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9정맥/백두대간

백두대간 18 은티마을-희양산-은티마을

조진대 2022. 2. 28. 20:57

희양산 (998m) 2002.8.17

 

 

5시 집을 출발하여 중부고속도로 증평 IC에서 나와 괴산을 거쳐 이화령으로 향했다. 길은 이화령과 3번 국도 문경으로 갈라진다고 예고하고, 2번째 예고안내가 나오는 데가 연풍이다. 까딱 연풍을 지나칠 뻔했는데, 가게들 간판에서 "연풍XX"들을 읽어 연풍 인줄 알았다. 급히 핸들을 돌려 우측 마을 길로 들어서고, 길을 물어 은티마을로 향한다. 차량이 교행 하기 어려운 좁은 길을 4Km 정도 들어가니 마을 유래 안내판이 있고 차량출입금지라고 썼다. 그러나 계속 들어가니 다리와 가게집 직전 버스를 돌리는 조금 넓은 장소가 나오기에 한 귀퉁이에 방해주지 않도록 주차를 했다. 우리 외에 울산과 충북번호의 차랑 2대가 서있고, 잠시 후 버스가 들어와 사람을 태우고 나간다.        

 

 

은티마을

자그만 마을은 다리를 건너면서 시작되고 10여가구가 산재해 있는 것 같다. 집을 짖는지, 도로를 내는지 공사차량 소리가 웅웅 거리고, 동네 길은 부채살 처럼 퍼져 있어 어느 길이 어느 골로 연결되는지 어지럽다. 이곳까지 오면서 비는 내리다 말다 했는데, 은티마을은 비는 지나갔지만 길은 젖어 있고 오늘 목표인 구왕봉, 희양산은 구름에 가려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 동네 사람에게 길을 물었다. 좌측의 한 부분만 보이는 것이 희양산이고, 전방 약간 왼쪽이 구왕봉, 우측 잘룩한 부분이 은티재라고 한다. 은티재에서 부터 시작하면 683m봉을 넘어 왼쪽으로 호리골재-구왕봉-지름티재-희양산으로 가며, 그러면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아 호리골재부터 시작 하기로 작정한다. 3명의 노장들이 승용차에서 내려 곡괭이를 하나씩 들고 산으로 향하면서 희양산을 갈려면 자기들을 따르라고 한다. 이들을 믿었다간 낭패볼 것도 같아 나대로 판단하여 길을 찾기로 한다. 동네에 서있는 등산 안내판은 "마분봉"에 대한 것뿐, 악휘봉이 왼쪽에 그려있는걸 보면 마분봉은 아주 우측에 있는 산인 것 같다.        

 

 

8:30 출발, 다리건너 나오는 왼쪽 갈림길은 시루봉으로 향하는 길인 것 같고, 우측 동네 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은티재 또는 다른 데로 가는 길 일거고, 마분봉 안내판 왼쪽길(직진길)로 50여m 들어가서 신축중인 집을 지나면서 길을 물었다. 50여m 전방에 걸린 플랑카드에서 왼쪽으로 가야 희양산이라 일러준다. 플랑카드를 지나면서 왼쪽도 오른쪽도 아닌 직진으로 가면서 꼬리표가 나타난다. 평지 산길은 주변의 잔뜩 물먹은 풀과 나무들로 바지와 등산화를 적시고, 질퍽대는 길을 따라 좀 오르니 인기척이 나는데, 보니 곡괭이를 들은 노장들 앉아 쉬면서 계란과 소주를 마시고, 내게도 권한다. 그들을 지나 좁은 나무사이 길을 헤집으며 리본표시를 주의하면서 능선으로 오르니 묘가 나타난다(9:25). "안동권씨" 묘인데, 이곳에서부터 백두대간 코스에 끼어 들었다. 묘에서 요란스레 나붙은 리본을 따라 왼쪽으로 들어섰다. 구름속 길이라 전망이 좋지 않고, 각종 버섯은 우후죽순처럼 돋아 났는데, 식용은 찾아 볼 수가 없고, 겨우 안다는 게 싸리버섯이다. 길옆에 태어난지 얼마 안돼 보이는 영지버섯. 조금 더 가니 다시 영지버섯, 이번 것은 조금 더 크게 자랐다.

 

 

구왕산

구름 속 오르막 길을 한참을 오르니 평평 넓적한 바위가 나온다 (마당바위 10:10). 그리고 조금 더 올라 구왕봉 (871m, 10:18)에 올랐다.

