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9정맥/백두대간

백두대간 11 큰재-신의터재

조진대 2022. 2. 28. 20:48

백두대간 큰재-백학산-신의터재 (2003.4.27)

 

 

 

코스: 큰재(06:10)-회룡재(07:30)-개터재(08:09)-윗왕실(09:40)-백학산(10:57)-임도(11:35)-개머리재(12:07)-지기재(13:57)-신의터재(15:20) 산행 9시간10분

 

차비: 서울-황간 고속도로 8,700원, 증평-동서울 고속도로비 4,000원

신의터제-큰재 택시 20,000원

 

 

02:06 집을 출발했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04:35 황간 휴게소에서 우동 한 그릇 씩을 비우고 황간IC로 나가서 49번 도로를 타고 가다 우측으로 갈라저 옥산 방향으로 갈려고 했는데, 그만 68번 공성, 선산 이라는 안내판을 무시하고 내쳐 상주 (길이 옥산을 거쳐 상주로 가는 줄만 알았다) 를 향해 진행하여 가다보니 25번 국도와 만나는 낙서까지 갔다. 마눌에게 "도대체 도움이 않돼" 꿍시렁 대며 되돌아와 다리공사를 하는 공성(옥산이 공성으로 부른다) 방향으로 꺾어 상판저수지를 지나 어물어물 가다보니 밋밋한 고개 같은데 강물 분수령 표지가 나타나서 "아하 여기가 큰재 이구나" 하고 두리번대니 학교 같은 건물이 왼편에 서있는, 좌우로 동네길이 있는 작은 4거리이다. 오늘은 도로에서 길 찾느라 날이 샛다. 문닫은 빈 학교 정문에는 경남번호 승용차 한 대가 떡 버티고 서있어 남쪽 동네 길 한켠으로 주차를 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06:10 큰재

학교담을 두고 우측은 작은 운동장, 왼쪽은 동네길이고, 50여m 들어가서 왼쪽은 사탁, 우측은 교실인 것 같다. 학교는 폐교상태인데, 사택 창고에는 구공탄몇개가 부스러진 채로 남아있어 마즈막 살다 떠난 분의 마음이 어땠을까 궁금해하며 리본을 따라 산으로 들었다. 서서히 오르면서 눈에 띄는 묘-오늘도 연이어 나오는 묘지순례를 한 기분이다. 산은 우릴 반기기 위해 보라색 붓꽃을 산행로 곳곳에 산행 내내 꽃아 놓았다. 바야흐로 무르익은 봄이다.
  
 
오늘 산행은 봄꽃과 더불어 산채밭을 걷는 기분이다. 길가에 흔히 나타나는 취, 고들빼기, 고사리, 이름모를 나물, 풀. 그리고 활짝핀 꽃들-하얗게 핀 조팝나무꽃, 제비꽃, 구슬봉이, 매발톱, 양지꽃-이놈도 산행 내내 우릴 붸아 다녔다. 나무 잎새는 두 주전 보다 훨씬 많아 돋아 나오고 풀들도 파릇파릇 싱그러운 새순을 내밀어 어느덧 소년 티가 난다.

 

새들도 "퉁퉁" 대고, 해는 동쪽으로 중천에 떠오르고, 변화한 자연의 모습에 감탄하며 벌린 입 사이로 뭔가가 날아들어 오매 얼른 입을 다물었다.

 

 

06:48 포장된 시골길(혹자는 農路라 부른다)이 나오고 그 길을 걸어 150여m 가고 고개에서 리본이 우를 우측 산길로 밀어 넣어 주었다. 고개 왼쪽부터는 밭에 심어진 복사꽃이 아침 햇살을 눈부시게 만들었고, 그 시골길이 이어진 저 아래에는 건물이 서 있는게 보였다. (이영도 목장이라 지도에 써있다). 산길 숲속을 걷는동안 "움메-" 소리가 들리고 작은 동산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중에도 나무숲 왼편으론 그 목장 건물과 비닐을 씌워 놓은 밭이 보여 우릴 아직 문명의 세계에서 놓아주질 않는다.

 

 

07:03 좌우로 탈출로로 쓰임직한 작은 오솔길이 나온다. 그 길을 지나 5분여 가니 그제서야 목장에서 벗어난 것 같다. 그만큼 목장은 길었다.
 

