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산행기

대야산(2001.06.23)

조진대 2021. 5. 3. 10:15

대야산 (2001.06.23.)

 

622일 오후 분당을 출발,고향부근 친척집 초상에 弔問을 하고, 고향 동생집에서 1박후 새벽 5시 기상, 이부자리만 개어놓고 도망치듯 차에 올라 음성-괴산-쌍곡계곡을 지나 산마루를 넘어 문경쪽 선유동 중간에 있는 대야산입구 주차장에 오니 06:40, 주차장은 2천여평은 돼보이고 매점,수도, 화장실이 잘 갖추어져 있다.

 

매표소에는 이른 아침이라 아무도 없고, 라면을 끌이고 양치를 하고 나서 07:15 산행을 출발한다. 입구에는 커다란 사진(용추폭포-왕건이 도선비기를 받는 TV사진)을 세워놓아 이곳이 TV에도 나오는 좋은 곳임을 선전하고 있다.

 

나무계단을 올라 산마루에 서니 눈아래 식당-민박촌이 보인다. 대여섯집을 지나 큰길이 끝나는 지점부터 본격적 산행길이다. 간밤에 비가 흡족히 왔는지 길은 젖어있고 계곡수는 풍부하다.

 

07:40 용추폭포에 도착, 위에서 쏟아지는 물은 복숭아 모양 에 떨어지고 다시 아래로 넘어온다. 입구에 세워놓은 사진이 여기에도 있다. 실제 이곳이 도선비기를 받은 곳이란다. 계곡을 따라 바위를 넘어 길을 오른다. 구름이 낀, 덥지 않은 등산에 아주 좋은 날씨이다.

 

08:00 월영대에 이르렀다. 2-3백여평의 넓고 긴 바위바닥을 흘러내리는 계곡수에 밤에는 달이 비추어진다 해서 月影臺라 지어졌다. 이곳에서 우측의 피아골로 접어들었다. 물은 절반 이하로 갈라졌고, 10여분을 가자 오름이 시작되었다. 점점 작아진 개울을 이리왔다 저리 갔다 건느며, 끝이지 않고 이어지는 실계곡을 끼고 오름을 계속한다.

 

새소리는 "삐리삐리릿" 다른산에서 처럼 요란스레 울지는 않지만 심심치 않게 우릴 반긴다. 모기는 귀 뒤에서 바짝붙어 쫒아오고... 굵은 다래나무가 졍글처럼 늘어져 있다. 작은 개을을 끼고 6-70도 급경사를 오르는데 물먹은 바위가 사뭇 미끄러워 4발을 모두 써야 한다. 30m 길이의 실폭포는 계속되고 낡은 동아줄이 나타난다. 다시 쇠사슬 줄이 늘어져 있고 급경사진 절벽 중간에 올라서니 비로소 아래가 내려다 보이는 것이 꽤나 올라온 모양이다.

 

암릉 오르막이 계속된다. 실개천은 아직도 "쫄쫄" 작은 폭포에 흐르고...마누라는 죽겠다고 쉬잔다. 산행시작 2시간 만에 잠시 쉬면서 오이를 깐다. 다시 오름을 계속한 끝에 09:30 대야산 정상(930m)에 섰다. 사방은 구름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고, 방향마저 모르는체, GPS로 동서남북을 가린다.

 

이산은 속리산 국립공원에 속해 있고 북에서 남으로 장성봉-대야산-백악산-속리산으로 이어지는 白頭大幹의 한줄기이다. 09:40 방향을 잡고 밀재쪽으로 내려선다. 바위는 젖어있어 미끄럽고 안잡을려고 피하던 길게 매어진 동아줄에 신세를 진다. 오늘산행은 완전히 유격훈련이다 고개를 넘고 앞서가는 마누라, 이상한 길로 접어드니, 이거 길을 잊어 버린게 아닌가 걱정된다.

 

아직 밀재는 아닌 것 같은데 집단으로 있는 꼬리표는 왼쪽 아래로 향한다. 넓게 길이 나 있으니 따라만 가면 길잃은 염려는 없겠지... 한참을 내려가니 10:40 실계곡이 나오고 물소리가 난다. 조금더 가니 밀재에서 오늘길과 만나고(13119안내판), 갈대숲을 지날 때 한떼의 나방이 날아 올랐다. 마누라는 가끔씩 흩어져 있는 옛것으로 보이는 그릇조각을 모으기 시작하고 비닐봉지 하나가득 채워 낑낑 들고 내려가며 뭐 그리 흥이 나는지 "그대 그리고 나"를 흥얼댄다. 다시 나타나는 날파리떼...

 

11:05 처음 사람을 만났다. "대야산 정상"이라 쓴 쇠기둥을 어깨에 둘러메고 정상을 간단다. 11:20 물이 흘러내리는, 폭포는 밋밋하고, 운동장 같이 넓은 바위를 만났는데, 마음이 확 열리는게 이보다 더 좋을순 없다. 길이는 150m, 넓이는 2-30m, 이곳에 하루종일 퍼져 있고만 싶다.

 

마누라 과일을 깍는다고 배낭을 뒤져서는 휴대용 술병을 꺼낸다. 깜빡잊고 정상주 하는걸 잊었다. 술 한잔을 입안에 넣고 하늘을 본다. 무릉도원이 이곳이구나 ! 한참을 쉰후 내려가면서 보니 이곳이 월영대이고, 아까 피아골로 갈라질 때 밑에서 올려다본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다시 그아래 작은 월영대, 그리고 이어지는 3째 월영대, 다음이 용추폭포.

 

갑자기 사람들이 많아졌다. 놀러온 한떼의 사람들이 이곳 경치에 매료되어 노닐고 있었다. 12:05 민박-식당가에 도착했고, 주차장에 오니 주차배 내시고 가라는 쪽지가 차유리에 붙어있다.

 

용추골민박 571-0262, 대야산장 572-0033 (513만원, 10명 한방 7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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