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9정맥/백두대간

백두대간 16 대야산-버리미기재

조진대 2022. 2. 28. 20:55

백두대간, 대야산-버리미기재 (2003.03.01)
       

 

산행: 마눌과 나.

 

코스: 벌바위 돌마당(09:20)-대야산(12:10)-촛대ꙷ(13:50)-불란치재(14:04)-곰너미봉(14:45)-버리미기재(16:00)
       

 

오늘은 기필코 대야산-버리미기재 구간을 돌파해야겠다는 각오로 마눌과 비오는 고속도로를 달린다.
산행거리가 길지 않기에, 시간을 여유 있게 잡고 05시 집을 출발했다. 국도는 그늘 진데는 눈이 하얗게 쌓여 있어 조심조심 운전해야 했다. 눈에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바람에 화양계곡 입구, 자연학습장 입구를 지나 다리에서 좌회전하는 걸 잊고 직진을 했다. 앞차를 따라 하염없이 가다 보니 "청화산 농장" 간판이 보인다. "아이구 내가 왜 이러지" 잽싸게 차를 돌린다. 8Km는 되돌아가야 송면이고 거기서 동쪽으로 가야 버리미기재를 넘어 용추골이다. 지난 주 버리미기재에서 눈에 혼난 기억 때문에 입이 바짝바짝 말라온다. 다리를 두 세개 건너, 그 오르막길인데, 지난 주 보다 더 눈이 깔린 것 같다. 그러나 SM5이고 앞바퀴 굴림이며 타어어가 새것이니 코란도 보다는 덜 미끄러진다. 헛 바퀴를 달래면서 간신히 고개를 넘고 내리막을 조심스레 내려서서 벌바위 "돌마당" 식당에 닿았다. 주인장을 깨워 라면을 먹고 비닐우비에 아이젠까지 차고는 눈비 내리는 용추골로 들어간다.

 

 

길엔 2-3Cm 눈이 쌓이고 한 사람 발자국이 나있다. 곧 용추폭포에 왔고, 앞서간 발자국은 여기서 되돌아 내려갔다. 계류는 전주보다 줄어 폭포 위에서 물을 건넜다. 월영대를 지나고 다래골로 접어들었다. 산죽에는 눈이 덮혀 축 늘어져있고, 나뭇가지 위 눈은 지나는 발소리에 놀래 후두둑 쏟아진다. 눈은 그치고 부옇게 해가 비쳐오며 기온이 올라간 듯 포근하다.

 

 

10:05 덕바위를 지나고 10:30 밀재와 정상으로 갈라지는 3거리에 와서 대야산 정상방향으로 길을 잡아 지난 주 하산한 길을 그대로 따라 오른다. 11:15 대간길과 만나고 "대문바위"에 와서 전주 추운 날씨에 밧데리 전압저하로 실패한 사진을 박는다. 여기저기 얼음 무게를 못 이기고 부러져 내린 나무가 폭격 맞은 것처럼 널 부러져 있다. 능선 위는 지난 주 처럼 춥지는 않고 봄이 왔음인지 포근하다. 암릉 위로 줄을 잡고 올려 채고, 눈 덥힌 바위를 조심조심 오른 후, 정상 전 내리막길을 내려다보니 고생문이 훤하다. 눈 속에 묻힌 동아줄을 끄집어내어 눈을 털고 매달린다.

 

 

대야산(12:10)

다시 눈 덥힌 준 릿지 암릉을 기어오르고 정상 (930m)에 닿았다. 전에 없던 이정표가 세워져 있고, 흔들이는 정상석은 그대로 이다. 기막히게 좋다는 조망은 구름에 가려 아무 것도 볼 수 없다-3번 올 때마다 구름 속만 헤멨다. 촛대봉 방향으로 길을 잡고 암릉을 돌아 내리니 표지리본들이 요란스럽게 바람에 나풀대는 수직 내리막이다.

