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9정맥/백두대간

백두대간 3 중재-여원재

조진대 2022. 2. 28. 16:57

백두대간 중재-여원재 (2003.6.6)

 

코스:중재(03:50)-월경산-광대치(04:55)-봉화산(06:46)-복성이재(08:25)-사치재(11:25)-매요(12:40)-고남산(15:20)-여원재(17:20)     산행거리 29.8Km      산행시간 13시간30분 (식사, 휴식, 20분 알바 포함)

 

사람: 마눌과 나

 

돈쓴거:고속도로비 곤지암-서상 8,500원, 서상-동서울 9,500원
         교통(내차로 대리운전 픽업) 여원재-중재 20,000원
         숙박 25,000원, 식사-저녁,아침도시락 2인 16,000원
         매요휴게실 맥주+상추쌈 2,000원           계 81,000원

 

6월5일 15:30 회사를 나왔다. 분당까지 온 마눌을 태우고 곤지암-중부고속도로를 타고 쉬지 않고 달려 서상IC를 나가 서하에서 우회전, 원통재를 내려서면서 3거리 버스정류장 우측에 있는 백운산장(016-815-7538)에 18:40 도착 하룻밤 신세를 진다.

 

 

4천원 짜리 식사가 맛있어 3그릇을 치웠다. 불을 끄고 누우니 논에 우는 개구리 소리 우렁차게 개골개골...03:00 기상하여 주인을 깨우니 아침밥과 반찬을 비닐봉투에 넣어준다. 03:20 봉고차를 타고 운산-중재로 가서 비포장을 덜컹거리고 올라가 등산로 입구에 03:40 내려주어 랜턴을 비추며 깜깜한 새벽길을 천천히 오른다.
       

03:50 "중치" 고개 마루에서 前週와는 반대인 남쪽 들머리로 들었다. 평탄하던 길은 잠시 가파르게 오르고 작은 봉을 옆으로 지나면서, 급경사를 오른다. 이때 뒤쪽 멀리서 무슨 소리가 "쉭-" "쉭-" 하는 새소리와 함께 주기적으로 들려왔다. 마치 군인들 새벽 구보 소리처럼 "왓" "왓" 박자가 제대로 맞는다. 마눌 "저게 무슨 소리지" 지난주 공수부대 훈련하는걸 보았기에, "군인들 고함 소리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마눌-내 뒤로 바짝 붸으며 "그게 아닌데" 잘 들어보란다. 그래서 언덕에 올라 걸음을 멈추고 들어보니 점점 박자가 빨라지고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짐승이다 아니다 옥신각신 하고 소방울을 좀더 크게 울리도록 위치를 바꾸고 자리를 떠나 언덕을 지나니 소리는 멎었다-산행 끝내고 산장주인에게 들으니 산돼지란다-산돼지는 앞 뒤 안 가리고 무작정 달려드는 놈이란다.

 

 

그러면서 길은 봉(월경산)을 우회해서 평탄하게 지나고, 다시 내려서서 다른 봉을 우회하고 평탄한 길로 들어서다 서서히 내려간다. 새들이 잠을 깨었는지 새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04:55 날이 밝아오며 광대치를 지난다. 왼쪽으로는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마눌 그제서야 실토한다. 그 이상한 소리에 겁을 먹고 힘을 주어 빨리 걸었더니 엉덩이 살이 쥐가 난다고... 길은 오름이 시작되고 하얗게 핀 찔레꽃이 우릴 반기며 손짓한다.
       

05:20 작은봉에 올라 잠시 물을 마시는 사이 멀리 동쪽 산 능선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른다. 해는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수줍은 듯 금새 구름 사이로 숨어 버리고, 우린 길을 재촉하며 내리막을 내려서고...봉을 지나면서 4거리 같은 갈림길을 지난다. 다시 봉을 오르는 급경사 길.

 일출

 

05:50 944봉에 올라 북쪽을 보니 무령고개와 백운산이 멀리 아물거린다. 이어 나타나는 긴 바위길, 조망이 좋아 그곳에 주저앉는다. 그 바위길을 지나 싸리숲으로 들어서니 얼굴이며 반팔에 나뭇가지들이 훑으며 지나친다.

멀리 백운산이

 

06:32 쌍묘가 나오고 870봉이다 좌측으로 뻗은 능선은 경상도와 전라도를 경계로 하고 지리산까지 닿는다. (백운산장 주인말씀이 이곳에서 팔랑재를 거쳐삼봉산-백운산(902)-삼정산-연하천산장으로 이어지는 이 능선이 원래 백두대간이라야 한단다) 이곳에서 앞으로 가야할 봉화산이 환히 바라다 보인다.

멀리 봉화산이
       

얼마안가 넓은 임도와 만났다. 부근은 큰 나무가 없는 초원이고...그 초원을 올라 06:46 봉화산(920m) 정상에 올랐다.
       


