닐우비를 꺼내 덮는다. 그래도 길섶 나무 가지는 비에 흠뻑 젖어 있어 바지의 양옆이 젖어온다. 새벽 새소리가 오늘 산행 무사히 하라고 울어준다, "홀딱벗고"를 비롯해서 왼갖 잡새가...날은 밝아오나 구름이 끼어있어 4:50 첫째봉에 올라서야 랜턴을 껏다. 퉁퉁새가 "퉁퉁 퉁퉁" 울어댄다.
       

 

4:57 송전탑이 머리 위를 얕게 지나므로 "이거 스틱을 휘두르다 감전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둥글레 꽃향기가 코를 즐겁게 한다. "아 ! 이 상큼한 공기" 산 정기가 온몸에 녹아 들어오는 것 같다. 5:12 첫째 임도가 나온다. 표지판은 도래기재 1.4Km, 구룡산 3.1Km를 가르키고 길은 비포장 이래도 아주 양호하고 자동차가 올라왔던 자욱이 있다. 비오고 날씨 따듯하니 풀들이 많이 자랐다. 둥글레는 전주보다 2배는 큰 것 같고...철죽나무가 들어찬 철죽밭이다. 꽃은 흐드러지게 피어 일부는 비로 땅에 떨어지고...
       

 

헬기장 그리고 반복되는 긴 내리막과 오름, 마누라는 무아의 경지에 들어선 모양이다. 노래를 하는 것 같은데 무슨 말인지 모를 방언이다-이게 오늘 실성을 하는 거 아닌가 은근히 걱정도 되는데, 기분은 평온한가 보다, 이어지는 방언 노래....
눈앞에 우뚝 솟은 산이 나타난다. 구룡산이다. 산을 향하는 도중 헬기장이 나오고 6:00 2번째 임도가 나온다. 우측의 산골짜기들은 구름에 잠겨있어 사진으로 보는 설악산 풍경 같다. 뒤돌아 보니 지난주 내려왔던, 구름위에 솟은 옥돌봉이 보인다, 우측으로 선달산도...이어지는 철죽 꽃들과 낙화...적막감이 엄습하는 구룡산을 계속 오른다. 이따금 퉁퉁새 울음과 나무를 찍어대는 딱따구리 소리...봉을 왼쪽으로 끼고 오르니 눈앞에 또봉, 또봉 그리고 바위 조각들...

 

 

구룡산

06:55 구룡산 정상 헬기장에 섰다. 태백산과 통신탑이 있는 함백산이 멀리 선명하고, 눈 아래 밭고랑 같이 생긴 폭격기 연습장이 보인다. 소백산쪽은 구름으로 가려 보이지 않고, 남쪽은 구름이요 북쪽은 개어오고 있다. 간식을 먹고는 아무렇게나 서서 또는 앉아서 소피를 본다-누가 보는 사람 없으니...내리막은 완만하고 군데군데 산되지가 밭을 일구어 놓았다. 기온이 낮으니 손이 시러워 목장갑을 낀다, 길 가운데 두릅나무 하나 서있는데, 산꾼 들이 두릅을 따는 건 좋으나 큰 가지를 둘로 쪼개 놓아서 그 나무 살라나 모르겠다. 취나물이 길섶에 무지무지 많다. 하늘은 개었다 흐렸다 반복하고, 태백산 방향에선 퉁퉁새가 "퉁퉁 퉁퉁 퉁퉁 퉁퉁" 마치 무당 굿할 때 징 두드리듯 울어댄다. 긴 하산 길, 까마귀가 무섭도록 크게 울어대고, "저놈이 우릴 보고 기도하고 있나 ?" "까악까악" 우리도 소릴 질러 무서움을 달랜다. 갈 길은 먼데 마누라는 취에 붙들려 걷지를 못한다.

 

 

곰넘이재

8:20 참새골 입구(곰넘이재) 표지판이 서있고, 우측으로 참새골로 향한다. 길은 넓어(방화선?) 경운기가 지나간 자욱이 나있다. 산죽들 그리고 너무나 흔한 취나물, 이젠 뜯는 것도 귀찮아 스틱으로 툭툭 치며 지난다. 8:40 헬기장이다, 다시 간식을 먹는다. 9:00 묘가 나오고, 그리고 허리까지 올라오는 산죽밭, 동아줄을 매놓은 신선봉으로 오름이 시작된다. 비행기 소리가 난다, 공군이 이제 일과 시작을 했나보다.

 

 

신선봉

9:15 신선봉 정상에 올랐고, 경주손씨지묘가 서있다. 잠시 휴식을 하고 하산을 한다. 또다시 이어지는 철죽밭, 산죽 그리고 퉁퉁새 울음...10:00 배고픔으로 간식을 꺼내 먹고는 키만한 산죽밭을 지난다. 고목나무는 썩으면서 서서히 흙으로 돌아가고 있고...

