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산행기

도명산(2001.11.24)

조진대 2021. 5. 3. 10:39

도명산 643m (2001. 11. 24)

 

새벽 5시 서울을 떠나 중부고속도로 증평IC를 나가 북이, 내수, 청천을 지나 화양동으로 들어갔다. 화양1교를 지나니 속리산 국립공원 화양동 매표소가 나오는데 이른 아침이라 근무자는 아직 없고, 그대로 통과, 주차장에 예정대로 8시 정각 도착 차를 세운다.

 

넓은 주차장엔 한 대의 차만 있고 텅 비어있다. 서울을 출발해서 내려오는 동안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은 하나같이 비상등을 깜빡이는 지독한 안개와의 싸움이었다. 화양동도 안개가 끼어 한시간여를 차에서 쉬었다. 버너를 피워 만두를 삶는다.

 

09:15 주차장을 떠나 아직 안개가 걷히지 않은 화양동 계곡을 따라 도보로 관리사무소, 산불감시소를 지나고, 2화양교를 지나면서부터 운치 있는 명소가 이어진다. 雲影(송시열이 중국의 무이계곡을 모방해서 붙인 이름), 下馬所(말에서 내린다는 장소), 대원군에 의해 서원철폐의 시작이 되었던 송시열을 모셨던 서원터, 3개의 바위가 개울건너편에 우뚝선 金沙潭, 그리고 암서제. 그들 앞에는 명소임을 설명하는 안내판이 서있어 좋은데, 볼꼴 사나운 것은 꼭 식당겸 매점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것.

 

3화양교를 지나 능운대가 나온다-빌딩만한 사각 바위인데 그 뒤로는 절간 같은 건물이 들어서 있다. 깨끗한 화장실은 요소 요소에 들어서 있어 이곳을 찾는 관람객의 수를 헤아려 볼 수 있게 한다.

 

지도상 이쯤부터 개울을 건너 등산로가 시작되는데,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등산기점을 알리는 표지가 없다. 좀더 가니 臥龍潭이 나온다. 아차 지났구나 하며 발을 되돌린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등산진입로가 없다. 무작정 개울을 건너서 풀로 무성한 개울 바닥을 길을 찾아 하류로 100m를 내려가서 자그마한 지류계곡이 시작되는데서 희미한 길을 찾았다.

 

꼬리표도 두어개 매달려 있고. 강원도 고산에서 보든 그런 흔적 희미한 길이지만, 그런데는 도가 터서 자신감을 갖고 등산을 시작했다. 안개가 수북히 쌓인 낙엽에 이슬을 쏟아 부어 촉촉히 젖은 오솔길을 외로히 걷는다. 자그마한 계곡과 합쳐졌다 떨어졌다 하면서 위로 위로 서서히 오른다. 점점 길이 넓어진다. 그만큼 사람이 많이 밟은 증거이다.

 

눈 위에 보이는 능선에 올랐다. 비로소 메인 스트리트에 들어선 것이다. 넓은 길이 능선을 따라 올라오고 있는게 아닌가. 그제서야 학소대를 거쳐 등산을 시작했다는 인터넷의 산행기가 생각난다. 이게 웬 실수, 그래 저 넓은 길은 학소대 부터 시작 되는게 틀림없다. 고독을 즐기며 암릉을 오른다.

 

10:50 위에 우뚝선 큰 바위가 나타나는데, 거기에 음각한 불상이 보인다. "마애삼존불상" 이다. 원래 높이가 15m는 됐는데, 지금은 9.1m 정도만 보인단다. 얼굴 높이만 2m라는데, 바위위에 밧줄을 매어 사람이 매달려 작업을 했으리라. 저아래는 사진에서 보는 안개낀 설악처럼 온통 안개가 계곡을 감추고 있다.

 

좀더 오르니 공림사로 향하는길이 나오는데 이는 낙영산을 거쳐 갈 것 같은데, 산불방지목적으로 길을 폐쇄해 놓았다. 철사다리를 올라 정상에 도달했다. 최고점은 뾰족한 바위 덩어리인데 사람 한둘 올라갈 넓이이다. 사진을 박고는 갈미봉 방향으로 하산을 한다.

 

바람이 분다. 점점 차가운 바람이... 평평한 바위에 잠시 앉아 정상주를 마신다. 치즈와 과일을 안주해서..정상에서 사람의 소리가 들린다. 우리 외에 토요일 산을 올라온 사람들이 있다니 신기하기만 하다. 다른 산에서는 사람구경 하기가 어려웠는데...

 

옷이란 옷을 모두 껴입었으나 올라오는 취기와 차가운 바람에 몸은 떨리기 시작하여 술 한 병을 다 비우지 못하고 하산을 독촉한다. 동쪽 멀리 바라보이는 바위산을 보면서, 치마 같다느니, 사천왕 같다느니 감탄을 하며, 수북히 쌓인 낙엽에서 포즈도 취하며, 지루하지 않은 길을 따라 내려온다.

 

길은 갈미봉으로 가지 못하고 중간 하산길로 접어들어 능운대앞 화장실 있는데로 내려서게 된다 (13:00). 개울을 거너지 않고 제3화양교까지 강바닥 바위를 타고 간다. 사람들이 올라온다. 젊은 사람들이 무리지어, 이제서야 고요하던 화양동 계곡은 인파가 들어서게 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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