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산행기

도락산(2001.08.04)

조진대 2021. 5. 3. 10:21

도락산(964m) (2001.08.04)

 

04시 일어나 간단히 샤워를 하고 04:25 집을 출발한다. 휴가행렬로 길이 막히지 않을까 걱정을 하면서, 그래도 새벽인데 좀 낫겠지 하며 88-경부-영동-중앙 고속도로를 타고 세제천 IC를 나와 5-36-33번 국도를 타고 상방-가산리를 지나 가산교 삼거리에서 직진 단양천을 끼고 들어갔다.

 

월악산 국립공원에 속하는 지역이라 길 중간에 매표소가 있다. 국립공원내에서는 야영,취사가 금지되고 있는데도 길 양쪽은 휴가차 나온 차량들이 이름난 장소에 밀집해 주차해 있어 통행에 주의를 해야한다. 맘대로 붙여진 이름인지는 몰라도 小善岩이란 글씨가 보이고 차량이 벌떼 모이듯 운집해 있다. 좀더 가니 중선암, 차량 사이를 지나 더가니 특선암이란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상선암휴게소란 글씨만 찾아 한참을 가니 별천리 들어가는 갈림길이다. 아차 너무 왔구나 하고 차를 돌려 지나는 사람에게 물어보지만 上善岩이 어딘지 모른단다. 천천히 자세히 보니 특선암이라 지난데가 바로 상선암이고 (개울건너 "아뜨리에"란 간판있음) 구름다리와 평평다리(상금교)가 있고 길 서쪽 가게가 상선암 휴게소 인데 글씨가 가려 잘 보이질 않는다.

 

길옆 확장차로에 남들처럼 차를 대고 아침을 먹고는 과일과 물2병만 넣고 07:50 출발이다. 다리를 건너가니 조그만 마을이고 우측에 또 상선암 휴게소란 식당이 있는데 여기에 무료주차가 가능하다. 몇십 미터 올라가니 왼쪽 "선암가든"이 있고 우측 넓은 골목으로 들어서 길을 따라가니 마즈막 집에서는 할아버지 한분이 "인진쑥"을 묶어 한 다발씩 자르고 있는데 그윽한 향기가 참 좋았다. "쭉 따라가다 화장실 있는데서 우측으로 가세요" 친절히 알려준다.

 

화장실 부근 다리를 건너자 산행길 시작이다. 계곡에는 물이 전혀 안 보인다. 바로 철계단의 오름이고 경사는 급한 편이다. 길 건너 서쪽 용두산이 건너다 보인다. "신선과 놀던 학은 간데없고, 학같이 맑고 깨끗한 영혼이 와 닿는, 그런곳이 바로 상선암일세"-우암 송시열의 제자 수암 권상하가 상선암을 命名하고 집짖고 살았단다. 금년들어 제일 더운날인가 ?

 

땀이 삐질삐질 몸에서 솟아나고 더움을 확 느끼겠다. 잠을 못자 그런지 무더워서 그런지 지난주 방태산행때의 몸이 아니다. 배낭도 더 가벼운데 영 맥을 못 추겠다. 8:20 작은선바위가 경사진 산흙위에 누가 주어다 놓은 것처럼 서있다. 길이 70여 높이 20여 미터, 15분을 더가니 큰선바위가 역시 경사진 산에 서있는데 2배는 더 크고 높다 바위위에는 도라지꽃이 피어있고(이산에는 도라지꽃이 많다) 나무위 매미는 사람이 다가가도 날아가질 않는다.

 

무더위에 잡히는 것도 귀찮은가 보다. 나무계단을 올라서서 범바위를 지나고 한참을 가서 1봉에 올랐고 그봉을 내려 나무그늘에서 쉬면서 물을 모두 마셔버려 얼음만 남았다. 평소 같으면 한 모금도 안 마실텐데 벌써 없어 졌으니 오늘산행은 보나마나 고생하게 생겼다. 얼음 물병을 등에 가슴에 번갈아 넣어 더움을 식혀 보지만 감질만 난다.

