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9정맥/백두대간

백두대간 4 중재-육십령

조진대 2022. 2. 28. 17:15

백두대간 중재-육십령 (2003.6.1)

 

코스: 중재(06:55)-백운산(09:09)-영취산(10:40)-암릉정상(11:40)-고개(12:45)-북바위(13:45)-민령(14:13)-깃대봉(14:43)-육십령(15:40) 계 8시간45분 (휴식 포함)

 

사람: 마눌과 나

 

돈쓴거:고속도로비 서울-장수 10,000원, 장수-동서울 9,300원

택시 육십령-중재 25,000원 계44,300원

 

요즘 철이 철인지라, 결혼식 축의금이 솔솔치 않게 나가므로 인해 가정 재정이 파탄지경인지 새벽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우동 한 그릇도 못 얻어먹게 생겼다. 고속도로비도 쓰지 않게 국도로 가잔다. 좀더 있으면 기름 값도 없으니 걸어서 가라 할 판이다. 어떤 여자 둘은 51일동안 대간 종주 했다는데, 한 일주일 회사에 휴가를 얻어 산에서 내려오지 말고 텐트지고 대간 종주 마무리 하는 게 어떻냐고 마눌 은근히 압력을 가한다. 

 

 

좌우간, 02시 집을 떠나 경부 옥산 휴게소에서 기름을 보충하고, 인삼랜드도 쉬지 않고 장수IC로 나갔다. 19번 국도와 만나 우측으로 가다 느낌이 이상해서 되돌려 반대로 간다. 고속도로 입구를 지나 한참을 가다 또 기분이 이상해서 지나는 농부에게 물으니 서상은 반대방향 이란다.-고속도로 나와서 우측으로 가야한다. 장계 들어서면서 우측으로, 몇 백미터 가서 또 우측으로 꺾으면 거창 가는 26번 도로이다.

 

 

05:30 육십령 고개 마루에 있는 휴게소에 도착하여 주차를 하고 서상택시 (011-816-2257)에 전화, 5:50까지 약속을 하고 아침 도시락을 먹는다. 택시기사 말씀이 육십령 어느 휴게소냐고.."육각정자가 있습니까 ?" 묻는다. 시간이 좀 남아 육십령을 둘러본다. 아닌게 아니라 고개 너머에도 규모는 작지만 휴게소가 또 있다.

육십령 광장

 

육십령 돌비석 옆 안내판-이곳은 안의에서 60리, 장수에서 60리이고, 고개 구비구비가 60개이며, 옛날에는 산적이 출몰하여 아래 주막에서 기다리다 60명이 모이면 그제서야 죽창이나 몽둥이로 무장을 하고 떼로 고개를 넘었다 하여 60령이라 이름 붙혀 졌단다. 대진 고속도로가 생긴 이래 이 고개는 이화령 고개처럼 한산하게 변해 버렸다. 휴게소 식당은 아직 열지 않았다.

 

 

약속시간 조금 지나 도착한 기사분이 야생화에 취미를 가져 때죽나무가 어떻고 쪽동백이 어쩌고 야그를 하며, 서상을 거쳐 송계에서 우회전 하여 계관산 (1,251m)자락을 지나 원통재를 넘고, 항초에서 좁은 포장도로를 타고 중기마을로 들어갔다. 대여섯명의 공수부대원들이 훈련을 하는지 배낭을 메고 우측 산으로 들어간다. 중기마을에서 중재쪽으로 비포장을 조금 가서 06:33 차를 내려서는 농로 같은 길을 따라 걸어 올라갔다.

 

 

엊그제 온 비로 물 인심이 좋아 양옆 개울에서는 물 흐르는 소리가 요란스럽다. 길가엔 찔레꽃과 산죽이 널려있고, 한참을 가니 넓은 길이 왼쪽으로 신설돼 있지만 우린 리본을 따라 곧장 직진을 한다. 고개마루 조금 전 왼쪽 공터에 서울차 한 대 서있고 텐트를 쳤는데 서너명의 남녀가 서성거린다. "안녕하세요 ? 어디로 가실 껍니까 ?" 그들은 우리와 반대방향이다. 조금 더 걸어 중재고재마루 (높이 650m)에 서니 이정표가 이쁘게 서있다. 영취산 8.2Km 복성이재 12.1Km를 가르킨다.

