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9정맥/백두대간

백두대간 6 삼공리-남덕유산-영각사

조진대 2022. 2. 28. 17:22

덕유산 종주산행 (2002.12.22)

코스: 삼공리(02:40)-백련사-향적봉대피소(04:20) 25분 휴식-중봉-백암봉(06:35)-동엽령(07:27)-1380봉(08:05)-무룡산(09:10)-삿갓재 대피소(09:55) 15분 휴식-삿갓봉(우회)-월성치(11:40)-3거리(12:20)-남덕유산(12:40)-영각사매표소(14:40) 총12시간 (40분 휴식시간, 소피보고 과일 먹는 시간 포함)
        


몇 번이고 생각을 했다가 여러 여건으로 이행하지 못한 덕유산 종주산행을 금년에는 하기로 마음먹었다. 30-31일 이틀간 시외버스를 타고 가서 영각사에서 올라 사갓재 대피소에서 1박을 하고 향적봉을 넘어 삼공리로 와서 무주에서 시외버스로 올라오는 계획을...그러나 21일 산행이 취소되는 바람에 무박산행을 한다는 산빛산악회의 안내를 보고는 신청을 했다. 회비 3만원이라면 시외버스를 몇 번이고 갈아타는 비용보다는 고생하는 것과 비교해서 비싼 편이 아니다.

 

 

12월 21일(토) 사당역 1번 출구로 나가 한참을 기다린 후에 안양 호계동에서 남태령을 넘어오는 산악회 버스를 밤10:30 승차하고, 양재를 거쳐(거의 모든 안내산악회가 양재를 거친다) 덕유산행 깃점인 삼공리로 향한다. 잠을 자 두어야 하기에 버스가 어디를 지나건 창의 커틴을 치고 무작정 눈을 감고 졸다 말다 잠을 청한다. 자리가 불편하다-다리를 뻗을 수가 없다.

 

 

회장이 잠을 깨운다. 몇 대의 관광버스가 움직이고 있는 삼공리였다. 기온이 차지 않으므로 스카프로 머리를 감싸고, 방한모와 자켓은 배낭에 넣었다. 차에서 내려 주위를 보니 지난 1월 차를 세워두었던 식당이 저만치 보이는 식당과 매표소 중간이었다.

 

 

02:40 일행 16명이 출발하였다. 여자들이 화장실을 보는 동안 남자들은 불 꺼진 매표소를 통과했다. 누군가 닫힌 철문 중 겨우 한 사람 몸이 빠져 나갈 수 있는 공간을 통과하면서 쇠 부딪치는 소리를 냈다. 이 소리에 잠을 깬 공단의 젊은 직원이 외등을 켜고는 츄리닝 차림으로 나와서 잠을 덜 깬 표정으로 "허 이 사람들..." 한탄을 한다. "아니 국립공원은 야간산행 안 되는 거 모르세요?" 일행이 문 이쪽 저쪽에 갈라서서 공단직원 눈치만 보고 있었다. 여자들에 앞서서 좁은 문을 통과하려던 난 멈짓 서서 그 사람의 아량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서 왔는데, 어찌합니까 ?" "봐주세요" 하고 통과하니 마지못해 "다음부터는 야간산행 하지 마세요" 한다. 이렇게 해서 입장료 2,600원을 절약하는 1차 관문은 통과했다. 

 

 

달은 휘엉청 밝아 랜턴을 안 켜도 길을 걷는데 지장이 없지만, 가끔 구름이 왔다갔다하더니 이내 하늘을 덮는다, 그래도 길을 알아볼 수는 있겠다. 우측의 계곡은 요란하게 물 내려 쏟는 소리를 내고, 앞선 가이드를 따라 남자들이 선두를 서고 한참 뒤를 회장이 여자들을 이끌고 새벽 포장 길을 걷는다.

 

 

마눌과 난 천천히 뒤 처졌다. 둘 중 누구라도 걸음이 빨라지면 "천천히" 제지하면서, 저만치 가는 여자들 무리와 거리를 두었다. "종주산행은 마라톤처럼 하는 거야" 남 들으라고 마눌에게 말한다. 2개의 인월교를 지나 수없이 많은 작은 폭포와 소를 지나지만 컴컴한 밤중이라 볼 생각도, 멈추지도 않고, 송어 양식장을 지난다. 가끔은 녹지 않은 다져진 눈이 갑자기 미끄러움을 던지는 바람에 몸이 휘청댈 뿐, 콩크리트에 부딛치는 스틱 소리를 내며 일주문을 지나 백년사 아래 광장에 도착했다.