07:30 회룡재

다시 시골길(경운기나 다님직한 길)이 나오는데, 개복숭아 나무 한그루 왼쪽에 서서 활짝 꽃을 피워 미소를 짓고 서 있다. 서서히 올라서 보니 왼쪽으로 성봉산(572m)이 우측으론 서산(509m)이 멀리 보인다. 그리고 내리막길 끝에 나무를 심은 밭이 보이고 소로를 건너 바로 산으로 들어간다. 묘가 하나 나오는데 묘에 자란 소나무들을 중간에서 베어버려 말뚝같이 서있다-아마 자손이 뒤늦게 보고 어찌할 수 없어 나무가 죽으라고 베었나 보다. 왼쪽이 사유지인지 철사 줄 펜스가 이어진다.

 

 

오늘 산행코스를 중화지대라 한다. 길은 작은 봉우리를 오르락 내리락 힘들지 않게 나있고, 조금이라도 높은 봉은 좌 또는 우로 우회를 한다. 왼쪽에 조금 높은 봉이 서있는데 길은 중간 허리를 잡고 우측으로 우회하면서 산의 면을 3-4개 지나는 것 같다. 너덜길도 나오고...우회로가 끝날때쯤 어디선가 차소리가 들리고 길은 서서히 내려가서 묘가 나오는데서 우측으로 내려선다. 길이다 비포장 넓은 길인데 차가 다니지는 않는 시골길이다.
 

08:09 개터재

길을 건너서 산으로 조금은 급하게 오른다. GPS좌표를 확인하여 했으나 고개 양편으로 높게 치솟아 그런지 전파가 잘 잡히지 않아 앞서간 마눌을 급히 뒤 쫒아 간다. 505m봉을 내려서면서 출출한 기분을 느껴 지치기 전에 배를 채우려 찹쌀떡을 먹는다. 동쪽의 서산이 다시 보이고, 왼쪽에 동네 (윗왕실)가 보인다.

 

 

평지같이 이어지는 길가엔 둥굴레가 군락을 이뤄 새순을 돋웠고...누군가 둥굴레 씨를 뿌려 자생 시키는게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해 본다. 서서히 서서히 내려서서 오르고 또 내리고, 길가엔 언제나 붓꽃이 도열하고 가끔은 반지꽃도 나와서 있고...우측 나무 사이로 저 아래 꼬불꼬불한 포장도로가 보인다. 옛날 대관령 고갯길 처럼 꼬부라진... 그리고 나오는 길위에 만들어 놓은 동물 길.

 

09:40 윗왕실

20여m 길이 폭 3m의 동물 길은 턴널위의 길 같고, 크롬 도금한 철봉으로 양쪽 보호대를 세워, 동물이고 사람이고 이를 잡고 건느라고 한 것 같다. 양쪽 아래로 이어진 비포장 도로, 그리고 우측 길옆에 넓고 평탄한 주차장 같은 공터, 누군가 여기서 야영도 했단다. 이길은 만든지 오래된 것 같지 않다. 리본은 이 길 아래로 매달려 있는걸 보면...산으로 오름이 이어지고, 금요일 50여m 내린 비는 진달래 꽃을 즈려 뿌려 놓았고 막 피기 시작한 철죽도 아끼지 않고 흩날려 버렸다. 아- 이토록 우릴 환대해 주는 대간 길-흐뭇하다.

 

 

오르내림이 조금 심해진다. 9시 방향에 백학산, 그리고 11시 방향에 477봉, 한참을 걸어 477봉을 내려서면서 배를 채운다. 왼쪽으로 휘어져 가는 백학산 오름이 보통이 아닌 것 같아서...우측에 아침햇살에 평화롭게 비치는 배골이 보인다. 오르는 길은 더워지는 기온으로 힘겹기만 하다. 멀리서 들려오는 "홀딱벗고"-검은등 뻐꾸기란다.

가파른 오름 끝에 능선에 올랐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어 지친 기운을 다시 차리게 한다. 바람이 차거워 그런지 진달래가 아직 남아 있다.

 

10:57 백학산

두어개의 고만고만한 봉을 지나 백학산 정상에 섰다. 오늘 처음 보는 표지판 "백학산 615m" GPS는 612m를 가르킨다-그만한 오차쯤이야...물을 벌컥대고 마시면서 정신을 가다듬는데 사람 목소리가 가까워 온다. 한참을 기다려 본다, 사람이 그리워서...드디어 나타나는 3사람 대간꾼들-대전서 왔는데 윗왕실-화령재를 주행한단다. 급한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솔닢 낙엽이 미끄럽기만 하다. 나무를 잡고 스틱을 짚고, 한참을 내려서니 왼쪽에 임도가 보이고 엊그제 온 비로 얼마 되지 않지만 계곡물 소리가 시원하게 느껴진다.
  

11:25 아주 넓은 임도와 만났다. 그리고 이 임도를 따라 50여m 가서 리본을 따라 산으로 기어든다. 소파하나 비바람에 피로한 채 앉아 있는데, 깨끗하기라도 했으면 앉아 쉬련만...누가 이런 곳에 갔다 놓았을까 ?