중재

 

06:55 중재를 출발하였다. 완만하게 가던 길은 잠시 가파르게 올려 채더니 곧 695m에 올랐고 뒤쪽의 월경산 (982m)이 가까이 보인다. 그쪽은 다음 번에 할 것이니 그때 신경 쓰기로 하고 앞만 바라보고 걷는다. 길은 왼쪽으로 약간 틀어 내리고 오름을 가볍게 반복한다. 나무는 매우 우거져서 태초의 원시림을 걷는 기분인데, 혹시 "진드기라도" 달려들지 않을까 반팔 차림의 난 신경이 곤두선다. "홀딱벗고"는 어김없이 나타나 우릴 반겼고 산행 내내 서로 다른 새로 임무교대를 해 가면서 까지 "홀딱벗고" "홀딱벗고" 울어대었다.

월경산

 

10시 방향에 우람한 산 하나 건너다 보이는데 지도를 보니 장안산 (1,237m)이다. 그 산은 무령고개에서 영취산으로 연결되기까지 우리와의 사이에 넒은 계곡을 사이에 두고 함께 갔다. 어디가 중고개재 인지 분간이 안되고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한참을 가니 배가 조금 출출해 온다.

 

08:40 첫 번째 휴식을 취하며 물을 조금 마신다. 길은 오르막이다. 어제 산행을 하지 않아 다리 상태는 좋은데도 오르막이 힘에 겨워온다. 토요일 산엘 가야 힘이 덜 드는 건지 안가야 덜 드는 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오름이 평탄한 길로 바뀌고 우측 끝봉에서 오는 길과 만나는 3거리(묘가 하나 있다)를 지나 평평한 길을 몇 발자욱 가니 헬기장에 붙어있는 백운산 정상 (1,279m)이다 (09:09).

백운산

 

우측은 원통재(5.7Km), 대간길은 왼쪽을 가르킨다. 정상은 나무가 둘러쳐저 조망을 할 수가 없다. 정상 표지판에서 증명사진을 찍고는 걸음을 계속한다. 몇10m 조금 급한 내리막 이후 거의 평탄한 길로 이어진다. 산죽이 키를 넘고, "이거 산죽 잎에서 벌레라도 겨드랑이 사이로 들어오면 어쩌지" 걱정을 하며 스틱으로 산죽잎을 옆으로 제끼면서 진행한다. 암릉에 올라서니 내려온 백운산이 올려다 보이고 깃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마루금이 한눈에 내다보인다. 장안산과 만나는 저만치 정자있는 곳이 무령고개이고 그 우측이 영취산이렸다. 배가 고파 계란을 까먹고 일어선다. 1066봉을 지나는데 남녀 2쌍이 지난다. "안녕 하세요 ? 어디서 오십니까 ?" 그들은 무령고개에서 출발했고 백운산까지 간단다. 잠시 후 부자를 만났다. 그들도 무령고개에서 출발했단다. 길은 조금 오르더니 정상인 듯 보이는 동그란 공터에 올랐다. 여기가 영취산인가 ? 그러나 표지판이 없다. 

 

 

10:30 선바위고개 3거리에 왔다. 왼쪽은 무령고개 700m, 영취산 400m, 백운산 3.2Km를 가르킨다. 이곳 오기 전 왼쪽으로 커다란 바위하나 서있는걸 나무사이로 잠간 보았다. 그 바위로 인해 이름이 붙혀 진 모양이다. 선바위는 참 많기도 하다. 내가 아는 것만 해도 도락산, 악휘봉 밑에도 있으니...백운산이란 이름이 많듯이...백운산 중에서 이곳 백운산이 가장 높다. 급한 경사를 오르고 난 후 평평한 길을 가서

 

10:40 영취산 (1,040m)에 올랐다. 깃대봉 7.5Km, 백운산 3.8Km를 가르키고 표지판 위에는 모 고교 동문산악회에서 0.5리터 물병을 올려놓았는데, 아무래도 상한 것 같아 열지를 못했다. 왼쪽으로 많은 리본이 매달려 있지만 그쪽은 무령고개로 내려가는 길이고 대간길은 직진이다. 잠시 내려서는 길에 나무에서 와글와글 소리가 난다. 사람 두세길 되는 높이에 조그만 구멍하나 뚫고 딱따구리가 그곳에 새끼를 부화했나 보다. 우리가 지나니까 밥 달라고 와글대는 소리다. 배낭2개 길가에 내려놓고 나물뜯는 사람들은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었는데, 조금 가니 여자 한 분 잠시 뒤 남자두분 손에 손에 취나물을 들고 나온다.

영취산에서 보는 백운산

백운산

 

백운산을 내려와서 깃대봉 까지는 능선으로 이어지며 그다지 높지 않은 봉들을 가볍게 오르내리는 길이 길게 이어진다. 가끔씩 나타나는 암봉들은 넓은 조망을 주어 좋다. 작년 큰비로 사태가 났는지, 길 한쪽이 쓸려 나갔고, 그 덕분에 왼쪽 무령고개로 닿는 도로와 정자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오늘 코스에는 구간마다 다른 나무들의 군락을 이루어서, 이번에는 산죽과 떡갈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우측이 절벽 같은 암봉이 보이더니 조금 급한 그 봉을 힘겹게 올랐다.