 

 

 

먼저 온 일행이 기다리며 쉬고 있다. 마눌과 난 쉬지 않고 백년사로 들어가서 새벽 불공에 방해주지 않으려고 살금살금 대웅전을 지나 우측 작은 다리를 지나 등산로로 접어들고는 가이드에게 선두를 양보하고는 (내가 선두를 서면 가이드와 서로 선두 경쟁을 하느라고 둘 다 원하지 않는 체력소모를 할까바) 쉬지 않고 침목 계단을 올랐다.

 

 

마눌이 속도를 내지 못한다-그 바람에 4번째에서 6번째로 쳐진다. 오를수록 눈이 얼어붙어 미끄럽다. 바람은 차게 불지만 런닝과 남방샤츠 속에서 땀으로 젖은 온몸은 시원스럽기만 할 뿐 아직 추위를 느끼진 못하겠다. 너무나 가파른 오름길-계단, 가이드도 가끔 앉아서 쉰다, 그러나 우린 쉬지 않고 걷는다. 향적봉 정상(1.614m)과 갈라지는 3거리에서 가이드가 대피소로 안내한다-정상은 금년 초 갔었으므로 생략한다.

 

 

04:20 취사장으로 들어가 뒤에 오는 일행을 기다리고, 선발대는 버너를 펴서 라면을 끓인다. 대피소에서 잠을 깬 사람들도 새벽 취사준비로 바쁘다. 우린 와플과 커피로 새벽을 깨우고는 도착한 회장과 가이드에게 부탁하여 먼저 출발을 했다. 향적봉은 생략하고...

 

 

쟈켓을 입고 방한모를 썻다. 쉬었다 출발하니 쌩쌩 불어대는 바람이 마냥 춥게 느껴진다. 우측의 높은 안테나가 어슴프레 보이지만 구름으로 가린 사방은 시계 50m를 넘지 못한다. 아고산대를 알리는 밋밋한 경사면을 지날 때는 바람은 더욱 쌩쌩 불어 바지를 뚫고 찬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중봉을 오르는데, 우리 일행 중 한 사람이 랜턴을 비추면서 뒤 따라 온다. "홀로 향적봉을 올랐고, 대피소에서 잠깐 졸다 보니 5시라 모두 간줄 알고 부랴부랴 달려온단다. 중봉 정상에서 왼쪽은 오수자굴를 경유하여 백련사로 되돌아가는 길이고 종주능선은 우측으로 가야 한다. 뒤따라온 그 사람은 우릴 앞질러 갔고 투명한 불빛으로 저만치 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우측 아래로 안성면의 찬란한 불빛이 가렸다 개었다 하는 새벽 안개를 뚫고 보석처럼 반짝인다. 더 우측으로는 무주시내 인 듯 한 불빛들이 가물거리고... 문명의 세계가 우리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안도감이, 왼쪽 팔다리로 얼어오는 서릿발을 녹여준다.

 

 

나무 계단으로 중봉을 내려서고, 덕유평전을 걷는다. 마눌이 말한다. "뭐가 오는 거 같은데..." 삐죽이 내민 조동아리 위로 뭔가가 떨어지고 있단다. 모자의 챙을 비켜서 차가운 서리 같은 게 왼쪽 뺨을 스친다. "난 코가 커서 그런지 코에만 뭐가 내리는데" 농담을 한다. 좁은 틈을 벌려준 산죽 사이를 걷는다. 바람을 막아주는 봉우리 측면은 아늑하고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으나, 봉우리의 영향권을 벗어나면 매서운 바람은 사정없이 눈바람을 불어 시험이라도 하는 냥 우릴 흔들어 댄다. 산죽도 바람 몰아치는 곳에선 키가 작다. 작은 나뭇가지에는 하얀 상고대가 맺혀있고, 날은 서서히 밝아와서 주위를 뚜렸이 구별할 수 있게 되었으나, 구름은 걷히지 않아 시계200m를 넘지 못하고 기대했던 구불구불한 종주능선의 장엄함을 안타깝게도 볼 수가 없게 됐다.

 

 

06:35 백암봉(1,408m)이다. 여기서 왼쪽은 지봉으로 향하며, 덕유산 능을 타고 온 백두대간이 그리로 이어진다. 우린 우측 "남덕유산" 방향으로 접어든다. 얼마 가지 않아 우측 칠연폭 및 안성으로 갈라지는 갈림길을 지나고, 삿갓재 휴게소에서 출발한다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지난다.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3명이 앞서 갔다고 전해 달라고 부탁한다.