구왕봉은 원래 구룡봉이라 했는데-신라 헌강왕때 지장대사가 희양산 밑 봉암사를 창건할 때 산밑에 사는 9 마리 용을 구룡산으로 쫒아내고 절을 창건했다 한다. 날씨가 맑으면 이곳에서 보는 희양산의 허여멀건 조망이 일품 이라는데..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잔뜩 낀 구름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이곳에서부터의 내리막길과 희양산 암릉 오름길이 걱정된다. 좋은 날이라면 릿지 하듯 하면 되겠으나 물기를 흠뻑 먹은 바윗길은 위험스럽기 때문에... 하여튼 부딛쳐 보자, 멋모르는 일행은 가면 되지 뭐가 걱정이냐고 날 부추긴다. 그래 가보자. 구왕봉에서의 내리막길은 생각했던 것 보단 다른 산에 비해 어렵다거나 위험스럽지 않다. 인터넷에 올린 글들이 조금은 과장된게 틀림없다. 10:40 지름티재에 내려섰다. 왼쪽은 은티마을에서 올라오는 길이고 우측으로의 내리막은 봉암사로 향하는 것 같은데, 나무를 쌓아 길을 막아 놓았다. 4거리를 지나 조금 오르니 큰 바위가 놓여있는 바위 골목이고 이곳을 지나 5분여 가니 경사 40도는 됨직한 소위 말하는 전차바퀴 자욱 같은 바위 오름길이 보인다. 물은 이 길을 따라 졸졸 흘러내리고, 스틱을 접어 흐르는 물에 흙을 씻어 배낭에 꼿았다. 물이 흐르지만 미끄럽거나 위험하지 않았다. 얼음이 얼어 있드래도 갈만은 하겠다. 20여m 의 바위길을 올라 사방을 보았다. 잔뜩 긴 구름 사이로 왼쪽에 다른 암릉 길이 있는 것 같고, 우측 나무사이 흙 길에 표지리본이 보인다. 발자국을 따라 작은 계단이 만들어져 있고, 오르는데 아무 위험이 없는 것 같다. 다만 가끔 나오는 바위 오름도 여늬 산의 조금은 힘든 그런 수준에 불과 했다. 어디쯤 그 아찔하다는 암릉 오름이 있나 ? 눈을 씻고 찾아도 안 보인다. 오늘 그 아찔한 코스를 탈려고 별렀는데, 이거 너무 싱겁다. 벌써 오름은 끝나고 정상으로 갈라지는 길이다.

 

 

희양산

왼쪽은 대간길이고 우측으론 정상 방향이다. 여기까지 와서 정상을 지나친다는 건 말이 안 되어 조금 오르니 넓은 평평 바위가 이어지고, 정상표지가 있나 하고 계속 나아가 보지만 평평 바위만 있을 뿐 표지가 없다. 11:35 바위에 앉아 짐을 풀고 물을 끓여 라면과 만두를 먹는다. 맥주와 양주도 마시고, 전투식량 (냉동건조 야채비빔밥)에 더운물을 부어 불려 먹으니 개밥을 먹는 것 같아 반도 못 먹고 버린다 (라면과 만두를 먹었으니 더 어디로 들어갈까)-비상시엔 먹을만 하겠다. 바람이 불어 조금 춥다. 짐을 꾸려 하산한다.        

 

 

시루봉 방향으로 향해 대간길을 내려서고, 조금 가서 성을 만난다. 길이는 30여m 이어지는데, 신라때 왜 여기에 산성을 쌓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산성이 끝나고 좀더 내려오니 길은 Y자로 갈려진다. 우측은 대간길 시루봉-이만봉 방향이고, 우린 여기서 왼쪽으로 접어들었다. 20여m 앞 개울 건너편에 3명의 젊은이들이 짐을 끄리고 있다. 그들에게 가서 말을 붙인다. 대간을 탔냐고? 버리미기재에서 시작하여 이곳에서 1박을 했고 은티마을로 내려 갈려고 한단다. 그들 숙박한 자리 주변에 곰취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그들이 묻는다, 그게 무었이냐고 ?, 곰취로서 취중에 으뜸이라 했더니 반은이 시큰둥 하다.

 

 

은티마을로의 하산길은 개울로 이어지는 게 아니고, 오른쪽 얕으막한 언덕을 넘어 시루봉을 트래바스 하듯 길이 나있고, 리본 표지들이 걸려있다. 옆으로 가든 길은 가파르게 내려 꽃히고 계곡물과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한다. 짐이 무거운 그들을 뒤로하고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여 물가로 가서는 발가벗고 온몸을 물속에 담갔다. 시원하다. 냉수에 샤워를 하면 추위를 느끼는데, 그냥 시원하기만 하다. 옷을 주워 입고 또 하산이다.

 

 

50여m 내려오니 계곡가에 철망을 쳐놓고, 식수 취수 공사를 한 것 같다. 이곳에서 바위 돌들을 건너 풀이 자란 길로 접어들었는데, 뱀이 지나갔다고 놀라워들 한다. 취수시설이 있고, 길옆 개 복숭아 나무엔 다닥다닥 복숭아가 붙어 가지 마져 찢어져 있다. 마침 오는 나무주인 아줌마에게 허락을 받어 복숭아 를 조금 땃다. 산밤나무엔 자그만 밤송이들이 수없이 붙어 있고...
       

 

그리고 15:15 다리께로 와서 아침에 두부 만드는걸 보아둔 할머니에게 와서 자가 두부와 막걸리를... 쉰 김치와 같이 먹는 두부 맛이 기 막히고 좋았고, 충주에서 왔다는 3명의 등산객과 마분봉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한잔, 차를 몰아 연풍을 지나 왔던 길을 되짚어 서울로, 9시 집에 도착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