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9정맥/백두대간

백두대간 15 밀재-대야산

조진대 2022. 2. 28. 20:53

백두대간 밀재-대야산 (2003.02.23)

 

 

산행:2 (마눌과 짐)


코스: 벌바위 돌마당식당(08:05)-밀재(09:35)-대야산 정상(10:45)-돌마당 식당(12:55)

 

 

새벽 3:30 기상하여 4:00 집을 나선다. 서울은 비는 멎었다, 그러나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면서 군데군데 거센 눈발이 달리는 차창문으로 뻘려 들어온다. 증평IC를 나와 증평 시내로 들어가서 화양계곡 팻말을 따라 고개를 넘는다. 염려했던 눈은 없지만 혹시라도 얼음이 있을까 봐 조심조심, 화양계곡 입구에서 좌회전하여 계속 달리다 자연학습장앞 다리를 건너 좌회전하여 버리미기재로 향한다. 장소에 따라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도 비가 눈과 섞여 내리기도 하지만 길은 이제까지 좋았는데, 버리미기재 아래 작은 다리에서부터 눈이 하얗게 덮혀 있고, 차 지나간 자욱이 없다.
       

 

속도를 조금 내어 고개를 오르는데, "어 ?" 나가질 않는다. 헛 바퀴를 돌므로, 후진을 해서 다리에서부터 다시 출발, 계속해서 헛 바퀴를 돌지만 그래도 조금씩 왱- 큰 엔진소리를 내면서도 전진을 하기에 20여분 서서히 고개를 올랐다. 평평한 지점에 와서 차를 세우고 바퀴를 보니 괜찮은데, 차 밑을 보니 오일이 끓어 쏟아진다. 언젠가 소백산에 갔을 때도 그랬는데, 장시간 쉬지 않고 운전해서 그런가 보다. 소피를 본다. 지나는 차가 없으므로 내 맘대로다.
       

 

고개정상에 오니 내리막길은 경사가 더 심하다. 조심조심, 농장앞에서 되돌린 차 자욱이 있다. 내려올수록 길엔 눈이 없고, 벌바위 대형 주차장입구엔 동해에서 온 버스(오늘 같은 코스를 산행하기로 한 팀)가 정차해 있다. 용추계곡 돌마당 식당에 차를 세우고 (07:40) 비빔밥으로 아침을 한다.

 

 

간간히 뿌리는 눈을 맞으며 용추폭포를 지나 계곡을 건느려니 비로 물이 불어 건늘 수 가 없다. 차거운 물에 맨발로 들어가기 싫다. 내를 건느지 않고 우측으로 나있는 작은 길을 따라 가다가 아무래도 내를 건너야 겠기에 돌다리를 건너뛰고 눈 덮인 바위돌을 올라타고 산죽 숲을 헤치고 왼쪽의 주 등산로로 접어드니 바로 나타나는 월영대. 그럴 줄 알았으면 우측으로 조금만 더 가면 월영대로 쉽게 올걸 괜한 고생만 했다. 오늘 기분이 이상하다. 뭔가 엄습해 오는 두려움....

 

 

월영대에서 좀더 올라 밀재-대야산 갈림길 (09:20)에서 밀재로 향한다. 산죽이 길을 덮고 있어 스틱으로 산죽잎의 눈을 털어내며 전진에 또 전진. 2-3센티 쌓인 눈을 헤치고 나아간다. 이것도 럿셀에 해당 ? 이코스 산행계획이 있는 동해팀은 다른데로 갔나 ? 발자국이 없다.

 

 

밀재(09:35)

밀재에 섰다. 왼쪽은 통시바위, 오른쪽은 대야산을 가르키는 안내판, 찬바람이 세차게 동쪽에서 불어온다. 고개 마루는 얼음으로 덮혔고, 나무가지들은 얼음코팅을 했다. 윗쪽으로는 안개가 덮혔다. 바람을 피해 아이젠을 차고 목장갑을 끼었다. 2주전 없던 길은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기에 자욱이 났고, 또 올라간 기온으로 양지쪽은 녹은 위에 어제 내린 비가 얼음으로 덮히고 그 위에 2-3센티 눈이 덮혀 미끄럽다. 바위는 전체가 얼음으로 싸여있어 아이젠을 했어도 미끄럽다.

 

 

10:00 코끼리 바위이다. 나뭇가지들은 얼음으로 코팅한 위에 상고대가 칼날처럼3-6센티는 달여있어 비온 뒤 부지런한 사람이나 볼 수 있는 장관을 연출한다. 곳곳에 얼음의 무게로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떨어진 고드름처럼 부걱거린다. 어디선가 나무 쓰러지는 소리가 산 계곡을 울린다. 그 소리는 유쾌한 소리가 아니고, 마지못해 부러지는 나무의 신음이고 이를 맞아 부딛치는 이웃 나뭇가지들의 암울한 울음이다. 얼음의 무게로 활처럼 휘어진 나무가지 사이를 지나칠려면 배낭에 걸린 나무 가지들이 부러져 내린다. 너무 미안하다 나무들한테...너무나 추워 잠시 더운 커피를 마신다.

 

 

대야산 정상 바로 밑, 암릉길이다. 3-4센티 굵기 동아줄은 두께1센티는 됨직한 얼음으로 온통 코팅되어 손으로 잡을 수가 없다. 정상을 올라가서 그 다음 지나갈 100미터 로프길이 걱정된다. 마눌 "신문에 날 일은 하지 맙시다" 은근히 겁을 주는 바람에 나도 주눅이 들어온다. 정상은 2-3년전 갔었으니 안 가도 좋지만 버리미기재 까지 갈려면 정상을 지나야 하는데, 그 다음 길이 두렵다. 그래 내려가자, 차기를 도모하는 거다, 날 좋을 때에...

 

 

한참을 머뭇거리다 마지못해 왔던 길로 하산을 한다. 목 장갑이 젖어 손가락이 동상 걸리는 것 같다. 두툼한 가죽장갑을 꺼내 끼어도 이미 얼은 손가락은 통증으로 펼 수가 없다. 밀재로 가는 길과 갈라져 왼쪽으로 접어들어 경사길을 내려서고 3거리 갈림길과 만나서 내려오는데, 한패의 대구에서 왔다는 등산팀이 지난다. 다시 서울서 왔다는 등산팀들...

 

돌마당으로 왔다. 도토리묵과 동동주 한 옹기로 중도포기의 안타까움을 달래고, 15시경 서울로 출발, 중간에 몇 번이고 차를 세워 소피를 본 후 집에 오니 17:45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