우측의 707봉과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15분 정도 가다가, 길은 왼쪽으로 내려서는데, 이곳이 "다리재"이다. 뻐꾸기가 외롭게 울어대니 우리마음도 괜시리 외로워진다. 그 동안 구름에 가려있던 햇빛이 나오고 날씨는 더워지기 시작한다. 배가 고파온다.


       

 

07:10 자그마한 돌 위에 자리잡고 아침식사를 한다. 산장에서 싸준 반찬이 많기에 일부는 점심용으로 남겨두고 주먹만한 밥을 먹는다.

07:25 출발하면서 내리막길이 이어지고 멋있게 꾸며놓은 "흥성장공인성지묘"를 지난다. 길은 잠시 오른 후 쭉쭉 뻗은 소나무 숲을 지난다. 하얀 찔레꽃이 예쁘게 만발해 있다. 뽕나무에 달린 까맣고 달콤한 오디를 따서 입속에 넣으니 피로가 가시는 기분이다. 이어 나오는 멍석딸기밭, 엄지 손가락만 하게 새빨갛게 익었다-오늘산행에는 뽕나무-씀바귀-고들빼기를 많이 봤다.

찔레꽃
       

08:03 잘록하게 파인 재를 지나는데, "치재"이다. 재를 지나면서 경사면은 철죽나무 군락으로 뒤덮었다. 장수군에서는 지리산 바래봉의 명성에 시샘을 했는지 이곳을 철죽 관광지로 개발한단다. 마을에서 치재 까지 도로가 연결돼 있으니 굳이 등산을 하지 않아도 철죽을 즐길 수 있겠다. 길은 계속 올라가고 봉에 이르렀다. 앞쪽 아래로는 도로가 보이고 뒤쪽의 봉화산, 앞쪽의 시리봉이 잘 보인다. 이 봉에서 철망 담이 나오는데, 철망 왼쪽을 따라 죽은 소나무 숲 속으로 내림을 계속한다.
       

08:25 복성이재 (550m)에 왔다. 이정표는 중재 12.1Km, 사치재 4.8Km를 가르킨다. 왼쪽 성리에서 복성이재 까지는 포장이 되어있고 그 이후는 비포장이다.

복성이재
          
길을 건너 숲으로 들어가는데 트럭이 들어온다. 기사에게 인사를 하고 재 안쪽의 흰 돔 건물을 물어보니 별을 보는 천문대란다. 무척 크게 자리를 잡았고, 건물 주변 나무를 잘라내고 정원처럼 가꾸어 놓았다. 왼쪽 성리마을은 흥부와 놀부가 살았던 곳으로 이와 관련된 설화들을 가지고 관광상품으로 개발한단다. 언덕 같은 봉을 넘으니 또 비포장 길을 건넌다. 또 하나의 작은 봉을 넘으니 또 비포장 길을 건느게 되는데, 우측엔 작은 광장을 만들어 놓았다.
           

08:55 길은 오름을 시작하면서 돌들이 굴러내려 너덜을 이루었고 그 위에는 차곡차곡 쌓은 "아막산성"이 나온다. 산성을 따라 가면서 돌탑도 나오고 여러 개의 봉을 오르락 내리락 한 후 09:45 781봉이 나오고 이곳에서 길은 3 갈래인데 우측으로 진행한다. 나무숲을 지나면서 팔과 얼굴을 긁으므로 토시를 꺼내 끼었다. 작은 오르내림이 반복된다.

아막산성
       

 

10:00 헬기장을 지나면서 길은 계속 내리막을 유지하다 완만해 진다. 너무 힘이 들어 5분 정도 휴식을 한 후, 비석이 서 있는 묘를 지나고 평탄한 길은 다시 내려섰다.

10:30 재를 만났는데, 왼쪽은 넓은 광장인지 밭을 했던 자리인지-이곳이 "새맥이재" 인가 보다. 길은 오름을 시작하고, 임도와 만난 후 우측 산으로 올라가는데, 앞의 마눌도 나도 깜짝 놀랬다. 저쪽에서 오는 산꾼도 깜짝 놀라고...생각지도 않은 사람을 외길에서 만났으니... 5:30 여원재를 출발했고, 샘이 어디쯤 있냐고 묻는데, 목은 쉬고, 마눌 얘기가 그분 사색이 되었단다. 헤어진 후 10초도 안돼 "아차" 하고 불러세워 물병이라도 나누어 줄려고 했는데, 대답도 없이 바람처럼 가버렸다-마음이 찜찜하다.       

