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산행기

오대산(2001.06.16)

조진대 2021. 5. 3. 10:13

오대산-비로봉(2001.06.16.)

 

61607시 집을 떠나-경부-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진부에서 내려 곧바로 오대산 국립공원으로 들어간다. 월정사입구 매표소에서 9,600원을 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비싸다(입장1,300+문화재1,500 두명+주차4,000).

 

상원사를 지나고 좀더 가니 비포장이고 걷는 사람을 위해 먼지가 안 나도록 서행을 해달라는 입간판이 서있다. 이따금 지나는 거의 모두가 천천히 주행을 하지만, 가끔 고급차, 트럭은 무식을 표하는양 질주를 한다. 비포장이라도 상태는 아주 좋았고 길가의 하늘까지 솟아있는 아름드리 나무와 우측의 계곡이 어우러져 차창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폐 깊숙이 들어 오는 공기 또한 深奧하게 상쾌한 기분을 준다. "! 이런데서 살고싶다" 한참을 천천히 그렇게 기어(월정사에서10Km) 상원사 입구 주차장에 닿았다.

 

10:30 산행을 시작한다. 길은 넓고 일부 차량이 길옆 공터에 주차를 했다. 왜 이곳까지 차를 가지고 들어오지 그랬냐고 마누라 비싼 입장료 낸 것이 못내 못마땅한가 보다. 아름드리 전나무가 하늘을 찌르고 계곡물은 중부지방의 가뭄을 잊어버리도록 소리 내어 흐르고 있다. 별천지에 온 것이다.

 

상원사는 우측으로 300m를 가야하는데, 봐 봤자 절들 똑같은 것을...이름난 스님이 계신 것도 아니고 맨 중뿐일텐데...넓은 길을 계속 가니 등산로로 변하는 지점에 요즘 절간마다 흔히 설치한 화물운반용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산 중턱에 절이 있는데 본채는 비가 새는지 천막을 씌워 놓았고 바로 앞에는 모텔을 짖는지 콘크리트로 건축물 공사를 하는데, 아마 공사판 인부용인지 입구의 화장실 냄새가 코를 찌른다.

 

산 위에서 무슨 행사가 있었나 보다. 보살들이 내려오고 이따금 중들도 섞여 내려오는데, "위에 뭐가 있어요 ?" 하고 물으니 "적멸보궁이 있어요" 한다. 그제서야 그 냄새나는 절이 적멸보궁이 아니고 중대사라 생각되었다. 그러면 그렇지 아름다운 이름에 걸맞지 않게 화장실 냄새는 뭐고 콘크리트 건축물은 뭐야 ?

 

나무받침 계단을 한참을 오르고 커다란 4각돌로 포장된 넓은 길을 100여미터 올라 길은 잠시 멈추고(1,190m) 고목을 잘라 계단을 만들어 언덕위로 오르게 했다. 노래에 나오는 언덕위의 하얀집 처럼 밋밋하게 볼록한 양지바른 둔덕에 집 한채가 서있고 앞마당은 잔디가 골프장 처럼 깔려 있는데 그게 "적멸보궁"-신라 선덕여왕때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돌아올 때 진신사리를 가져와서 이곳에 모셨다-이다.

 

건물 옆에서는 한 떼의 아낙들이 아마 음식을 만드나 보다, 불당 안에도 여인네들이 불공을 드리는지 청소를 하는지 앉아있고, 분위기를 깨고싶지 않아 난 감히 뜰 위로도 오르지를 못했다. 그러나 코앞까지 갔다온 마누라왈-불상이 있어야 할 자리에 빈 방석만 하나 있단다-그게 바로 寂滅寶宮 이야, 한국에 백덕산 법흥사외 4군데가 있는데, 이곳이 그중 한군데이다.

 

여기서부터 등산로 같은 길로 바뀌고 비로봉으로의 오름이 시작되었다. 양쪽에 기둥을 박고 줄을 맨 등산로에 돌계단은 허름하게 만들어져 있는데, 등산객은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았다. 하늘은 비올 듯 꾸물거리고 산 밑에서 정상까지 널려 있는 질경이, 파리와 모기떼...경사길을 한참을 오르니 12:20 정상이다.