 

 

스틱을 접어 배낭에 꽂고는 목 장갑을 끼었다. 그리고 눈 속에 묻힌 동아줄을 털어 잡고는 유격 하강이다. 한마디를 줄에 미끄러져 내려와서는 마눌에게 소리지른다. "빨리 내려와, 줄을 놓으면 죽어 !" 다음마디는 동아줄과 가는 매듭진 로프가 이중으로 매어있다. 동아줄은 그대로 미끄러져 떨어질 것 같아 매듭진 로프에 매달려 얼음으로 뒤덮힌 수직 암릉을 내려오는데, 몸이 미끄러져 뒤틀리면서 돌아간다. 중간 스텐스에 뭠춰서서, 엉거주춤 하는 마눌에게 또 소리 지른다. "빨리 하강해 !, 난 장갑이 얼어 동상 걸리는 것 같으니 빨리 이 구간을 통과하자" 계속 난감해 하는 마눌, 다리를 벌려 양쪽의 눈을 밟고 한발 한발 내려오는 폼이 무대뽀인 나보다는 안정적이다. 다시 한마디-로프는 끝나고 동아줄이다-굵은 동아줄을 잡고 미끄러져 내렸다. 한 사람 겨우 버티고 설 수 있는 나무둔덕을 지나 눈 속에 파묻힌 동아줄을 움켜쥐고는 미끄러지면서 낭떨어지를 졈프한다. 모두 4마디이다. 길이는 100여미터...내려서서 올려다보니 "내 왜 이 겨울에 여길 왔던가 ?" 한심스럽기만 하다. 마눌이 소리지른다 "야 ! 조내권, 너 나 죽이고 또 장가가고 싶어서 이리 데려왔지 ?"

 

 

젖은 장갑을 벗어 물을 쥐어짜고는 두툼한 가죽 장갑으로 바꿔 끼었다. 이제 부턴 경사는 좀 완만해 졌고, 눈은 깊이 쌓여 있어, 발을 옆으로 세우고 내려선다. 뒤의 정상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고 눈 속 길을 표지리본을 찾아가며 내려간다.

 

 

13:28 잘룩한 고개 촛대재에 닿았다. 정상까지 1시간, 월영대(우측) 1:20을 알리는 이정표가 서있다. 왼쪽 탈출로는 표식은 없지만 상관명으로 가는데, 벌바위쪽 보다는 가까워 보인다. 눈앞에 오똑한 봉우리, 촛대봉-귤을 하나 까고는 줄을 잡고 오른다.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뿌옇케 나마 비추던 해는 사라지고 구름으로 덮힌 암울한 날씨로 바뀌었다.

 

 

촛대봉 정상 이정표를 지나고 (버리미기재 1:20, 대야산 1:30) 내리막길을 내려선다. 그리고 14:04 불란치재에 왔다. 좌우의 길은 경운기 정도 다닐 수 있는 넓이인데, 고개 마루는 낙엽으로 쌓여 오솔길로 좁아져 있다. 표지 리본들이 요란스레 이쪽저쪽으로 달려 바람에 나부낀다.

 

 

곰넘이봉으로 오른다. 헬기장을 지나고 눈앞의 커다란 바위를 옆으로 돌아 오르니 뿔을 두 개 가진 "미륵바위"가 서있어 구름에 가린 대야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박는다. 곰같은 미련스런 사람이나 오른다고 곰넘이 봉인가 ? 쵸코렛으로 배고픔을 달래며 한참을 올라 곰넘이봉 정상에 섰다. 여기저기 전주 얼음 무게를 이기지 못해 꺾어진 나무가 폭격 맞은 자리를 방불케 한다.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급하다. 줄을 매놓은 곳까지 가기도 위험해서 보조자일을 드리워 그걸 잡고 눈길을 내려섰다.

 

 

다시 서서히 오르는 길, 그리고 눈앞의 암봉-눈길에 그 암봉을 넘기가 위험해서 왼쪽으로 나있는 우회로를 택했다. 암봉을 삥 돌아서 가고, 움푹 들어간 눈 속의 흔적을 따라 하산을 하는데, 아무래도 정 코스는 우측으로 더 가서 능선을 타던지, 암릉 정상에서 내려서게 돼 있는 것 같다. 아무튼 외롭게 있는 표지 리본을 따라 흔적을 밟고 내려서니 작은 계류에 물이 졸졸 흐르고 스틱을 접고는 전화를 했다-돌마당 사장님께, 된장찌개를 주문하고, 사모님이 고개까지 차를 몰고 와서 돌마당으로 실어갔다.

너무도 잘해주는 돌마당 사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