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9정맥/백두대간

백두대간 25 고치령-도래기재

조진대 2022. 2. 28. 21:07

백두대간 선달산-옥돌봉 구간 (2002.5.11)

 

 

코스: 03:50 고치령(760m)출발-4:50 미내치(820m)-6:00 1096m봉-6:30 마구령-8:30 봉황산3거리(966m)-8:50 늦은목이(800m)-10:00 선달산(1,236m)-11:55 박달봉-13:15 옥돌봉(1,242m)-14:10 도래기재 (산행시간 10시간 20분)

 

 

교통비: 청량리-풍기 10,100+10,600원, 풍기-고치령 택시 30,000원, 도래기재-춘양역 택시 25,000원, 춘양-영주 기차 5,200+5,200원, 영주-청량리 기차 11,300+11,300원 계 108,700원

 

 

일요일 향우회를 리드하여 대야산 용추계곡을 가기 때문에 자유인클럽과 함께 못하는 대신 단독 산행을 계획, 금요일 23:30 청량리 출발하는 기차를 탔다. 기차는 죽령직전 턴널에서 기관고장을 일으켜 몇 분 지체 됐고 풍기에 내리니(03:00) 택시가 즐비하게 서서 "산에 안 가세요?" 말을 걸어온다. "갑시다" "고치령 얼마요 ?" "3만원입니다" 들은 풍월이 있어서 "고개 마루까지 비포장 험한 길인데 가나요 ?" "예 갑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호사스럽게도 택시를 타고 어둠이 쫙 깔린 풍기를 벗어나 부석사행 표지판을 보면서 좌석리를 지나 울퉁불퉁 비포장인 고치령에 3:50 하차를 했다. 운전기사에게 산신각에서 내려 달라고 했더니, 여기어디 산신각이 있는데요 안 보이네요 한다. 좌우지간 고개 마루에는 공원관리공단에서 세운 이정표가 서 있어 산신각은 보이지 않으나 들머리는 쉽게 찾았고 랜턴을 비추며 산행은 곧 시작되었다.

 

 

고치령 

이정표에는 고치령의 높이 760m, 늦은목이 13.9Km, 비로봉 14.1Km를 알린다. 늦은목이 까지는 소백산 국립공원 영역이므로 안내 이정표가 잘 세워져 있다. 2-3개의 헬기장을 지나 04:15 960m봉에 올랐고 길은 내리막으로 이어지고 철죽은 만개 되어 잎을 하나둘 땅에 떨어뜨리고 있다.

 

 

갑자기 마누라의 후래쉬가 불이 나갔다. 램프가 끊어진게 틀림없다, 그래서 LED랜턴 한 개로 앞뒤로 번갈아 비추면서 둘이서 산행을 한다. 3-4개의 봉을 지나는 동안 산새들이 새벽 인사를 해대고 날은 서서히 밝아와서 4:40분 경부터는 길이 어렴풋이 보이므로 랜턴을 끄고 어둠에서 길 찾는 훈련을 한다.

 

 

미내치

4:50 갑자기 조그만 산길 4거리가 나오며 안내판에 미내치 820m 라 박혀있다. 다시 봉우리 그리고 내리막이 이어지고, 고요한 적막속에 새소리만 들린다. 이럴 때 몸이 산 정기를 받아 평화로와 지나보다. 노래를 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떠오르는 게 신라의 달밤이라 중간까지 하다 멈춘다-가사가 생각 않나서. 노래 소리에 화답을 하느라 "퉁퉁"새는 멀리 왼쪽에서 "홀딱벗고" 는 뒤쪽에서 울어댄다. 새벽녘이라 시원한 바람이 추위를 느낄 정도로 불어 땀은 별로 나지 않는다. 취나물이 보이므로 마누라는 그걸 따느라 쉴새없이 허리를 굽힌다, 그게 쉬는 거라나 ?

 

 

 

5:30 작은 헬기장을 지난다, 안내판에는 늦은목이 8.7Km, 고치령 5.2Km를 가르키고...벌써 5K나 걸었다. 5:45 구름위로 해가 떠올랐다, 그리고 6:00 1,096m봉에 올랐고 길은 평탄한 내리막이다. 곰취다, 전주 묘적봉 산행 때도 곰취 하나를 보더니...다시 헬기장을 지나면서 햇살은 눈부시게 비추기 시작했고 긴 하산이 이어진다. 6:30 길이 앝은 낭떨어지와 만나고 비포장 도로로 이어진다. 마구령이다.