 

 

작은 봉을 넘고 넘어 08:27 동엽령(1,320m)에 닿았다. 여기서 왼쪽으로 병곡으로 하산하는 갈림길이 있다. 다시 한참 작은 봉들을 지나니 1380m봉 을 가르키는 안내판이 서있다 (남덕유 9.1Km, 향적봉 5.8Km) 남덕유산은 향적봉에서 온 것 보다 더 많이 가야만 한다. 다리는 삐걱거리기 시작하고, 스프레이 파스를 무릎이고 엉덩이 관절이고 무차별로 뿌려댄다. 마눌이 무릎이 아프다고 하소연 한다. 그래 다시 스프레이 파스를 도포했다.

 

 

능선 우측 평평한 장소에 3사람이 있다. 텐트를 치고 잤는데, 춥지는 않았단다. 귤을 까고, 어제 오후 사 넣었던 모찌를 먹었는데, 쉬어서 못 먹겠다. 긴 오름을 오른 후에 09:10 무룡산(1,491m)에 닿았다. 향적봉 8.4Km, 남덕유산 6.4Km를 안내하니 두 산의 중간은 어느결에 훌쩍 지나왔다. 삿갓골재 2.1Km를 보니 얼마 안가 대피소를 볼 것이라고 반가운데, 그놈의 2.1km 가 짧지만은 않다. 한없는 내리막 길이 이어진다.

 

 

그리고 나타나는 건물, 아! 삿갓재 대피소다. 경사진 길을 내려서서 우측 건물 입구로 들어서려니 눈이 흩 뿌려져 있다. 누구라도 미끄러 질까바 옆에 세워진 빗자루로 눈을 쓸어내고 문을 여니 관리인이 진공 청소기로 방 청소를 하고 있고 "들어 오십시오" 반긴다. 신을 벗어야 함에 머뭇거리니 눈치를 알고 "취사장은 뒤쪽에..." 안내한다. 얼른 문을 닫고 뒤로 돌아 취사장으로 들어가니 남녀2쌍이 버너 위에 라면을 끓이고 있다. 보온상자를 열고 어제 밤 준비한 행동식을 꺼내 입에 넣으니 모두 식어 차갑기만 하다. 버너 안 지고 온 게 후회 막심하다.

 

 

이 꼴을 본 그들이 끓는 라면 국물을 한 공기 주어 행동식과 국물을 먹는다. "향적봉에서 오는 길이 어떼요 ? 아이젠을 차나 하나요 ?" 묻는 그들에게 "아니 우린 안차고 왔는데, 아이젠 체질이 아니라서..", 콜맨 버너에 대해 의견을 나눈 후 "감사합니다"를 연발하고 자리를 떳다. 그 동안에 일행이 지났을까 걱정이 된다. 길은 다시 오름이고, 한 무리의 등산객이 내려온다. "앞에 이런 마크 붙인 사람들 지나갔습니까 ?" 물으니 못 보았단다. 일행이 우리보다 앞서갔을까 걱정이 된다.

 

 

한참을 오르니 갈림길이고 왼쪽은 삿갓봉 정상으로 향하고 직진은 이 봉을 우회하는 길이다. 눈도 깔렸고, 힘도 들어오니 당연히 우회로를 택한다. 온도는 점점 상승하여 얼은 눈은 녹아 오니 미끄러움은 더해온다. 길을 멈추고 마눌은 밥을 달라고 아우성이다. 배가 고파 기운이 쏙 빠지는 게 더 이상 못 가겠단다. 차갑게 식은 행동식 이지만 굶은 거지처럼 잘도 먹는다. 사과 반쪽을 쪼개 나눈다. 너무도 미끄러워 아이젠을 찼다. 멀리서 웅성대는 사람 소리가 들리고 또 한패의 사람들이 올라온다. "이런 마크 붙인 사람들 못 보셨습니까 ?" "어느 산악회 입니까 ?" 무전기를 손에 쥔 한 사람이 묻는다. "산빛..." "못 보았는데요, 지나지 않았습니다" 자신 있게 말하지만, 일행이 우리를 앞질러 갔는지 계속 걱정이 된다.

