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산행기

팔영산(고흥)(2001.11.10)

조진대 2021. 5. 3. 10:38

팔영산(608m)

 

2001110915시 서울을 떠나 중부고속-경부고속-호남고속도로를 타고 주암IC에서 나가 꼬불꼬불 이어지는 2차선 국도를 타고 벌교로 갔다.

저녁8, 역전식당에서 몸에 좋다는 짱뚱어 전골을 주문했는데 여름철에나 가능하다고 해서 대신 짱뚱어탕을 먹는다. 된장 뚝배기 같은데 짱뚱어 조각을 넣었다.

오래 동안 운전한 피로에 눈은 멀뚱멀뚱,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이었던 벌교, 태백산맥 문화관을 준비중이란다.

 

이곳에서 유명한건, 보물로 지정된 이조 영조때 건설한 "홍교", 벌교 갯벌에서만 나오는 골이 20개인 참꼬막, 쭈꾸미, 보성 녹차 등이 있단다.

차에 닭털침낭을 펴고는 잠을 청한다. 새벽 6시 벌교를 출발하여 고흥 방향으로 가다가 과역을 지나 팔영산 표지를 따라 점암을 지나 능가사로 향한다.

 

중국 위왕이 세숫대에 비치는 여덟 봉우리 그림자를 보고 감탄한 나머지 이산을 찾으라는 어명을 내렸고, 신하들이 백방으로 알아본즉 그산은 조선의 고흥 땅에 있었다 해서 팔전산이라 부르던 산 이름을 八影山으로 바꿔 부르게 되었단다.

능가사는 구례 화엄사 등과 더불어 4대 사찰중 하나였는데, 규모는 크나 건물은 여기저기 산재해 있고, 대웅전 복원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짜임새가 조금은 썰렁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물을 끓여 사발면에 붓고 커피를 타 마신다.

 

7:15 절 왼쪽으로 돌아 좀 올라가니 절의 옆문이 나오고 이곳으로 들어가서 화장실을 이용하였다. 팔영산의 8개 산봉우리가 주왕산 주암 처럼 그러나 손가락을 편 것처럼 한눈에 들어온다. 잠시 밭사이 넓은 길을 따라 오르니 길이 갈라지고 안내판에 왼쪽은 1봉이요, 우측은 댐을 나타낸다.

 

왼쪽 1봉으로 길을 잡았다. 엇새밭, 너덜지대를 지나 자그만 계곡길을 따라 오른다. 군데군데 단풍나무는 이제 막 제철을 맞은 듯 녹색이 붉은색으로 변해가고 있고, 요소요소에 다닥다닥 나붙은 산행안내 꼬리표(주로 전라도 경상도에서 온)들이 이산의 인기를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한참을 오르니 큼지막 한 바위가 하나 나온다. 흔들바위란다. 그보다는 마당바위로 더 많이 불리는데, 내 보기엔 흔들리지도 마당 같지도 않고 그냥 우뚝선 평평 바위이다.

 

길은 1-1.2봉 중간으로 갈라지는 3거리이고, 이왕 멀리 왔으니 모두 올라보자는 욕심으로 1봉으로 향한다. 넓은 장소에 묘지가 나오고 . 우측에 우뚝 선 봉우리로 오르는데, 2-3명이 들어갈 수 있는 바위굴이 있고, 소원을 기원하는 듯 자그만 돌탑들이 몇 개 세워져 있다. 우리도 돌을 포개어 놓는다.

 

1(수영봉 491m)을 올랐다. 출발지은 능가사가 발아래 보이고 순천만의 바다사이사이 섬들이 떠있다. 다시 작은 봉 2개를 지나 쇠 사다리를 오르니 2(성주봉)이다. 봉우리의 높이는 차이는 작지만 오를수록 점점 높아진다. 쇠줄을 타고 3(상황봉)에 올랐다. 바람이 세차게 불지만 그다지 춥지는 않다. 쇠 사다리와 쇠줄이 있지만 릿지에 능숙한 우린 홀드를 잡고 바위를 올랐다.

 

4(사자봉)이다. 3면의 바다, 고흥반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벌교방향은 울긋불긋 단풍이 산자락을 물들이고... 바로 옆에 5(오로봉 579m)이 붙어 있다. 여기서 한참을 내려간다. 청량산 의상봉을 갈 때 만큼은 아니지만...그리고는 밑에서 위까지 붙어 설치된 차가운 쇠 난간을 잡고 6(두류봉 596m)를 오른다. 5봉과의 높이 차는 안나지만 밑까지 내려갔다 오르니 높이가 높아 보인다. 7봉이 보이고 멀리 떨어진 9(통신시설)이 보인다.

 

6봉을 내려서니 4거리 인데 우측은 능가사로 하산 하는 길, 왼쪽은 휴양림 방향이다. 돌문이 하나 올려다 보인다. 이렇게 생긴 문은 보통 통천문 이라 부르기에 우리도 그렇게 불렀다. 통천문을 지나 7(칠성봉598m)에 올랐다. 이제서야 8봉이 보인다. 봉우리를 지나 다시 묘가 나오는데, 바위 사이지만 조금은 넓은, 전망이 좋은 자리이다.

 

드디어 09:54 8(적취봉 591m, GPS594m를 지시)에 올랐다. 전방을 보니 조금 떨어져 보이는 곳에 통신시설이 있는, 8봉보다는 높아 보이는 봉우리가 보인다. 그곳까지 가기로 한다. 헬기장이 2개가 있다. 그리고 갈림길, 우측은 탑재, 능가사 이고 전방은 중계소를 가르킨다.

 

10:07 9(깃대봉) 표지석이 서 있고 더 이상은 못 가게 중계소로 향하는 길목을 철조망으로 막았다. 가장 정상은 그곳인데, 그곳까지 못 가는 게 조금은 아쉬웠다. 바람을 막아주는 양지에 자리를 잡고 정상주를 나눈다. 치즈와 과일을 안주로, 멀리 내나로도를 잇는 노대교와 주변 섬들을 바라 보면서... 1봉쪽에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한참을 그렇게 지내다가 12:11 하산을 시작한다. 헬기장으로 와서는 능가사 방향으로 숲속길을 거닐며 흥에 겨워 노래가 나온다. 12:42 탑재와 만난다. 산간도로가 구비구비 이어지는 길을 가로질러 등산로가 나있고, 까만 열매, 빨간 열매, 들국화가 길가에...한가로운 평화를 느낀다. ! 이런 곳에서 자리를 잡고 죽을 때 까지 살았으면...대나무로 둘러 쌓인 조그만 댐과 이를 끼고 있는 식당겸 민가를 하나 지나13:23 갈림길에 왔다.

 

작은 차를 타고온 경상도 할머니들이 감을 꺾어가라고 하는 바람에 감나무 밭으로 들어가서 검게 그을린 감 두어가지를 꺾었다. 능가사 주차장에 오니 곡식을 파는 아낙들이 길에 도열해 있고, 주차장은 차로 만원이다. 몇대의 관광버스로...

고흥의 포구로 가서 싱싱한 회라도 하려 했으나 길을 못 찾고, 벌교로 나와서는 홍교부근 "우렁식당"을 찾는다. 우렁숙회와 우렁탕에 쇠주한병에 23,000원인데, 깔끔하고 맛도 좋다. 산행후의 늦은 점심이라서 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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