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9정맥/백두대간

백두대간 20 이화령-하늘재

조진대 2022. 2. 28. 21:00

백두대간  이화령-하늘재 18.4Km (2002.10.26)   

 

     

산행:
이화령(07:00)-조령산-신선봉-깃대봉갈림길-삼관문(11:00)-마역봉-부봉밑-월항삼봉-하늘재(15:35)-미륵사지(16:00)

       

 

2:40 기상하여 3:00 집을 나섰다. 함께 백두를 타온 마눌은 바쁘다고 차에서 기다리면서 일을 하려고 가방과 작은 밥상을 가지고 차에 타서는 잠만 잔다. 비 내리는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증평IC를 나와 괴산에 오니 6:00, 불 비치는 식당을 찾아 올갱이 해장국을 한 그릇 비운다. 이른 아침인데도 식욕은 왕성하다.

 

 

이화령

이화령에 오르니 비와 자욱한 안개에 바람 또한 세게 분다. 방수 등산화, 윈드 쟈켓, 비닐우의에 우산을 들고 이화령(529m) 동쪽 들머리로 갔다. 대구 번호 승합차 한 대 서있고 5-6명의 등산객이 능선으로 오른다. 우측의 비스듬한 길을 따라 완만하게 올라갔다. 비는 그치는지 안개 속에서 한두 방울, 나뭇가지에 맻혔던 물방울이 떨어지는지...땀도 나고 해서 우산을 걷고 쟈켓과 우의를 벗는다.

 

 

조령산

헬기장 같은 공터를 지나고, 조령샘터에 와서 한 바가지 물을 마시고는 조령산 정상(1,028m)에 도착한다(07:55). 싸래기 눈이 오는둥 마는둥 비듬 떨어지듯 날린다. 날씨가 차가와 지고 바람 또한 거칠어진다.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은 통나무 계단이 있어 어렵지 않았다. 경사진 길을 한참 내려오고 다시 슬슬 오르는데, 바위는 물이 흠뻑 먹어 미끄럽기 그지없고 암릉을 피해 요리조리 돌고, 피하지 못하면 치고 오르고, "말바위"를 지나 신선암(937m)을 지났다. 

 

 

내려가는 길도 밧줄을 잡고 여간 미끄러운 게 아니다. 앞쪽에 사람하나 올라온다. 반가워 "안녕하세요?" 하니 "어디서 오세요?" 묻는다. "이화령 7시 출발했습니다" 답하니 "길은 제대로 찾은 거야" 하면서 앞쪽의 3명에게 말한다. 알바를 했나 ? 그들은 경사진 내리막에서 가느다란 밧줄하나를 잡고 내려 뛰어야 한다고 씨름을 하고 있었다. 앞이 막히니 잠시 서서 기다렸다. 그때다, 두 번째 사람이 바위를 트래바스 하려다 미끄러져 경사진 바위위에 엎으러 지고 무릎으로 몸을 받치고 안 떨어지려고 바들바들 떤다. 잽싸게 옆으로 건너가서 스탠스에 서서 그 사람이 뻗힌 스틱을 잡고 위로 당겨 주었다. 서로 손을 잡고, 죽은 나무뿌리에 손을 잡게 하고는 무사히 일어섰다. 위험 천만 이었다. 그대로 주르륵 미끄러지면 안면과 몸에 찰과상을 입었을 께다. 조령넘어 안부에서 자고 출발했는데, 하늘재 까지 갈수 있을까? 걱정을 한다.

       

 

그들을 뒤로하고 행진한다. 연이어 나오는 밧줄, 날고 기는 사람 이래도 오늘 같은 날엔 밧줄에 의지해야 했다. 무지무지 긴 밧줄의 연속, 맨손으로 그걸 잡고 내려오자 손바닥 물집이 잡히고 물집 껍질을 띠어 버리니 쓰리다. 바위 오름은 미끄러워 아래로 우회한다. 목이 마르다, 사과를 하나 꺼내 껍질을 벗기고 먹는데, 푸석푸석, 먹는 노력이 아깝다. 두어 시간 암릉 길과 싸우면서 오니 어느덧 땅길, 20여분 내려오니 이정표가 서있다. 직진하면 깃대봉, 삼관문은 우회전이다. 삼관문 까지는 20분, 마눌에게 전화를 했다. 삼관문에 장갑과 먹을 것을 가져오라고, 헌데 걷기가 싫다고 나보고 주차장으로 내려오란다. 그곳까지는 2Km는 될텐데, 괘씸해서 "하늘재로 와" 소리치고는 반은 끊어져 들리지 않는 전화를 끊었다.

       

삼관문

삼관문에 내려오니 약수가 맞이하고, 한 바가지 물을 마시면서 둘러보니 젊은이들 두어 무데기 예저 제서 놀고 있다. 우측 매점 같은 데서 무얼 사먹고 싶은데 아뿔싸 돈을 차에 두고 왔다. 성문을 가로질러 성곽을 따라 들어가려니 백두대간 하는 사람들에게 경고판 하나 서있는데, 마역봉-하늘재-황장산-대미산으로 갈려면 사전 허가가 필요하고 어기면 50만원 벌금이란다. "젠장 공원관리공단에서 점점 대간 길을 막아 버리는구먼" "설악산도 일부 못 가게 하는데.." 은근히 부아가 난다. "이거 가다가 단속요원이라도 만나면?" 가슴 조리면서 마역봉을 오른다. 왼쪽 계곡에서 사람 떠드는 소리가 난다. "누가 산행하다 걸렸나 ?" 나뭇가지 사이로 저 아래 유심히 보니 단체로 놀러 온 사람들인가 보다.

