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산행기

가리왕산(2001.07.14)

조진대 2021. 5. 3. 10:19

가리왕산(2001.07.14)

 

강원 정선군과 평창군에 걸쳐 있는 가리왕산은 규모가 높고 웅장해 태백산맥의 지붕역할을 한다능선이 끝없이 펼쳐진 초원지대로 육중하고 당당하며 자작나무와 주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5월 하순께에는 산기슭 곳곳에 취나물, 두릅 등 수십 종의 산나물이 돋아나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가리왕산은 전형적인 육산이며 등산로의 경사도가 완만하다. 산 능선에는 고산식물인 주목, 잣나무, 단풍나무등 각종 수목이 울창하다. 가리왕산은 벨패재(일명 벽파령), 성마령, 마전령등 수많은 고개로 이루어져 있고, 갈왕산이라고도 불리우며 유명한 정선아리랑의 고장이기도 하다.

가리왕산에는 8개의 명승이 있다. 맑은 날 동해가 보인다는 가리왕산 상봉의 망운대, 백발암, 장자탄, 용굴계곡, 비룡종유굴 등이 그것이다이 중 제1경인 망운대가 으뜸이다. 상봉 망운대에 서면 오대산, 두타산, 태백산, 소백산, 치악산 등의 명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상부근에는 주목나무와 천연 활엽수가 숲을 이루고 있다.

숙암 방면 입구는 약 4구간에 철쭉이 밀집 자생하고 있고, 북쪽 기슭으로 흐르는 장전계곡과 남쪽으로 굽이치는 회동계곡이 있다.
깎아지른 암벽과 기암괴석, 울창한 수풀, 맑고 시원할 계류가 어우러진 회동계곡 입구에 가리왕산 자연 휴양림이 조성되어 있다.  

 

회동-어운동 코스로 산행을 하기로 작정하고 7144:30 집을 떠나 경부-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새말에서 내려 42번 국도를 타고 찐빵으로 유명한 안흥-평창을 지나 정선으로 향한다. "가리왕산 휴양림" 안내판 있는 갈림길에서 좌회전 하여 회동계곡으로 접어들어 동네를 지나고 7Km를 가니 우측의 계곡은 온통 녹물이 들어 벌건데, 왼쪽의 매표소는 근무시작 전인 것 같아 그냥 통과, 07:45 길 우측의 "심마니교"를 건너"가리왕산 산림문화 휴양관"안 조그만 주차장에 차를 멈춘다.

 

시뻘건 계곡은 매표소를 지나면서 淸淨계곡으로 바뀌고, 계곡을 따라 이 연이어 있어 여름철 더위를 피해 심신을 휴식하기에 좋은 장소로 보인다. 휴양림에는 방마다 사람들이 찬 것 같고 이른 아침 일어나 아침밥을 준비중인 것 같았다. 차안에서 아침 도시락을 간단히 하고는 08:00 휴양림 건물 사이를 지나 "삼림욕장" 표지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길은 좁은 오솔길이고 날것들은 祭物에 파리 붙듯 날라드는데, 종이부채로 수건으로 연실 쫓으며 계곡을 따라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한다

 

다른산에는 그리도 많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꼬리표도 한 두개 밖에는 없으므로 "이거 제대로 길을 따라가는건가 ?" 하고 의심이 나서 자꾸만 25,000분지1 지도를 꺼내 위치 확인을 한다. 길은 어느덧 계곡 물소리와 멀어지고 능선을 향해 오르면서 빗방울이 나뭇가지 사이로 한두 방울 떨어진다. 9:40 갑자기 차가 다닐수 있는 비포장 林道가 나타났다.

 

가리왕산, 중왕산 그리고 남쪽의 청옥산에는 83Km의 임도가 900-1,000m높이에 있어 칩차가 올라갈 수 있고, 특히 청옥산 남쪽 1200m지점엔 "육백마지기"란 평평한 광장이이 있어 그곳까지 차가 올라갈수 있다고 신문에도 났다.

 

길은 임도를 가로질러 오르며, 임도를 지나자 무슨 경계선이라도 지난양 날것들이 없어졌다. 길은 계속 가파르게 오르고 가끔은 피부가 하얀 자작나무가 몇십년 이산을 지키다가 老軀를 이기지 못하고 넘어진후 흙으로 스러져 가는 老木사이로 서서 우리를 맞는다. 우리 인생도 젊음을 다하면 이렇게 흙으로 되돌아 간다는 것을 뚜렷이 가르치고 있어 마음이 肅然해 진다.

 

점점 마누라 좋아하는 산나물이 나타난다(이산은 취등 산나물 풍년이다). 묘가 하나 나타났는데 취와 둥글레로 덮혀 있고, 또 한참을 가니 다른 묘가 나오고 여기엔 비석이 서있는데 둥글레와 고사리밭이 되어버린 "93년 원주의 자손 누구"라고 서있는 "정기석 지묘"가 나온다. 국유림에 몰래 묻느라고 그렇다는둥 마누라와 의견 교환을 하지만 이렇게 높은데  묘를 쓴 사유가 매우 궁금하다.

 

이제 부턴 고목 사이 莊園에 키 낮은 풀들이 차있고 여기저기 나리꽃이 군락을 이루어 피어있다. 비는 미친년 땀 흘리듯 내렸다 말았다 하는데 위는 나무가 가려 비를 맞지는 않지만 물 묻은 풀들 사이를 걸으니 바지와 등산화가 졌어온다. 산마루에 당도했다. 지나가는 비 같지만 시원히 내리기 시작한다.