 

 

사람은 안 보이는데 경찰차와 작은 트럭 2대가 주차되어 있다. 트럭한대는 문을 열어 놓은 채로.. 이거 산불방지 출입금지 기간인데, 새벽부터 단속을 나왔나 ? 마음속으로 은근히 두려워 지고, 손에 쥐고 있던 취나물을 얼른 배낭 속에 감춘다. 길은 급하게 오름이고 6:40 봉우리에 있는 큼지막한 헬기장에 도착했는데 빨간 기를 하나 세우고 한 사람이 있다.

 

 

"안녕하세요 ?" "헬기가 올 껍니까 ?" 너스레를 떨으니, 80여세 할머니 3분이 어제 나물을 뜯으러 산에 들었는데 실종되어 찾으러 나왔단다. "올라가면 사람 많을 껍니다" 하면서 할머니들을 만나면 전화로 알려 달란다. 재수 좋게 우리 눈에 띄어라 마음속으로 빌면서 산길을 내려가고 오르고, 선달산 6.8Km 안내판을 보면서 내려가고 오르기를 수없이 반복하며 헬기장을 또 지난다. 4명의 구조요원이 산기슭에 안아 "어이" 하고 소리를 질러 할머니들을 찾고 있다. 그리고 끝없는 내리막을 완만히 내려오고, 솔밭에 들어가니 바람은 시원하고 아침햇살이 눈부시게 비춘다. 왼쪽 나무들 사이로 선달산이 길게 올려다 보인다. 십 수명의 구조요원들이 온다, 갈색 옷을 입은 119 요원도...        

 

 

길은 다시 올라 8:30 봉황산 3거리 (966m)에 올랐다. 안내판은 늦은목이 1Km, 선달산 2.9Km, 비로봉 27Km를 가르킨다. 왼쪽 선달산이 높게만 보인다. 이제 내려가면 밑에서부터 저 산을 올라야 한다고 생각하니 맥이 탁 풀린다. 그러나 어차피 지나야 할 과정, 마음속으로 위로를 한다, 시간이 가면 저 산을 지날 것이라고...

 

 

늦은목이

가파른 하산을 한 후 고개 마루에 닿았는데 (8:50) 늦은목이 (800m)이다. 많은 표지가 나무에 다닥다닥 붙어 우측 생달 방향 탈출로를 가르키고, 국립공원 안내판이 서있다 (선달산 1.9Km). 낙엽송 밭이다. 선달산은 중턱까지만 보이는데도 까맣게 높게 보인다. 오름이 시작되면서 아름드리 적송이 쭉쭉 뻗어 춘양목의 위세를 자랑한다. 중간정도 나무를 안아보니 두 팔이 모자란다.

 

 

춘양역에서 보았지만 이부근 태백, 춘양 지방의 적송이 춘양을 거처 반출되므로 "춘양목"이라 이름 붙여지며 궁궐, 사찰을 지을 때 사용된단다. 황장산의 황장목과 더불어 한국산 양질의 적송이다.

 

 

마누라에게 "배낭의 물 쫌 꺼내" 해도 멍하니 서있기만 한다. 너무나 힘이 들어 다리 관절에서는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스프레이 파스를 꺼내 어깨, 허리, 허벅지, 종아리, 무릎관절, 엉덩이 관절에 뿌려댄다. 스프레이를 뿌리면 아픈 게 없어지니까...

 

 

선달산

선달산은 왼쪽으로부터 길게 이어진 능선인데, 왼쪽방향에서 사람소리가 들린다. 나물을 뜯으러 온 사람들인가 ? 지루한 오름 끝에 드디어 10:00 선달산 (1,236m)에 도달했다. "구름나그네"의 안내 표지기 등등, 뜯어 한쪽으로 버린 산불감시초소, 그 자리에 세워진 이정표, 산 위쪽의 나무들은 아직 잎이 덜 나와서 그늘을 만들지 못해 햇빛은 따갑기만 하다. 철죽도 늦은목이 까지만 있으나 선달산으로 들어와서는 구경하기가 힘들다. 있다해도 망울이 지기만 했을 뿐 아직 피지는 않았고...박달령이 2시간 거리란다.