 

 

마역봉

너덜길 같은 가파른 오름을 지나 마역봉(마패봉 927m)에 올랐다. 하늘은 점점 개어 가끔은 밝은 햇살을 비춰주니 마음이 상쾌해 온다. 왼쪽의 신선봉(957m)은 1년전 왔던 추억 젖은산, 정면 안개 뿌연 속으로 월악산, 지나온 조령산이 보인다. 홀로 왜 이렇게 해 야하나 하는 생각에 외로움이 온몸을 감싸온다.

       

 

성을 따라 15분 정도 내려오니 북암문 (문이 있는 게 아니고 네모난 큼지막 한 돌이 가즈런히 있고, 돌사이 개굴창 처럼 트여 있다. 돌 위에 건축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곳을 지나 봉을 오르고, 묘를 하나 지나 다시 봉을 오르고 내려오면서 낙엽 덮인 작은 평지에 햇살이 비춘다. 갑자기 점심 생각이 나서 시간을 보니 12:05, 그래 지치기 전에 먹자, 배낭을 열고 휴대버너를 지펴 라면을 끓여 먹었다. 국물까지 모두, 몸이 좀 풀리는 것 같다. 아무도 없것다 숫소 오줌 누듯 한바탕 노상방뇨하고는 다시 길을 걷는다. 봉을 오르고 또 내리면서 어디에 리본을 달아맬까 하면서 가는데 앞에 사람이 보인다. 반가움에 내달려 두 사람과 인사를 한다. 상주에서 왔는데 9시 삼관문을 출발했고 부봉에 올라 6개의 봉을 타고 동화원쪽으로 내려 간단다. 그들을 뒤로하고 산성(삼관문에서 이곳까지 산성이 쌓여있다)을 따라 부봉(916m)밑 갈림길에 왔다.

       

 

주홀산(1,106m) 8부능선 위쪽은 눈꽃이 피었는지 하얗게 보인다. 몇 년 전 예보에 없던 많은 눈 나리는 날, 그곳에 갔다 내려오면서 수없이 미끄러져 넘어졌던 생각이 난다. 부봉까지(30분이라 표시) 갔다 오기에는 너무 힘이 든다. 길은 왼쪽으로 틀어 내려섰다가 다시 오른다. 또 봉을 하나 더 올라 959m봉 길은 아슬아슬 바위절벽아래 밧줄을 잡고 낭떠러지위 턱을 밝고 지나야 했다. 내려서고 또 올라 이쁜 바위들이 옹기종기 서있는 길을 간다. 신선이나 놀음직한 멋있는 풍경이다. 철 잊은 진달래가 차가운 바람에 조랍을 떨고 피어있다. "월항삼봉" (오래된 적송하나 바위에 멋들어지게 서있다) 고만고만한 봉우리가 연이어 서 있고, 여기서부터 내려 가나보다, 다리도 아프고 발목이 피로해 지니 걸음도 헛 놓인다. 이러다가 발목 삐는거 아닌지 조심에 조심을 더한다.

       

 

시원한 막걸리가 마시고 싶다. 내려가면 한 사발 벌컥대고 들이켜야 겠다. 이제 지루한 오늘 대간 산행도 끝내나 보다 하는데, 다시 우측으로 올라간다. 굴바위, 바위우측 내리막을 가면서 앞을 보니 멋있는 바위군락 당당히 서있고 그걸 보고 가시라고 그리로 향한다. 그러나 그 암봉은 위험해서 왼쪽으로 우회한다. 점점 포암산의 치마 같은 바위가 다가온다. 몇 달전 새벽 깜깜한 시간에 오를 땐 사방이 보이지 않아 몰랐는데, 오늘 보니 왼쪽으로 길게 암릉이 이어지는 멋있는 산이다. 북쪽 멀리 보이는 월악산 영봉이 무슨 영감을 주려는 듯 허옇게 보이고...

 

 

하늘재

물길 같은 길을 따라 내려오니 군부대 철조망, 헬기장 옆 물탱크에서 콸콸 물을 내뿜는다. 곧 이어 하늘재, 포크레인이 하천공사를 하고 있고, 산불감시초소에는 사람이 있다. 2Km를 걸어 미륵사지에 오니 마눌 차에서 내려 맞는다. 손두부 집으로 들어가서 동동주 반 항아리를 단숨에 들이켰다. 온몸이 결려온다. 다리도 허벅지도 어깨도, 빠근 하기만 하다. 미륵사지까지 라면 먹는 시간 15분을 빼고는 한번도 쉬지 않고 9시간 산행을 했다. 혼자 하니 쉬지 못해 너무 무리다. 리본이 많이 달려있어 길 찾는 데는 아무 어려움이 없었으며 GPS는 꺼내 보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