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9정맥/백두대간

백두대간 13 늘재-속리산-갈령

조진대 2022. 2. 28. 20:51

백두대간 속리산 (2003.4.5)

 

 

 

산행구간: 늘재(04:15)-696봉(05:20)-밤티재(06:10)-입석바위(06:35)-문장대(08:30)-신선대(09:30)-천황봉(10:53)-전망바위-667봉(13:18)-피앗재(13:50)-형제봉(15:15)-갈령3거리(15:40)-갈령(16:15). 12시간 산행(알바,점심 1:20 포함)

 

화북택시 011-803-6463 (갈령-늘재 10,000원)

       

 

4일 밤, 잠을 억지로 잘 바에야 출발하자는 마눌의 제안에 따라, 밤11:25 집을 출발했다. 88대로 한남대교-청담대교, 호법JC 지나서 일죽 전 고개까지 서행을 한다. 그 후 속도를 회복했으나 시간은 많이 지체되어, 02:30 늘재 왼쪽 이름 모를 농장입구 공터에 차를 대고 4시까지 눈을 붙이기로 한다. 떨려오는 추위에 히터를 켠 후 다시 30여분 잤다.

 

 

 

늘재

04시, 휴대폰 알람에 잠을 깬 후 커피를 마시고는 4:15 싸늘한 공기를 가르며 머리에 랜턴을 얹고 늘재로 향했다. 낙동강-한강 분수령임을 알리는 표지판 왼쪽으로 산을 들어간다. 길은 잘 나있다. 좌우 군 참호를 지나고 나무숲 사잇길을 천천히 그러나 새벽 걸음으로 올라간다. 재 부근의 좌우 민가 가로등이 아래로 내려다보이고 우측 계곡 아래서 개 짖는 소리 요란하게 울려온다. 개 사육장인지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짖어댄다.

 

 

자그만 봉우리들의 오르고 내림을 반복하면서 개소리도 조용해지고 629봉을 올라서서 다시 내림, 그리고 696봉 정상을 향해 오른다. 길도 또렷하지만 리본이 길을 잘 인도해 주었다. 정상에서 한 무데기 리본이 나뭇가지에 매달리고, 길은 내려서는데 앞서가는 마눌 "어 ! 어디로 가지 ?" 길이 없어지고 리본도 볼 수가 없다. 거기서 3바퀴를 돌며 랜턴을 비춰 리본 찾았다. 그러다 날은 새고, 사람한길 정도의 바위틈새를 내려다보니 길이 있는 것 같아 내려 뛰어 살펴보니 낡은 리본하나 펄렁댄다. 30분을 소비했다.        

 

 

밤티재

바위 위에 일본소설 "무사시"에 나오는 사사끼고지로의 장대 같은 칼처럼 긴 리본하나를 매달아 나와 같은 고생을 하지 말기를 맘속으로 빈다. 길은 묘지를 지나 밤티재 까지 내리막이고 산 잔등을 절개해서 만든 도로를 건너서서 입산금지 표지를 잽싸게 지나 능선 나무숲으로 들어갔다.

배가 출출해 온다. 빵 하나와 쥬스로 아침이다.

 

 

6:23 청화산 우측 시루봉 남쪽으로 아침해가 살짝 얼굴을 비치더니 몇 발자욱 띠는 새 활짝 떠올랐다. 696m 입석바위를 지나고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면서 속리산 청법대 입석대가 눈에 들어온다. 뒤를 보니 역삼각형의 바위가 봉 위에 서있다. 그래서 입석바위라 했나보다. 오르고 또 내림을 반복한다. 다시 배가 촐촐해와 계란과 두유를 마시고 오름의 행진을 계속한다. 산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7:30 왼쪽은 줄을 잡고 오르고 오른쪽은 작은 개구멍이 나왔다. 개구멍을 통과한다. 그리고 또 오름, 줄을 잡고 내림, 문장대가 보이면서 또 개구멍을 지나니 부러져 삭은 나무 위 딱따구리 나무 찍는 소리가 산을 울린다. 사진을 찍으려니 렌즈 튀어나오는 소리 저 해치려는 짓인 줄 알고 훌쩍 날아가 버린다. 암릉을 이리저리 헤집고, 펜더곰 처럼 키가 큰 산죽 밭을 누비고 지난다.

 

 

줄잡고 내려선 후 골짜기 얼음 위를 걷는다. 그리고 다시 개구멍이 나왔지만 그 위로 올라서서, 내려서고 또 올라서고-힘이 꽤 드는 구간이다. 다시 줄을 잡고 바위를 오르고 좌 우로 왔다갔다 헤메다 왼쪽으로 내려서고, 또 개구멍을 내려선다 (이능선은 犬門稜線 이라 해야겠다). 문장대가 코앞에 있다. 조금 더 진행을 하니 출입금지 표지판이 있고 헬기장이 나온다.

 

 

문장대

드디어 8:30 문장대 (1,054m)에 섰다. 3번만 이산에 오르면 극락엘 간단다. 매점 난로 옆에 앉아 다리를 쉬면서 국수와 동동주 한 사발(합6,000원)을 마시니 덜 잔 잠으로 처지던 몸이 기운을 차린다. 이래서 술이 필요한가 보다-약으로... 8:55 매점을 출발해서 화장실을 지나는데 종수가 전화를 했다. "어디 ?" "백두-속리산... 전화 사정이 좋지 않아 내가할 얘기만 일방적으로 다하니 전화가 끊긴다. 길엔 아직 얼은 눈이 남아있다.        

