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산행기

민주지산(2001.07.07)

조진대 2021. 5. 3. 10:18

민주지산 (2001.07.07)

 

77일 새벽05:40 집을 나서 차를 몰고 88도로-경부고속을 타고 황간IC를 나왔다.

49번 국도를 타고가다 917번 직지사와 갈라지고, 8Km를 가서 21번 도로를 타고 상촌면을 지나, 오늘 산행예정인 민주지산을 향해 물한계곡으로 간다. IC로부터 20Km이상을 달리는데 길옆의 개천이 물한계곡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이다. 명지산 입구처럼 도로 중간쯤 입장료를 받는 매표소가 있지만 이른 아침이라 아직 업무개시 이다.

 

물한계곡(OO)란 팻말과 민박집 간판을 셀 수 없이 많이 지나서 도로 끝에 100여대의 차가 주차할 수 있는 넓은 주차장이 나와 08:00 여기에 차를 세우고, 어제밤 싸놓은 도시락으로 아침을 먹는다. 주차장 옆은 계곡물이 흘러 차를 뒤로 대고 뒷문을 열어 식사를 하니 바로 물가에 앉아 식사하는 것 같다.

 

일기예보에 남쪽은 호우주의보라 했고, 오면서 보니 대전,옥천지역이 구름에 덮혀서 비가 오는게 아닌가 걱정을 했지만 기우에 지나지 않았고, 햇살은 눈부시게 비추지만 이른 아침이라 서늘하다. 이곳이 물한계곡 아닌가 ?

 

08:20 4병의 물과 점심도시락을 배낭에 넣고 산행을 시작한다. 몇채의 민박집을 지나자 "물한계곡"石看板이 서있고 왼쪽에 황룡사란 자그마한 절이 나오고 여기서부터 계곡은 산천어를 방류 보호하느라 쳐놓은 닭장 같은 철망을 끼고 30분 이상을 걸었다. 흘러내리는 계곡수 소리는 쭉쭉뻗은 전나무,잣나무등과 어울려 시원함을 더해준다.

 

3갈래 길이 나오고 철망이 끝나는가 싶은 데서 내를 건너고 100m를 가니 다시 3갈래길 "삼도봉- 민주지산"을 알리는 안내판이 서있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철망, 그런데 어! 이게 왼 차 ? 길이 넓으니 프라이드가 여기까지 올라와 세워 놓았다. 더 이상은 차로 가기가 무리인가 보다. 몇 십 미터 가서 드디어 철망은 끝나고 내를 건너 산행 길은 시작 된다.

 

09:05 "상도봉-석기봉"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길도 계곡도 올라만 간다. 그러나 넒은 길이 계속되는걸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은 찾는 것 같다. 너덜길을 10여분쯤 가니 삭은 나무로 길을 막고 꼬리표들은 다닥다닥 우측 길을 가르킨다. 좀 지나 "삼도봉약수"가 있는데 물이 많아서 약수인지 시냇물인지 분간이 안간다.

 

09:25 이제부터 본격적인 오름인가 ? 그러나 다시 완만한 길...계곡물 소리는 점점 저 아래로 멀어지고 인적이 없는 길을 고독하게 둘이만 간다. 마누라와 나. 이따금 비행기 소리가 하늘을 가르는 것 외에는 아무도 없다.

 

09:40 자그마한 언덕 쉼터, 아직 삼도봉은 1.4K나 남았고 하염없이 길을 올라가다 잠시 뒤를 본 마누라, 날 세운다. 뒤를 보니 귀는 삼각으로 꽂꽂이 세우고 꼬리는 땅으로 내린 늑대가 아닌가. 한 마리는 길에서 5m 덜어진 숲에, 한 마리는 우리 뒤에 서있다. 난 두리번 거리며 썩은 것이지만 도사나 들고 다닐만한 긴 나무를 잡았고 마누라에게도 낮으막한 소리를 치면서 나무를 잡으라고 한다. 둘이는 손에 나무때기 무기를 거머쥐고 일전을 불사할 준비를 한 채 겉으론 태연하게 겁먹은 표정을 감추고 흘끗흘끗 뒤를 보며 정신 없이 올랐다. 나무때기가 너무 크고 무거워 짧은 걸로 바꾸어 쥔다.

 

배가 쌀쌀 아프다던 마누라 불평은 간데 없고, 우리가 서면 암놈은 우리 뒤에 멈추어 서고 숫놈은 우리 옆을 이리저리 왔다갔다, 우릴 홀리는것만 같다. 15분 정도를 그렇게 씨름을 하니 헬기장이 있는 공터가 나온다. 우린 태연한 척 멈추어 섰다. 그들도 멈추고는 멋적은 듯 옆에 서있다.

