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산행기

응봉산(2001.05.04)

조진대 2021. 5. 3. 10:00

응봉산(2001.05.04.-06)

 

여름에 성산회를 이끌고 2박3일 정도로, 최후의 때묻지 않은 秘境이란 소릴 듣는 덕풍계곡을 갈려고, 사전 답사차 Trek Korea를 알게 되어 1인당 84,000원씩(식사비 별도)을 미리내고 산행참가를 했다.

마누라와 함께, 밤8시 약속시간에 늦을세라 양재역 8번 출구로 나가 구청과 외교안보연구원사이 주차장엘 당도하니 20여분 전이었다. 8시 5분전인데도 등산복차림의 사람들은 몇 서성거리지만 차는 보이질 않아 이승건(011-721-9077) 대장에게 전화를 하니 "아직 8시 전이죠 ?" 하며 오는 중이란다. 8시를 넘으려 하자마자 차 한 대가 왔다. 다음 차를 확인하니 어디쯤 온다는데 아무래도 8시 출발은 안될 것 같다.

 

아침 비상식 만들 재료를 구입한다고 차 한대는 시장을 다녀와서, 9시20분이 돼서야 출발한다. 연휴라 고속도로는 한없이 막히고, 난 그때부터 잠에 취해 졸면서 깨면서, 문막 휴게소를 들러, 제천역에서 춘천에서오는 누굴 태우고 하염없이 구불구불 내달린다. 잠에 취해 이리 삐뜩 저리 삐뜩, 무릅이 앞의자에 닿아 꼼짝없이 갖혀 앉아 간간이 눈을 떠 밖을 보지만 어둠에 풍경이 보이질 않고 어디가 어딘지 분간이 안 간다.

 

드디어 다 왔다고 차를 세우는데 05시, 덕풍에 닿았다. 민박 예약한 방에 가자고 하지만 만사가 귀찮아 승합차 안에 누우니 운전기사가 침낭을 펴준다. 6시까지 푹 잤다. 깨어보니 날은 훤하고 방향감각을 잊었는데, 몇 채의 건물들, 들판 그리고 산들. 소피를 보고 수돗물에 물을 묻혀 세수랍시고 흉내를 낸다. 주변 정찰을 하는 동안 다른 일행 몇 명이 배낭을 짊어지고 떠난다.

 

우린 천천히 기상들을 해서 아침을 먹고, 승합차 위에 달고 다니는 천막커버를 열어 등산용 살림도구를 꺼내 버너를 피고 감자, 양파, 고기를 볶아 압력솥의 밥과 비벼서 비닐에 한 덩어리씩 넣어 뭉친다. 난 마른 김을 가져 왔기에 김밥을 만들어 배낭에 한 덩어리 넣었다.

 

민박을 운영하는 이희철 이장 (033-572-7378)의 설명이 여름철엔 비가 오면 위험한데 그러나 3-4일 지나면 물이 빠지므로 등산이 가능하단다.

 

8:45 드디어 출발이다. 가슴이 떨린다. 얼마나 험한 코스이기에 최후의 때묻지 않은 비경이라고 할까 ? 대장의 설명이다. 전방에 골이 2인데, 우측은 음지골로서 너무 위험하고, 우린 좌측의 용소골로 간단다. B조는 1용소를 지나 2용소 밑까지만 가고 A조는 계곡을 지나 산을 타고 덕구까지 10시간 산행이란다.

 

10시간이건 12시간이건 난 해 낼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지난주 이에 대비하느라 관악산 사당에서 안양까지 쉬지 않고 종주하지 않았던가. 그것의 2배 밖엔 안되지만 마누라의 병난 엄지발가락이 문제다, 그러나 최씨인데 잘해내겠지...

 

쇠 난간과 축대가 나온다. 단조로운 계곡을 한시간을 들어가서 사진으로, 말로 듣던 1용소와 만났다. 제일 험하다 했다. 우측 약간 경사진 물가위로 굵은 동아줄이 바위 벽에 잘 고정돼 있다. 비가 와서 물만 가득 불지 않으면 줄이 없드라도 가는덴 아무 지장이 없을 것같다. 단지 수위가 문제 이겠으나 오늘 수위는 발 짚을 둔덕에서 50 Cm는 떨어져 있다. 1용소의 폭포 높이는 그다지 높지 않다.

 

계속가니 나무다리(3木橋)를 몇 개 지나고 군데군데 레일이 나딩굴고 축대가 계속된다. 일제시 나무를 베어 나르려고 축대를 쌓고 레일을 놓았던 것 같다. 낙엽이 덮힌 너덜지대, 낙엽이 너무 깊어 돌이 안 보인다. 가끔은 물이 고인 낙엽속, 발을 적시게 한다. 10시 2용소다. 폭포밑 昭의 깊이는 누군가 재었었는데 40m가 된단다. 우측으로 올라 채는데 동아줄을 설치했다. 줄이 없어도 냉골 릿지코스을 오르는 내 실력이 아니드라도 문제가 될성싶지 않다. 그보다는 길을 따라 가다 보면 나오는 키을 넘는 절벽 같은 막다른 길, 다시 백 하여 안전한 길로 우회한다.