 

 

배가 고파온다. 간식으로는 허기를 면할 수 없을 것 같아 점심을 하자고 자리를 찾는데, 그늘이 없으므로 하산을 하는 도중 10:10 길가에 앉아 10분 동안 김밥을 먹는다. 노란 꽃의 화원이다. 10:30 앞쪽에서 한 사람이 뛰다시피 걸어온다. 너무나 반가워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니 그쪽에서도 우릴 알아보고 "어 ! 자유인에서 뵌 분들" 그도 일요일 볼일이 있어 하루 먼저 혼자 산행을 하는데, 6시 봉화에 차를 대고 버스를 탔더니 8시가 되어 도래기재 하차를 하고 2시간 반만에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 40분 걸린다는 버스시간을 믿지 말라고...내 계산으로 4-5시간 코스인데 어떻게 그리 빨리 왔는지 "날러 왔나보다" 그로부터 춘양의 택시회사 전화 번호를 알았다 (054-673-4123). 한참을 내려오니 눈앞에 커다란 헬기장, 그 위에 주차한 트랙터, 자가용 승용차들, 그리고 산신각,

 

 

박달령

11:55 박달령에 도착했다. 한 떼의 사람들이 산신각 옆 그늘에 앉아 식사를 하고있고 "식사하고 가세요" 하면서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아마 미친 사람 아닌가 했을 게다. 고치령에 있다는 산신각이 이곳 박달령으로 왔단 말인가 ? 산신각 옆에 선 아름드리 나무엔 각 산행표시기를 서낭당 색깔부적 처럼 들러쳐 놓았다. 누군가 표지기를 한데 모아 그리 묶어 놓았으리라. 산신각에 어울리는 방법이다.

 

 

작은 산언덕을 몇 개 지나고 옥석봉 오름을 시작한다. 이제 이 봉만 넘으면 오늘 산행을 끝나는데, 그놈의 오름은 왜 그리 지루하고 힘이 드는지. 발바닥이 아파 온다. 물집이 안 생긴 것만도 다행이라 여기며 발에 감사를 드린다. 산행이 끝나면 깨끗한 물에 담구어 발을 위로 해주어야겠다.

 

 

지겨운 오름 끝에 13:05 3거리에 도착했다. 우측으로 옥돌봉, 주실령-왼쪽으로 옥석산 이란다. 옥돌봉이 옥석산 이라고 들었는데, 서로 다르단 말인가 ? GPS가 왼쪽으로 가라고 지시한다.

 

 

옥돌봉

13:15 햇빛이 짱짱 내려 쏟는 옥돌봉(1,242m)이다. 그리고 저만치 노오란 지도판에는 옥석산이라 써놓았고... 지나온 선달산이 뿌연 안개 속에 아스라히 보인다. 하산을 한다. 우측 아래 멀리 서벽이 보이고...긴 하산을 한다. 왼쪽 앞 능선에는 춘양목이 동양화폭 처럼 늘어서 자라고..

 

 

도래기재

철죽 턴널을 지나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하산을 거듭한 끝에 14:10 도래기재에 도착했다. 오늘산행거리는 24.3 Km (실거리 45Km)이다. 재를 내려서기 전에 두릅을 따고, 재에 서있는 간판의 "백두대간 식당"에 연락하여 차라도 얻어 타려니 차가 외출하고 없단다.

 

 

택시를 부르니 에누리없이 25,000원, 좀더 서벽 쪽으로 내려가서 턴넬 공사하는 공터(2개의 장승이 서있는)에 앉아 택시를 기다리며 세수를 하고 발을 씻는다. 물이 무척 차다. 지나는 차는 띠엄띠엄 있으나 태워줄 것 같지는 않다. 작은 우유배달 티코 아줌마는 나물을 뜯고 가는지 쳐다도 안보고..

 

 

택시기사는 예정시간에 우릴 태우고 화창 상쾌한 봄 날씨를 즐기며 춘양역에 내려 주었다. 맥주를 마시고 싶은데 역 부근에 술을 구할 수가 없다. 청량음료, 커피 자판기와 좀 떨어진 다방 외에는...

 

 

3:39분 기차로 영주로(5,200원), 영주 역에서 겨우 맥주 한 캔을 살수가 있었다. 4:39분 기차로 청량리(11,300원)(밤8:36 도착)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