 

여기서 우측으로 꺽어 가파른 오름을 시작한다. 그들은 더 이상 따라오지 않는 것 같다. 난 썩은 나무무기를 버리고 갈색으로 물든 손바닥을 쓱쓱 문질러 닥았다. 가파른 길을 올라서니 전화벨이 찌리릭, 하와이에 있는 친구였다. 전화를 끝내고 느낌이 이상해서 뒤를 보니 그 놈들이 뒤에 있는 게 아닌가. 허겁지겁 아무 나무나 무기로 들었다.

 

그들이 뒤에서 공격하면 완전히 허를 찔린다는 생각을 하니 내가 마누라 보다 앞서게 되었다. 그러는 날 마누라는 놀린다. 무슨 남자가 여자를 뒤에 세우고 앞에 가느냐고... 보니 그렇다. 난 그런 것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리곤 그들은 숲으로 들어갔다.

 

경계를 늦추지 않고 계속해서 오르니 10:25 삼도봉(三道峰-경북,충북,전북 3도의 경계지점으로 돌비석을 세웠다)이다. 사진을 박고 숨을 돌리니 한 떼의 등산객이 올라온다.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패이다. 그들에게 호들갑을 떨면서 늑대 이야길 하니, 그게 늑대가 아니고 산아래 산장에서 키우는 진돗개 한쌍이란다. "그럼 이 무기를 버려도 되겠군요 ?" 난 썩은 나무를 버렸다. 이산엔 멧돼지,산토끼, 노루등은 있으나 늑대는 없단다. 조금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그들과 헤어져 삼도봉을 떠나 석기봉으로 향하는데 또 뒤에서 "학학학학"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까 그 놈 중 하나인데 작별인사를 하는지 겁주어 미안하다는 인사인지, 얼굴을 보이고는 사라졌다.

 

11:00 "석기봉-물한계곡" 갈림길이 나오고 15분을 더 가서 석기봉(1,180m)에 도달 하였다. 석기봉은 암릉 이었다. 멀리서 보는 모습도 제일 뾰족 하다. 경사진 길을 하산하는데 인기척이 들린다. 삽소리도 나고-중앙일보에 연재중인 원택스님의 연재가 생각난다-성철스님이 행자시절 삽질하는 원택스님보고 "수군보"(경상도 사투리로 삽을 말함)의 유래에 대해 물었다는..그때 산길을 조금 벗어난 능선에 3-4명의 남자가 무었을 묻고 삽으로 덮는 것 같다. 쓰레기도 아닐테고...신문에 가끔 나오는 빛 못 갚는 사람 죽이고 묻는 생각이 스치면서 재빨리 그 자리를 피했다. 마누라는 자꾸만 땅을 보고 나물을 만진다. "그럼 이제부터 뜯어보자" 하는 말에 본격적으로 취나물을 뜯는다.

 

12:05 이름 모를 밋밋한 봉에서 점심을 먹는다. 20여분 후 다시 행군을... 길은 평평하고 산책하기에 안성맞춤. 설악산 만경대 길처럼 좌우는 급경사인 좁은 능선길을 한참을 걸었다. 다시 물한계곡-민주지산을 가르키는 3갈래, 몸은 지치고 무릎이 아파옴을 느낀다. 마지막 안간힘으로 오름을 계속 하는데...

 

13:00 삼도봉-물한계곡-민주지산을 가르키는 안내판. (삼도봉에서 민주지산이 4.1Km이다) 5분 후 민주지산 정상(1,241.7m)이다. GPS1,250m를 지시한다. 정상을 알리는 기둥팻말이 하나 서 있을뿐 삼도봉 보다는 초라하다. 각호산 방향으로 직진한다. 걷기에 좋은 산책길이다. 여기저기 굴을 판 자욱(산짐승 작품)이 보여 다시 무기를 들었다.

 

13:45 3갈래 길이다. 더 직진하면 각호산이고 우측은 물한계곡으로 하산길이다. 경사는 급하고 나무밑은 컴컴하다. 14:25 3갈래 길이 나와서 "오디"를 따먹고 있는데 2명의 산꾼이 내려온다. 계곡수는 철철 거리며 내려오기 시작했고 길은 너덜길이다. 잠시 후 또 3갈래-이산은 북한산 처럼 갈라진 길이 너무도 많다. 여기서 양말을 벗고 발을 물에 담그고 등목을 한다. 물이 차서 "물한(찬물)"인가 ? 10초를 못견디게 저려온다.

 

15:10 아침에 지났던 길과 만나는 3갈래가 나왔다. 그리고 철망도... 군데군데 물놀이 객들을 만나고 15:40 주차장에 도착 했으니 점심 식사한 시간을 제하고도 7시간 (14-5Km)산행을 한 것이다.

 

'오래된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태산(2001.07.28)  (0) 2021.05.03
가리왕산(2001.07.14)  (0) 2021.05.03
대야산(2001.06.23)  (0) 2021.05.03
오대산(2001.06.16)  (0) 2021.05.03
백령도(2001.06.08)  (0) 2021.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