 

이제부터 코스는 도봉산 냉골처럼 아기자기해 진다. 쇠줄을 타고 가는 코스엔 나무 지팡이가 수북히 쌓여 있는데 그걸 짚고 가다 양손을 모두 써야 하니 버린 모양이다. 너무 힘이들어 속이 뒤집히고 울렁거려 온다. 물이 모자란다

 

9:50 채운봉이다. 봉을 내려갔다 다시 오르는데, 월출산 구름다리를 건너 내려갔다 올라가는 것처럼 아득한 생각만 든다. 몸은 이제 내 몸이 아니고 그저 정상을 가봐야 한다는 집념 하나만이 이끌고 있을 뿐이다. 내려간 잔등에서 계곡으로 길이 나있다."이리로 내려갈까 ?" "맘대로 하세요" 하는 마누라 말에, 안되지 ! 불명예를 질순없어, 이를 악물고 죽어도 정상에서 쓰러지리라 맘먹고 한발 한발 쉬며 가며 오른다.

 

저 아래 상선암 동네가 내려다 보인다. 그 냇가 물에 발 담그고 있는 사람들은 이 고생을 상상이나 할까 ? 10:10 형봉밑 3갈래에 도달했다. 왼쪽은 삼선3(상선암봉,제봉,형봉)이고 오른쪽은 정상이다우측의 신선봉엘 올랐다, 아니 저기 사람이... 너무나 반가웠다. 묻지도 않는 말을 지껄인다 "우린 작은,큰선바위로 해서 올라왔습니다"-정신이 반쯤 나갔다는 생각이 든다. 신선봉은 커다란 岩峰인데 사방이 다 내려다보인다.

 

10:40 드디어 도락산 정상에 도착했다. GPS로는 973m를 지시한다. 동쪽2km엔 황정산, 서쪽 4.5Km엔 용두산이 있단다. "깨달음을 얻는데는 나름대로 길이 있어야 하고 거기엔 또한 즐거움이 뒤 딸아야 한다"고 우암 송시열이 이 산의 이름을 道樂山이라 지었단다.

 

사진을 찍고 왔던 길로 하산을 한다. 일기를 쓸려면 길목에서 메모를 해야 하는데, 그 메모도 귀찮기만 하다. 그저 차가운 약수 한바가지만 아른거릴 뿐이다. 마누라에게 말한다. "지금 시급한 건 물 한바가지 뿐이다" "내려가면 제일먼저 한병을 벌컥대고 마실란다"-희망사항이다. 지금은 쉴때마다 녹아 바닥에 고여있는 물 몇그람을 둘이서 논아 마실수 있을 뿐, 내 어이하여 이런 어리석음을 저질렀나 ? 둘이서 겨우 500ml 2병뿐이라니, 이더운 날씨에...

 

형봉을 오르고 내려 서면서 길을 보니 저 앞에 보이는 봉우리로 올라가는게 보인다. 중간에 내려가는 길이 있기를 바라면서 길을 따라 바위를 돌고 돌아 내려가니 아니다 다를까, 또 올라간다. 그러나 실없이 꼭대기 까지는 안가고 옆으로 돈 그곳에 "제봉"이란 표지판을 달아 놓았다(11:30). 그뒤부터는 급한 내리막 길이다.

 

이젠 나올 땀도 없나보다. 몸의 온도가 상당히 올라가 있는 느낌이 오고 머리가 붕-해 온다. 쇠줄을 잡고 철계단을 내려오며 눈아래 상선암 동네만 바라보면서, 어서 시원한 약수가 나오기만 빌면서...

 

12:45 드디어 첫집이 나오고 이어서 "상선암" 절이 나온다. 그절 분수옆 파이프를 타고오는 약수를 두 병을 마셨다. 그리고 한 병을 더 내려오면서 비웠다. 동네 중간에 이동네 약수가 나오고 있는데 수량도 풍부하여 곧 시냇물이 되고 무척 차가웠다. 햇빛이 따갑게 비치는 동네를 지나 다리를 건너 차로 왔다.

 

물배로 채웠으니 점심이고 뭐고 다 귀찮다. 차 에어컨을 쎄게 틀고 33번 도로를 내 달린다. 어 씨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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