 

 

 

눈 아래 평지가 나오고 11:40 월성치이다. 왼쪽은 황점에서 올라오는 길인데 사람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고,   한 무데기 등산객들이 광장에서 웅성거린다. 배낭 뒤에 동그란 마크를 붙였는데, 경남 어디에선가 온 사람들로서 패거리가 꽤 많다. 다시 가파르고 계속되는 오름이 이어지고, 갈림길에 왔는데 우측은 서봉과 육십령으로 가는 대간길이고, 왼쪽은 남덕유산으로 향한다. 연속되는 오름, 다리는 지쳐 무릎이며 허벅다리가 아파온다. 마눌은 다리가 안 놓여 진다고 아우성...2년 전 일본의 후지산 정상을 150여m 남겨두고 포기했던 때와 흡사하다고 고통 스러워 한다.        

 

 

이어지는 눈 깔린 오름 길, 남덕유산 300m 남았다는 안내판이 보이지만, 어떻게 300m를 오르나 걱정만 된다. 이제 부턴 아이젠 없어도 된다고 지나는 사람들이 알려준다. 앞 서거니 뒷 서거니 알찐거리는 경남 산행 패거리들...
       

 

 

영각사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에 이어 12:40 드디어 정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밟아놓은 진죽.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가 어렵다, 사람들이 많아서...

 

 

영각사 방향으로 내려간다. 흙 범벅인 아이젠을 풀러 비닐 주머니에 넣고 급경사 길을 내려간다. 철계단이 나타났다. 두어개의 좁은 계단을 내려서서 올라오는 사람들을 피해 서있는데, 17년 전 같은 회사에 근무했던 최송식을 만났다.

 

 

다시 연속되는 좁고 가파른 철계단, 앞서가던 경남패 한 사람은 계단에서 미끄러져 다칠 뻔 했다. 무릅이 아파 내려가는 길은 못 가겠다는 마눌. 나도 무릎이 아파온다. 계속 내려만 가는 가파른 길, 길...아픈 마눌의 다리로 시간이 지체된다. 일행이 먼저 갔을까 몰려오는 걱정. 계곡까지 내려오고, 매표소가 임박해 옴에 홀로 빠른 걸음으로 14:40 매표소에 왔다.

 

 

작은 차는 서있지만 버스 주차장은 더 가야 하나보다. 마눌을 기다렸다가 함께 버스 주차장으로 갔다. 버스기사와 중봉에서 우릴 앞질러간 사람이 우릴 맞는다. "모두 내려 오셨습니까 ?" 묻는 내 질문에 "네 모두 왔습니다" 답하며 식사를 권하며 "제일 먼저 오셨습니다" 한다. 

 

 

또 한 사람 젊은 사람이 있는데, 길을 잘못 들어 송계사로 일찌감치 하산하여 버스를 타고 거창까지 갔다가 버스로 왔단다. 점심을 먹고는 버스의자에 앉아 젖은 땀을 식히면서 다리를 뻗어 쉰다. 마눌은 자리에 앉아서 내릴 때 까지 꼼짝을 못했다.
       

 

한참을 기다려 1시간이 지났을까 ? 몇 사람이 내려오고, 여자 한분이 다리를 다쳐서 못 내려 온다고 하는데...잠깐 눈을 붙이고, 시간은 많이 지나 날이 어두워 지고 5시45분이 돼서 마지막 일행이 도착 됐나 보다. "전엔 이러지 않았는데, 오늘 다리가 아파 늦어 죄송합니다" 하며 60초반 아저씨 사과를 한다. 새벽에 앞장서서 가던 씩씩하기만 하던 아줌씨들은 모두 다리가 아파서 ? 늦게 도착들 했다.

 

 

12시간의 종주산행-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시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얼마나 힘들게 오래 걸려 오기 때문이다. 오늘 제일 오래 걸린 사람은 15시간 이상이었다. 17:50 버스가 출발하면서 다시 잠이 들었다. 고속도로인 것 같은데 버스는 가지를 않고 서있다. 그래도 졸립기만 해서 잠을 자다 보니 버스는 청원 IC로 나가고 동네 어느 카센타 앞에 세우고는 수리를 한다. 난 후래쉬로 수리를 돕고...그런 후 다시 출발, 고속도로를 타고 톨게이트를 지나니 밤10시이다.
       

 

오늘 몇 년만의 꿈을 이루어 기분이 좋다.

 

 

영각사방향
시외버스 안내: 서상-동서울 2:40 소요,
서상발 09:30, 14:30,
동서울 발 14:30, 21:00
예약 055-963-3745

시내버스 안내: 함양-영각사 (함양교통)
함양 발-06:30, 07:30, 09:30, 13:00, 15:30, 17:00
영각사 발-07:45, 08:55, 10:55, 14:55, 16:55, 1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