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산행기

방태산(2001.07.28)

조진대 2021. 5. 3. 10:20

2001.07.28 방태산 (1,444m)

 

3:30 기상, 4시 집을 나서 88도로-미사리-팔당대교-양평-홍천-철정-451번국도-31번국도-상남-현리-453도로-방동을 거쳐 길가에 늘어선 민박집, 찜질방들을 지나 대골과 적가리골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방태산자연휴양림 매표소에 오니 7:15, 매표소는 쇠줄을 매어 차랑출입을 막았다.

 

매표소 직전 민박집 아저씨에게 물어봤다. 저 골짜기가 대골 이지요 ? 그런데 그아저씨가 걱정이 되는지 매표소까지 올라와서는 대골로 들어서려는 우릴 보고 일러준다. "비가 많이 와서 산사태가 나고 바위돌들이 굴러 길이 없어지고 불어난 계곡물을 걸어서 들어가야 하는데 웬만하면 가리골로 가시지요" 5만분지1 지도를 가지고 GPS에 좌표들을 입력하고 도상훈련을 해 왔는데, 아쉽지만 포기하고 휴양림으로 들어간다.

 

길은 무너져 내린 흙들을 치우고 겨우 차량이 들어갈 수 있도록 공사를 막 끝내놓은 것 같다. 7:25 매표소를 출발, 3Km 정도를 걸어 들어가는데 웬 날파리는 그리도 끈질기게 따라붙는지 연실 부채질을 해서 쫒아 내지만 찰거머리처럼 달라붙는다. 텐트 좌대는 휩쓸린 흙으로 일부 파손되었고 휴양림 관리소와 콘도 한채 그리고 계곡을 따라 텐트좌판이 놓여 있다. 이곳에서 하룻밤 묵으려고 전화를 하니 8월말까지 예약이 밀려있고, 81일에 9월분 예약 접수를 받는단다.

 

둘째 아이는 친구들과 아침가리골에 간다고 했는데 오늘 아침 얼굴이라도 볼까하고 전화를 했으나 통신이 되질 않는다. 군데군데 유실된 길을 보수하느라 좁아진 길을 탈없이 다녀야 할텐데...현리를 오기전 미산리,내린천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었는데 방태산은 미산리쪽에서도, 방동쪽에서도 오를수 있고 이 산을 중심으로 3(살둔,달둔,월둔), 5(아침가리,조경동가리,명지가리,적가리,곁가리,연가리)이 있어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산골짜기 냄새를 물씬 풍겨주는 조용한 곳이다.

 

길옆엔 계곡수가 흐르고 군데군데 쏟아져 흐르는 얕으막한 폭포들이 내놵는 물보라는 장관이다. 시원하다-차거운 물이 흘러가는 주변 공기가 냉장고 문을 열어놓은 것 같이 차다. 가족야영장을 지나 청소년 캠프장의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가 서있는 정자의 우측에 이폭포와 저폭포가 있다. 이 계곡중 가장 높은 폭포로서 저폭포는 높이가 10m되고 40m 내려와서 그보다는 낮은 이폭포가 있어 아래에서 보면 2폭포가 한꺼번에 바라다 보인다. 지금은 2단폭포라 부른다.

 

길은 정자 왼쪽으로 꺽어져 오르고 흘러내린 흙들을 포크레인으로 치우는 작업을 했다. 50m 가서 오른쪽으로 내려가고 다리를 건너 몇백m가니 청소년 캠프장, 이어서 오토캠프장, 그리고 광장이 나오는데 길이 망가져 그런지 텅 비어 있다. 자동차로 이곳 까지 올수있도록 도로를 만들어 놓았다.

 

광장에서 부터는 등산로 이고, 200m들어가니 안내팻말이 있다. 우측은 구룔덕봉-주억봉 코스이고 왼쪽은 숲체험로이다. 대골을 못가는 대신 왼쪽 자연관찰로로 들어서기로 하고 지도를 펴들고 길을 찾아 나아간다. 군데군데 관찰로 번호가 매겨진 안내판이 박혀있다. 휴양림에 묵는 사람들의 하이킹 코스인지라 길은 그런대로 잘 나있다. 관찰로가 끝나고도 길은 계속 나있다. 그러나 지도에 나있는 길은 아니고 점점 왼쪽으로 올라가며 가끔은 산악회 꼬리표가 보이는 걸로 봐서는 정상까지 이어지는 길이라고 믿어지고 자신감이 생긴다.

 

다래줄기가 타잔이 사는 정글을 연상시킨다. 09:05 어느덧 길은 물소리와 멀어져서는 산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길 양쪽으로 물소리가 나고 굉음을 내고 군용기 지나는 소리도 들린다. 다시 물이 나오고 그물을 떠서 목을 추기니 아무맛도 냄새도 없는 특급수다. 누군가 야영을 한 자리같다, 심마니들이 잤던 곳인가 ? 물가 습기가 많은 곳에 곰취가 군락을 이루는데, 모양은 같으나 냄새가 다른걸로 봐서는 곰취가 아닌가 보다. 전문가가 다된 마누라도 헷갈리는가 보다.