 

10:50 봉 정상에 섰다. 왼쪽 아래로 지리산 휴게소가 내려다 보이고 고속도로위를 차들이 달린다. 산불이 났었는지 큰 나무는 없고 작은 나무와 풀들이 자라고 있다. 3명의 산꾼을 지나쳤다. 이들은 여원재에서 길을 헤매는 바람에 늦었단다. 다시 어린애들과 부부 등산객을 만난다. 헬기장을 내려서고, 최근 다시 산불이 났었는지 쌔까맣게 타버린 내리막길을 내려서니 고속도로인데, 사치마을로 가려고 머뭇대는 내게, 마눌-무단횡단 하잔다. 그래 뛰자-차가 뜸한 틈을 봐서 냅다 뛰어 도로를 건넜다. 도로 이쪽에도 저쪽에도 "사치재" 여원재 12.9Km, 복성이재 4.8Km라 표시한 이정표가 서 있다. 산으로 올랐다. 백운산장 주인-아마 마눌 꼴을 보고 사치재까지만 가도 다행이라 생각했었는지, 전화를 해달라고 했다.

고속도로
  

 

12:10 꾼 한 명을 만났는데 5:30 출발한 그도 여원재에서 길을 잃어 헤매다 이제야 온단다. 여원재가 어떻길래 길들을 잃는가 ? 너무도 지치고 힘들어 길에 털썩앉아 쉰다. 산 속을 한참을 걸어   12:30 "유치3거리"에 왔다. 포장도로가 가로 놓여있고, 오른쪽의 십자로를 질러 곧게 뻗어 있다. 어디로 가야할지 망설이다 우측으로 곧장 갔다. 다시 Y 갈림길에서 우측 시멘트 포장길을 들어서고, 구부정한 길을 걸어가니 우측에 교회가 보이고 저 앞에 "매요휴게실" 간판이 보인다-매요마을이다.

매요마을
       
       

12:40 매요휴게실 할머니에게 얼음 같은 맥주 한 병을 주문하고, 물병을 채운 후 도시락을 꺼내니 할머니가 상추쌈을 한바구니 내어놓아 함께 먹는다. 젊은 한 쌍을 만났다-사치재까지 가서 백운산장으로 간다기에 교통편을 약속한다. 할머니 말씀이 "아줌마 산꾼 한 명을 잠재워 주고 맥주와 밥도 주고 목욕까지 하게 했는데, 10,000원을 주고 갔다"고 "너무 싸게 받았나 ?" 한다.

붓꽃

 

13:13 휴게소옆 T자 3거리에서 우측으로 가고, 마을회관을 지나 직진을 하다 스레트 건물을 끼고 왼쪽 길로 들어선다. 지도를 앞가슴에 매달고 오는 꾼을 만난다. 언덕을 오르면서 작은 "주차금지"팻말에서 우측 산길로 접어들었다.
       

 

14:00 재를 지나고 길은 서서히 오름을 시작하고, 10분 후 좌우로 농로로 된 재를 다시 만난다. 또 3-4명의 산꾼들-오늘 산꾼들 많이 만났다. 길은 계속 오름이고 소나무 숲을 지난다.
       

 

14:46 도로와 만났다 "통한재"이다. 중계소 까지난 이 포장도로를 따라가다 우측 산으로, 다시 도로를 건너 산으로 급하게 오른다.

우측에 천문대

 

15:05 중계소 정문 앞에 섰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우측으로 포장도로를 걷다 중계소 북쪽 담을 끼고 중계소 뒤 능선으로 갔다. 헬기장 2개 와 관리초소를 지나고,

       

15:20 고남산(846m) 정상이다. 서쪽으로 길은 이어지고, 3번의 밧줄을 타고 내리는 암릉길이 이어지다가 왼쪽으로 구부러지고 급한 내리막이 된다.

고남산 조망

 

15:35 묘를 지나면서 소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우측에 암릉이 서 있고, 15:50 Y갈림길에서 우측으로 내려간다. 백운산장 주인의 전화다. 우릴 데리러 여원재에 와 있단다.-마음이 급하다.
       

 

16:33 농로와 만났다(조선일보 발행 실전 백두대간 지도에는 이 농로가 없다). 농로가에 비닐하우스가 서 있고...이 비닐하우스 우측에서 농로를 가로질러 직진해야 하는데, 난 여기가 여원재 부근인줄 알았고 너무 지쳐있어 여원재 이길 바랬다. 농로 왼쪽을 따라 한참을 가도 여원재는 안나오고 장동 저수지까지 와도 이상해서 매요휴게소에서 만난 젊은 한 쌍에게 전화를 했더니 내가 길을 잘못 들었단다.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대간길을 찾았다-20분간 알바를 했다-드디어 나도 했다.

 

 

마음을 다잡고 얕은 산으로 들어가서 묘에서 만나는 임도 왼쪽으로 가다 리본을 따라 숲으로 들고, 나오는 시멘트 포장길을 가로질러, 밭을 지나고 동네길을 가로 질러 소나무가 띠엄 띠엄 서있는 숲으로 들어가니, 백운산장 주인이 저 만치서 걸어오며 우릴 부르고 있다.

17:20 여원재에 도착 하여 오늘의 산행을 마감한다.
       

 

산장 주인이 내 차를 운전해 왔고, 산장으로 가는 중간에 있는 지리산IC에서 그 젊은이들을 태우고 산장을 거쳐 18:05 출발, 집에 오니 22:00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