 

가끔은 조심 해야할 가파른 내리막을 찾아 엉금엉금 긴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계곡의 물은 녹차처럼 연갈색인데 올챙이가 무수히 많이 하류부터 상류까지 붙어있다. 손가락 보다 큰 버들치가 물속을 유유히 헤엄치고...연속되는 축대, 딩구는 레일...

 

12시 웅장한 협곡이 나온다. 거대한 물기둥이 50여m 높이의 바위를 뚫어 웅대한 수로를 만들었다. 그아래 자그만 바위위에 앉았던 물새, 하얀 배설물을 뿌리고..2굽으로 갈라진 모래 위에 박힌 짐승의 발자욱.

 

12:40 계속되는 계곡 물에 취한 나른함과 경보를 알려주는 배꼽시계의 성화에 오르던 발을 멈추고 식사를 한다. 아침에 준비한 행동식, 그 맛이 기가 막히게 좋다. 아니 밥이 아니라도 빵이나 과자만 먹었드래도 계곡의 멋에 흐드러져, 흐르는 물에 젖은 마음을 풍족하게 해 주었을 께다.

 

13:10 출발한다. GPS가 왼쪽 응봉산으로 갈라지는 회전점을 800여m 남았다고 가르킨다. 갈대 숲이 나온다. 아마 이 지역의 기온이 아래보다 낮아서 갈대가 자생했으리라...20여분 올라가니 "매(응)봉산" 방향을 알리는 조그만 나무조각이 걸려 있는 게 눈에 들어온다. GPS도 정확히 그 지점이라 알려주고, 안내 꼬리표도 그렇게 보여주고, 틀림이 없다.

 

개울을 건너 왼쪽으로 오른다. 기다란 폭포를 왼쪽으로 오르고 가파른 경사를 나무를 잡고 오르고 또 오르니 길 같은 길이 나타난다. 경사가 급하다. 그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이 이제야 발휘될 차례이다. 숨이 헉헉 되지 않게 서서히 그러나 쉬지 않고 허리에 두 팔를 받치고 한발한발 올려 내 딛는다.

 

Trek Korea의 자랑인 맹렬 여성 전사들이 앞장서 줄을 이은다. 내 앞에 3명의 여성 대원들, 뒤 따라오는 이승건 대장, 망설이다 산행을 결심했다는 허리 아픈 성현아빠 그리고 아버지 대신 배낭을 메어야 한다고 기다리는 효자 성현, 이 대장이 앞선다. 3명의 다른팀이 뒤쳐지고, 뒤 따라 오는 마누라.

 

1차 8부 능선에 다다라서 잠시 쉬며 물병을 따서 마신다. 그리곤 다시 전진, 내 앞엔 1사람의 여성대원만이 저만치 가고, 난 그 뒤를 쉬지않고 걸었다. 봉우리를 두개 지나 마지막 오름을, 마비 되어오는 듯한 다리를 마음속으로 "조금만 참아다오" 빌면서... 드디어 사진에서 보든 정상을 알리는 표지석이 눈에 들어온다.

 

14:50 정상이다. 그 뒤를 마누라가... 한참을 기다려 이 대장과 다른 여성 대원들...남자들은 모두 지쳐 떨어 졌나보다. 이럴때의 성취감을 축하하기 위해 무거움을 마다 않고 지고온 배낭의 정상주를 꺼내 나누었다. 그늘을 찾아 쉬면서 후미를 기다리지만 나타나질 않는다.

 

김태용에게 전화를 했다. 하장면장으로 봉직하고 있는, 오늘 내일은 비상근무를 한단다. 올라오면서 한잎두잎 뜯은 취나물을 정리하며 뒤쳐진 사람들을 기다린다. 한시간이 넘어서 도착한 마지막 두사람은 "응봉산" 안내 팻말을 보지 못해 길을 잘못 들었었단다.

 

16:00 정상을 출발하여 하산을 한다. 성현이 발이 아프단다. 등산화 끈을 꽉 매어 앞 발가락에 여유를 준다. 너무 꼭 매었나 ? 아프다고 엉금엉금 기어 내린다. 군데군데 잔디 없는 묘지들...아마 6.25때 희생된 적군 또는 아군들 시체를 모아 묻은 묘 일께다. 경사는 그리 가파르지 않고 걷기에 괜찮다.

 

경사진 산을 한숨 내려오니 평평한 길이 되고 차라도 다닐 정도로 넓다. 그 길을 내쳐 걸어 원탕과 갈라지는 능선으로, 경비초소가 나오고 아스팔트길을 심심풀이로 갤로퍼 한 대가 요란스레 소릴내고 올라와서는 싱겁게 내려간다. 콘도가 나오고 좌로 몇년전 고향 친구들과 왔었던 눈에 익은 온천건물이 들어온다.

17:40 인간세계로 되돌아 온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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