 

 

차돌배기

10:17 차돌배기 표지판이다. 태백 10Km 3:30, 석문동 6Km, 참새골입구 6Km를 기르킨다. 길은 봉을 우측으로 두고 왼쪽으로 꺽이고, 다시 우측에 밋밋한 봉을 끼고 왼쪽으로 서서히 내려간다.

 

 

10:45 깃대봉이라 쓴 표지판을 지난다. 표지판에는 잘못된거 아니냐는 낙서가 있고.. 11:00 1,174m봉을 지난다. 5분을 더가니 자그만 4거리가 나오는데 "바람나그네"가 페트병에 "왼쪽200보 식수"를 써서 매달아 놓았다. 식수가 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 성의에 고마움을 듬뿍 느낀다.

 

 

봉우리로 긴 오름이 시작되고 또 철죽 군락이다. 갑자기 마누라 풀섶을 가르키며 "죽은 껍떼기가 있어" 낮으막히 소리친다. 보니 풀 사에에 웅크리고 있는 산토끼 새끼인데 죽은 척 하고 움직이질 않는다. 귀여운 것 사진이나 박을까 하고 안으려 하니 냅다 도망친다. 오늘 산행 중 처음 보는 동물이다.

 

 

깃대배기봉

군 방어선 같은 길을 지그재그로 한참을 올라 12:10 깃대배기봉에 도착한다. 우측으론 두리봉이 있고, 태백산이 4Km 남았단다. 여기서 15분간 김밥으로 점심을 한 후 다시 출발한다. 길은 평탄한 녹색의 장원이 이어진다. 산돼지는 여기에도 밭을 갈아 놓았고... 갈아놓은 흙 위로 사람 발자국이 하나 있다. 지난지 얼마 안 되는 것 같은데 우리보다 앞서가는 꾼이 있는 것 같다. 산죽과 자작나무 군락, 그리고 가끔씩 철죽, 하늘은 구름과 맑음이 반복되고, 30여분 평원을 지난 후 서서히 오름으로 변하고 다시 평원이다.

 

 

부소봉을 우측으로 올려다 보면서 왼쪽으로 수평이동 한다. 앞에 구름으로 뿌옇게 가린 태백산이 올려다 보인다. 서서히 오르면서 비행기 타면 느끼듯 귀가 뚫린다. 언제나 기온이 낮은 태백은 철죽 봉오리가 나올 생각도 안하고 있다. 저러다가 다음주 철죽제 때 꽃구경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진달래가 만발하여 철이 늦음을 보여준다. 깃대배기봉 이후 취 구경하기가 어렵고, 그 대신 태백산에서 간간히 곰취를 볼 수 있었다. 까마귀 한 마리 구상나무 위에 앉아 동무하자 울어대어, "까악 까악" 소리지르니 "별 싱거운 사람" 하면서 날라 간다.

 

 

태백산

14:00 천제단이다. 무속인이 술을 부어 엎드려 절을 한다. "이 나라를 잘되게 하여 주옵소서" 뇌이면서...이곳저곳 등산객들이 모여 앉아 점심을 한다. 천제단, 장군봉을 지나 유일사 방향으로 하산을 한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주목은 수명이 다해 가는지 하나같이 시멘트 옷을 입혀놓아 사진 찍을 맛이 떨어진다. 한참을 비에 젓어 미끄러운 돌길을 내려서서 유일사 입구 화물 케블카 자리에 오니 한 산꾼 나침반과 지도를 보고 있어 대간을 타느냐고 묻고는 우리 앞에 지나온 꾼 인 것을 알았다.

 

 

화방재

사갈치를 넘는데 비가 후두득 거린다. 그 꾼은 우비를 꺼낸다고 우리보다 뒤 처지고, 15:20 산영각을 지나 가파른 자동차 길을 타고, 농장이 나오기 전 넓게 갈아놓은 밭을 가로질러 봉을 하나 넘고는 15:45 어평 주유소 서쪽 담을 끼고 화방재(37*07'11.9" 128*54'06.2")로 내려섰다.

 

 

택시를 불러 역까지 부탁했다. 16:27분 출발하는 무궁화호를 탈려고 뛰었는데, 입석밖에 없단다. 역앞 식당에서 막걸리와 식사를 하는데, 곰취를 한접시 준다. 그향기에 젖어 한 접시 더 먹고, 곰취를 판다는 행상에게 2,000원씩 주고 2묶음을 샀다.

 

 

17:53 출발하는 새마을호 편으로 청량리로...조용한 열차 내에서 코를 골고 잤다. 기분 좋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