 

길은 점점 가파르게 오르고, 그렇게 한시간여를 헉헉대고 오르니 능선에 도달했는데, 조그마한 안내판에 "매봉령"이라 쒸여있고 앝으막한 나무 구조물안엔 누군가 술을 부어 제사를 지낸 자욱이 있다. 심마니들이 약초를 캐기전 제사를 지냈나 보다. 우린 매봉령에서 온 것이다.

 

그러나 언제 봉우리를 지났던가 ? GPS1,195m를 지시한다. 멧돼지들이 흙을 파놓았고 그사이로 약초들이 무성히 자라고 있다. 구룡덕봉은 여기서 우측으로 더 가야한다. 취나물을 뜯으며 가파르게 올라가니 갑자기 도로가 나타난다. 도로에는 나무가 없으니 내려쬐는 햇살이 무덥고 꺽어져 올라온 도로는 구룡덕봉을 향하다 정상을 비켜서 300m를 더 나가 철조망으로 쌓인 군시설에서 끝난다.

 

11:18 군시설물에 도착했다. 그곳에 옛 GMC가 서있고 이차가 싣고옴직한 콘크리트 깨는 차랑이 "통통통" 거리며 작업을 하고 있는데 한켠에선 한부부는 햇볕에 앉아 고동만 빨고 있다. 트럭을 타고 올라 왔단다. 산에 들은후 처음보는 사람들이라 무척 반가웠다. 함께 산행하기를 권했지만 걷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한사코 사양한다. 아마 트럭 운전사 부부인가 보다. 방태산의 정상인 주억봉은 여기서 2Km 서쪽이고 구룡덕봉과 주억봉 사이는 능선으로 이어진 평지같은 길이다.

 

그들을 뒤로하고 이어지는 숲을 한참을 지나자 12:00 "출발4Km" 팻말이 보인다. 휴양림 광장을 지나고 산행안내 팻말부터 측정된 거리 표시이다. 야생화도 취나물도 지겨워 지고 배만 고프다마누라도 밥 먹자고 징징거리는데 그럴싸한 넓적바위라도 나올까 하고 계속 전진해 보지만 계속되는 풀섭에 점심자리가 그리 쉽게 나오질 않는다. 지나는 사람이 없으니 아무데나 앉자, 그래서 길에 그대로 앉아 어제밤 쌓놓은 도시락을 풀렀다. 간단히 식사를 하고 12:20 출발한다.

 

12:40 3거리에 도착했다. 안내팻말은 방동리 3.6Km, 주억봉 0.5Km, 구룡덕봉 1.5Km를 가르킨다. 여기서 방동리도 내려가야 하지만 정상을 밟아야 하겠기에 0.5Km 떨어진 주억봉 까지갔다 오기로 한다. 12:55 주억봉 정상이다 GPS가 가르키는 고도는 1,451m, 햇빛은 강렬히 내려 쬐지만 바람은 가을바람처럼 시원하기만 하여 땀으로 젖은 티셔츠가 5분도 않되어 뽀송뽀송해진다.

 

북쪽으로 점봉과 설악이, 남쪽으로 오대산 계방산이 보인다. 개인산은 산같아 보이질 않고 능선은 숫돌봉에서 갑자기 내려간다. 개인동 계곡 아래로 도로가 살포시 보인다. 이곳에서 살고싶다. 서쪽에 보이는 깃대봉, 남쪽에 보이는 군시설물의 공사차랑, 그사이에 이 주억봉이 서있고 주변은 꽃밭이다. 사진을 박고 작은아들에게 전화를 하니 양평 가까이 갔단다. 하산이다. 3거리에 와서는 위치 측정을 하고 방동리로 내려선다. 길은 구룡덕봉쪽 올라올때보다 더 가파르게 내려쏘고 한참을 내려와서야 계곡물 소리는 들을수 있었다. 물맛이 기막히게 좋다.

 

계곡물과 만나고 부터는 거의 평지같은 길을 걸었고 전나무숲이 나타날때쯤 다시 날파리들이 못살게 뒤붸아 다닌다. 15:10 아침에 갈라졌던 "숲체험로-등산로"에 도달하고, 광장, 오토캠프장,가족 야영장을 지날 때쯤 많은 차량이 길가에 세워져 있고 사람들이 계곡물가에서 고기를 굽거나 계곡물에 그릇을 씻거나 한다. 저렇게 하려면 왜 휴양림을 만들어 놓았는지 ?

 

휴양림을 위한 도로개설로 흙이 무너져 내리고 그걸 보수하느라 중장비가 동원되고 이래저래 자연만 훼손하고 있다. 16:00 매표소를 떠나 왔던 길로 서울로 온다. 마누라는 옥수수가 먹고 싶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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