산길은 역시 작은 오르내림의 반복이고 얕은 봉도 우회를 하여 평탄을 유지하려 애쓴다. 좌우측으로 희미한 산길 그리고 얕은 용솟음.

11:38 길리 Y자로 나타난다. 밤중이라면 이런 곳에서 알바를 할라... 왼쪽길 저 앞에 리본이 보인다. 이어지는 평탄한길...저만치 보이는 동네와 논밭, 그리고 내리막길.
 

12:07 개머리재

다시 시골길이 나왔다. 길을 건너 그늘 속에 앉아 잠시 쉰다. "어뎌뎌더" 논에서 소를 몰아 논을 가는 소리, 우드득 구드득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 백학산에서 만난 3명 꾼이 우릴 지난다.

작은 봉을 내려서니 왼쪽에 아주 큰 밭이 나오고 우측 나무 사이로는 논이 저아래 보인다. 길은 여기서 왼쪽으로 꼬부라지고, 다시 나오는 밭 사이로 지나 숲으로 들어간다. 땡ꕹ이 비치는 숲을 지나 다시 농로, 그리고 사방이 밭이다. 밭가운데 비포장 농로 4거리에서 우로 10여m가서 왼쪽으로 농로를 따라 들어간다. 이길 왼쪽은 과수원이고 우측엔 잘생긴 소나무와 묘가 있다. 더운 여름엔 이 소나무 아래 쉬면서 점심을 하면 좋겠다.

 

 

 

비온 뒤의 길엔 물이 졸졸 흐르고, 완만한 오름을 힘겹게 오르니 묘, 다시 평지 같은 길을 지나니 농로...왼쪽으로 길을 따라 100여m 오니 다른 임도와 만나고, 이 임도를 조금 가서 우측으로 산으로 든다. 힘겹게 동산을 올랐다. 점점 힘이 들고 배가 촐촐해 오는 게 점심을 먹어야할 시간인가 보다. 시원한 그늘이 지는 나무 밑 길 같은데 퍼지고 앉아 점심을 먹는다 (13:05-13:30). 집 떠나기 전 보온통에 퍼담은 밥(다 식었다), 김치, 짱아치, 새우무침, 커피, 오렌지-국만 없지 먹을 건 다 먹었다. 완만한 길을 올랐고 이어지는 긴 내리막길.

다시 나오는 밭으로-포도밭, 과수원, 휴대폰 중계기 탑 길이 보이고 길 건너편에도 이어지는 과수원 밭...

 

13:57 지기재

아침에 차로 지났던 지기재 라고 마눌 악을 쓴다. 여기 다시 올 줄 알았음 여기서 나물이나 뜯고 있을걸...차가 씽씽 지나들 간다. 차 조심을 하면서 길을 건너 포장길을 따라 걷는데 길옆에 서있는 학생이 있다. "이 고개가 뭐지요" "지기재 라고 부릅니다" 고개가 하도 많아 이곳이 개머리재 인줄만 알았는데...목적지가 예상외로 가까워 졌으니 반가운 일이다. 믿기지 않는다. 동네 아저씨가 걸어 나오기에 다시 물어 지기재임을 확인한다. 리본은 길에서 우측 불도져가 서있는 작은 길로 안내하고, 불도져 뒤엔 농가가 서있다. 양계장으로 향하던 길은 동네로 나온 것이 수줍은 듯 다시 산으로 들어가고... 남한산성에 난 갈래 길 같은 산길들을 리본을 따라 요리조리 찾아 따라가니 또 밭 가운데로 가게되고...

주민이 보면 "별 미친놈들 다 보겠네.." 할 것만 같다.

 

 

 

14:13 또 농로를 걷는다. 그리고 암릉 오름 능선을 넘어서 내리막, 시멘트 포장을 한 것 같은 암릉 길, 그리고 밭과 논. 논두렁 작업을 하는 농부, 산소 정리를 하는 가족들, 논두렁을 타고 건너편 산 숲으로 들어선다. 이제 30분만 가면 된다. 산 속에서 만나는 넓은 오솔길 (반대로 밤중에 갈 때는 길 찾기에 주의해야겠다). 그리고 나오는 오늘 마지막 고개 신의터재에 도착했다. (15:20)

 

화동택시를 불렀다-20,000원에 화동-모서-상판저수지를 거쳐 큰재에 오니 대형버스 2대가 서서 등산객을 기다리고 추풍령 방향에서 등산객이 하산을 하고 있다. 옷을 갈아입고 화동에서 시거리를 거쳐 갈령-화북-송면-증평을 거쳐 서울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