 

GPS가 지시하는 높이도 1,563m, 정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식사들을 하고 있고, 사방이 확 트여 고만고만한 산들이 서로들 누가 높으냐 내기라도 하는 듯 사방으로 서 있는, ! 과연 강원도 라...라이락이 활짝 피어 향기를 뿜고, 수줍은 듯 산목련도 우아한 자태를 보이고, 주목들이 태백산처럼 늘어서 있다. 사진을 박고 (경상도에서 온 등산객은 찍는다 하지 않고 하나같이 박는다 한다) 우측 상왕봉 방향으로 향한다.

 

길은 평지이고 큰 나무가 여기저기 서있는 아래 풀들이 적당히 깔려있어 여기가 바로 "녹색의 장원"이란 생각이 든다. 등산로 주위로 사방에 앝게 파 헤처진 자욱이 널려있다. 누가 화분용 거름을 파갔나 ? 귀한 풀을 파갔나 ? 그게 아니고, 그래 멧돼지 소행이야. 헤처진 흙 위에 굽 자욱을 볼수 있었다.

 

중간의 헬기장에서 휴대용 양주통을 목에대고 한모금 마신후 점심 식사를 한다. 바람이 솔솔 불어 추위를 느끼게 한다. 속세에 있으면 덥다고 선풍기를 튼다, 에어커 덥개를 언제 열 것인가 夢想을 할텐데...긴팔 셔츠를 가져와야 하는 건데...식사후 길옆의 멱취를 뜯으며 밋밋한 길을 산보하듯, 삼림욕 하듯 걷는다.

 

산나물 채취하면 30만원 벌금이라는 간판을 보고는 자제하려 했으나, 눈에 보이는데 참을 수가 없었다. 저녁에 오는 떼거지에게 취나물 맛을 뵈줄 요량으로 고개를 한쪽으로 돌리고 걸으니 목이 아프다. 가벼운 오름후 13:37 상왕봉이다(1,503m). 이곳에서 급경사를 내린다. 이곳엔 언제 비가 많이 온 듯 길은 질고 미끄럽다. 다시 가벼운 오름, 아름드리 측백나무, 주목들, 그리고 다시 내리막, "두로봉"과 갈라지는곳, 이어지는 급경사의 시원한 내리막, 촉촉하고 비옥한 땅, 널려있는 다래나무 덩쿨 그리고 맑은 공기, ! 살 것 같다.

 

도로와 만났다-상원사에서 명개리로 넘어가는 비포장 비상도로인데 평상시 닫아놓았다. 북대사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는다. 도로를 피해 도로밑 너덜길을 따라 한참을 걸은후 급경사를 내려오니 15:40 다시 그 길과 만나고 도로를 따라 걸으니 16:00 주차장이 나왔다. 왔던 비포장길을 먼지가 날세라 조심조심, 외국 여자가 조깅으로 올라온다. 처음부터 저렇게 뛰어 오는걸까 ? 덤프트럭이 먼지를 휘날리면서 돌진해 온다. 아이구 저 무식한 놈 좀 봐라 문닫아라 !

 

올때본 꿀파는 할머니 앞에 멈추었다. 아까시아, 잡화 등이 있는데, 그중 옷나무 꿀의 향이 제일 좋았다. 진짜이길 빌면서 병 표면의 보증용 휴대전화번호 적힌 것을 믿으며 4만원에 한병을 샀다. 오면서 보니 그외 2-3군데 더있었다. 그러나 그할머니 말이 "밑에서는 더 싸던데,," "물건이 다르다"는 말을 믿기로 하고 다시 차를 세우지는 않았다.

 

월정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다리를 넘어 경내로 들어섰다. 대한항공 조중훈 회장의 頌德碑가 서있다. 아마 돈푼께나 보시한 모양이지. 이름에 걸맞게 거창하게 지은 절이다. 바닥은 온통 자갈을 깔고 한구석 살림집 같은곳엔 개들을 묶어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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