 

왼쪽에서 오는 길 자욱이 있지만 10여전 인쇄된 지도와는 차이가 많이 나서 예비 조사한 정보가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수백 미터를 취나물을 뜯으며 올라가니 주목들이 띄엄띄엄 서있고 안내판이 왼쪽-마항치를 가르키지만 길같아 보이진 않는다. 이곳 안내판은 믿을 수가 없다.

 

11:50이 다되어 가면서 앞에 통신용 콘테이너와 안테나 그리고 고속도로 감시용 같은 카메라 ?가 눈에 들어온다. 산 정상은 두루뭉실 운동장 같고 왼쪽은 헬기장, 우측은 무인통신시설, 그사이에 돌무딩이 두개가 서있는, 그곳에 정상을 알리는 비석이 서있다.

 

GPS도 표지석에도 높이가 1,561m를 가르킨다. 물에 젖은 손가락이 시러워 온다. 높이가 높으니 그만큼 기온이 내려가서 우비를 입었는데도 추위를 느낀다. 청옥산 정상 부근에 평평한 분지가 보이는데, "육백마지기" 일게다. 중왕산, 중봉 하봉이 시원히 내려다 보인다.

 

사진을 박고는 중봉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좀더 내려오니 안내판이 서 있는데 왼쪽은 "장구목이"를 가르키지만, 길은 없다. 이산에서는 표지대로 갔다가는 길 잃을게 뻔하다. 5분여를 내려오자 확연한 3갈래 길인데 안내표지는 없고 꼬리표만 3방향을 나누어 파리떼 처럼 붙어 있어 왼쪽은 분명 숙암에서 곧장 치고 올라온 곳임을 알 수 있었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데, 비는 또 내리기 시작하다가 식사를 끝내면서 비도 멈춘다. 밥먹고 물 마시라고 ? 짐을 꾸리고 다시 출발. 취를 너무 많이 뜯어 비닐주머니가 몇 개는 필요하다. 마누라가 갑자기 소리친다. 쥐새끼가 내 뒤를 따른단다. 바라보니 두더쥐 새끼인데 코가 삐죽하고 꼬리는 3센치정도로 새빨간데 눈을 감고 튀는지 나뭇가지 사이를 넘고 넘어 도망친다. 그러고 보니 산길에 뚫린 구멍이 너무도 많다.

 

13:25 밋밋한 봉우리인지 분간이 않되는 곳에 당도했는데 이곳이 중봉이다. 오잠동은 직진이고 우측으로는 세곡임도라 표시되었다. 아마 직진하면 하봉을 거쳐 숙암방면 오잠동과 회동으로 갈릴 것이다. 그곳까지 가면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세곡 방향으로 하산을 한다. 등산화는 젖어 양말까지 찌거덕 거리고, 이제 나물은 너무 많아 귀찮아 지기만 하는데도 여자들 욕심은 한이 없어 따고 또 따고, 줄기에 핀 꽃만 봐도 이건 떡취, 저건 멱취 구분을 한다. 오늘 마누라는 취나물에 대해 마스터 하나보다. 원없이 취를 따서 여한이 없는지 이렇게 데려와 줘서 고맙다고 무한히 행복해 한다(오늘 취나물 만큼이나 점수 많이 땄다).

 

급경사를 한참을 내리고 또 내려와서 2:30 드디어 임도에 당도했다. 길이 끊긴 낭떨어지를 발발 내려서니 임도인데, 오를 때 지났던 어은동 임도는 2.5Km, 하산길은 1.9Km, 우측 임도따라 하산길은 4.5Km를 가르킨다. 발이 아프다는 마누라는 그래도 가까운 하산 길을 택했는데, 경사는 급하고 30여분 내려오니 새로 뚫는 공사를 하던 임도가 나타난다. 내려올수록 온도는 올라가서 더위를 느끼고 점점 땀이 나기 시작한다. 날것도 뒤따르고...

 

3:20 민가가 보인다. 할머니 한분이 밭에서 일을 하고, 딸기나무 가지마다 딸기를 빨갛게 매달고 있는데, 우린 정신없이 그걸 따고 있었다. 그때 나타나는 등산객들-산행 내내 한사람도 못봐 사람이 보이면 무서울 줄 알았는데, 무척 반가웠다.

 

10시부터 등산을 시작했다니 우리는 그놈의 취를 따느라고 두 시간이나 허비한 셈이다. 우측에는 폐광이 보이고 계곡의 갈색 빛은 아직도 지워지질 않고 그때의 쓰라린 환경파괴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길은 매표소로 나 있었지만 중간 우측 또다른 폐광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철문을 넘고 휴양림으로 들어가서 한참을 계곡을 따라 걸어 아침에 출발한 장소에 닿았다(16:00). 그리고는 표 샀냐고 묻지 않기를 빌면서 매표소를 지나, 서울로 서울로.

 

추후 이용자를 위해 안내한다면, 매표소 지나면서 우측에 처음 다리가 제1야영장, 그 다음에 통나무 Gate"가리왕산휴양림"-상점같은 건물을 짓고 있었다. 다음이 청송교, 그다음이 심마니교 이고, 거기에서 임도는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한다.

 

휴양림 입장료는 1,000, 숙박시설 이용은 3-4인용 방 20,000원부터이다. 여름철 가족단위 피서에 복작대는 해변보다 조용하고 시원해 좋을 것 같다.

예약 필수. 휴양림관리소 033-563-1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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