 

 

9:30 신선대에 왔다. 몇 사람이 앉아 차를 또는 술을 마신다. 쉬지 않고 걷는다. 키 만한 산죽 밭을 지나 9:55 입석대에 왔고, 바위를 배경으로 사진을 박으려니 훌쩍 큰 나무들이 앞을 가려 방해를 한다. 다시 산죽 밭을 지나며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고, 얼음 깔린 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서서 큼지막한 석문(큰 개구멍)을 지난다.

 

 

천황봉

10:35 법주사 방향으로 하산하는 3거리를 지나고 10:53 천황봉(1,058m)에 도착했다.

남쪽으로 구병산, 동남쪽으로 우리가 갈 형제봉, 북쪽으로 군자산, 청화산, 대야산이 보인다. 몇 사람의 등산객을 만났다. 10여분을 사진을 박고 휴식을 취한 후 출발한다. 한남정맥과 백두대간이 나누어지기에 길을 잘 잡아야 하는데, 국립공원이라서 리본은 모두 떼어 버렸으니 주의를 해야 한다. 동남쪽 능선을 겨냥하여 급경사를 내려섰다. 밧줄이 매어있고 이어지는 급경사. 왼쪽 바위 아래 물이 흐르는데, 식수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한 것 같다. 도룡룡 알이 한 덩어리 물에 잠겨있다.

 

 

11:20 이정표가 나왔다, 우측은 대목리 왼쪽은 만수리라 표시했는데, 만수리 보다는 형제봉이라 해야 맞을 것 같다. 봉을 올라서고 내려가는 길에 큰 묘가 서 있는데, 여기서 우측으로 내려서야 한다. 배가 고파 온다고 마눌 울어댄다. 자그마한 돌 위에 자리를 펴고 20여분간 점심식사를 했다. 날씨가 맑고 기온이 높아 겉옷을 안 걸쳐도 시원하기만 하다.

 

 

12:15 전망바위에 섰다. 여기서 아프리카 벌판의 달리는 동물처럼 멈추지 않는다면 100여m 절벽으로 곤두박질 치리라. 길은 왼쪽으로 내려선다. 12:30 703봉이다, 그리고 나오는 묘 (오늘 묘 무지 많이 봤다), 그리고 헬기장, 길은 하염없이 이어진다.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면서...지쳐서 메모하기도 귀찮다. 능선에서 왼쪽으로 상오리의 7층 석탑이 내려다보인다. 그전에 보인 커다란 집은 사이비종교 교주 저택이라고 택시기사가 알려줬다. 13:18 667봉에 왔고 길은 여기서 우측으로 꺾여져 내려선다. 작은 봉우리를 두어개 넘어서고 쭉 내려가서 피앗재(13:50)가 나왔다.

 

 

피앗재

여기서 난 빙신 짓을 했다. 내가 아둔한 건지, 그렇게 만들어 놓은 사람이 나쁜 건지...진행방향 형제봉 쪽을 범람하는 하천 물 막으려는 듯 나무들로 길을 막아 놓고 리본들은 모두 우측 만수리 방향에만 매어있다. 아무래도 전방에 공비가 나왔나 ? 의심하면서 우측 내려가는 길로 내려섰다. 얼마나 가다가 올라 갈려는가 의심을 품고..무한정 내려가다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속은 것 같다. 방향을 바꾸어 피앗재로 되돌아 올라갔다. 꼭30분을 허무하게 소비했다.

 

 

 

119 62번 위치 표지판이 있어 겨우겨우 054-119를 거니 옥천 소방서이고, 관내가 아니라 속리산은 잘 모른단다. 에라이 썅, 그냥 진행이다. 표지 리본도 나오고, 누군가 못된 작난을친게 분명하다. 아님 안내산악회가 일행을 형제봉 방향으로 가지 못하게 하려고 그리 했던지...물을 벌컥대고 마시면서 계속되는 오르막길을 올라 봉우리(803봉)에 올랐다.

 

 

형제봉

그리고 내려서서 눈앞의 봉, 형제봉(828m) 바위 위에 올랐다 (15:15). 나무표지는 밑둥이 삭어 바위틈새에 박어 놓았다. 길은 여기서 암봉을 왼쪽으로 끼고 돌아 90도 왼쪽으로 가야 한다. 15:40 갈령 3거리이다. 우측은 이어지는 비재 방향 대간길이고 왼쪽은 갈령 방향이다. 갈령 쪽은 곧바로 내려가는 게 아니고 평탄하게 한참을 가다 두어개의 작은 봉을 넘어서 그 후에 우측으로 내려서서 한참을 급하게 내려서야 한다.

 

 

갈령

군 시설물, 갈령 절개지 물 처리 홈을 지나 16:15 "갈령" 표지석이 있는 고개 마루에 내려섰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2-3대 주차공간에는 깃발 꽂은 산불감시트럭이 서 있고...        

 

꼬박 12시간 산행을 했다. 지난번 덕유산 종주 때도 12시간을 탔는데, 그때보다는 쉬엄쉬엄 해서 그런지 힘은 좀 덜 들었다. 마눌 등산화도 볼이 넓은걸 신어 4째 발가락이 아프긴 했어도 덜하고...

화북택시를 불러 늘재에 왔고, 차를 타고 서울로, 막히는 88대로를 타고 집에 오니 20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