 

11:40 암봉의 꼭대기인데, 시야를 가리는 나무가 없어 조망이 좋다. 영취산과 백운산, 장안산, 계관산과 서래봉, 반대편으론 깃대봉과 멀리 남덕유산 및 서봉, 동쪽으로 덕운봉이 가깝게 있다.

능선길에서 우측 아래 고속도로와 서상IC의 둥그런 진출입로가 보인다.

12:07 또다른 암릉에 올랐고, 이 봉에서 깃대봉과 남덕유로 이어지는 대간 마루금이 한눈에 보인다. 안부까지 내려왔다. 그곳 나무에 물50m라고 쓴 종이가 붙어있다. 우리야 항상 필요한 물을 지고 다니지만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해 얼마나 긴요한 안내인가. 고마움을 느낀다. 이곳에서 우측으로 하산하면 옥산이 나온다.

 

12:45 고개에 닿았다. 육십령 6.5Km, 영취산 6.5Km, 좌측 논개 생가 2Km, 우측 옥산리 3.5Km를 가르킨다.

13:00-12:25 길가 시원한 그늘을 잡아 자리를 깔고 등산화와 양말까지 벗고 앉아 점심을 한다. 오렌지로 디저트를 하고...자리를 접고 막 출발하는데, 등산객 한 명 우리를 앞질러 간다. "안녕하세요"를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대답도 안하고...

그리고 잠시 후 4명의 등산꾼이 오고 있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했다. 육십령에서 09:40 출발 한 후 나물을 뜯으며 천천히 왔단다.

 

 

13:45 북바위에 왔다. 왼쪽 한쪽으로 큼지막한 바위가 서있어 그 위에서 보는 전망이 좋다. 그 아래는 낭떨어지. 이곳에서 육십령이 6Km이다.

 

14:13 민령이다. 생김이 좀 이상하다. 논두렁도 아니고, 군대 공격진지 같기도 하고, 큰 나무는 별로 없고 목초지 같은 곳에 작은 나무들이 간간이 서 있다. 저 위 하나 서있는 나무그늘아래 아까 그 산꾼이 서서 쉬다가 우릴 보고는 출발한다. "젠장 혼자그리 씩씩대고 가면 무슨 재미람...우리와 애기라도 하면서 가면 좋을텐데..."속으로 나무라며 햇빛 따갑게 내려쏟는 오르막길을 오른다. 오늘 상당히 무더운 날인가 보다.

 

14:20 철탑을 지난다. 이 오름만 끝나면 깃대봉이고, 이제 더 이상 오름이 없으렷다. 그러면 오늘 산행도 끝이다. 봉에 올랐는데, 어디서나 그렇듯이 저 뒤로 두어개 봉이 또 기다린다. 너무나 지치고 힘들다.

 

14:43 깃대봉(1,014.8m) 정상이다. 육십령 2.5Km를 가르킨다. 길은 왼쪽으로 "작은 깃대봉"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우측으로 꺽여져 간다. (작은 깃대봉을 가기 전 우측 질러가는 길 있음). 뻐꾸기와 "홀딱벗고"가 마지막 작별인사를 한다. 길은 내려꽂히는가 싶더니 곧 평탄하게 바뀌고.

깃대봉

조망-남덕유산

 

14:55 샘터에 닿았다. 비온 뒤끝이라 파이프에선 콸콸 물이 풍부하게 쏟아진다. 물맛이 냉장고 물처럼 차고 좋다. 완만한 내리막길, 눈앞에 봉이 보인다. "아이고 저길 올라야 하나 ?" 걱정을 하고 가는데, 다행히도 왼쪽으로 돌아 평탄하게 이어진다. 돌고 돌아오면서 보니 또 봉이 나온다. 대간 길은 이것도 선심 쓰듯 왼쪽으로 평평하게 돌아간다. 급경사가 시작되고 15:40 육십령에 도착하였다.

육십령에

 

국수가 맛있다는데, 점심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식욕이 없다. 옷을 갈아입고 등산화를 벗고는 맨발로 차를 몰고 육십령을 출발(15:50)하여 장수 IC-중부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중부고속도로를 타고 막힘 없이 집에 오니 19:30이다.

고속도로를 왕래하면서 느끼는 건 확실히 경제가 어려워 졌다. 전에 같으면 화물 실은 트럭이 저속으로 흐름을 방해했는데, 막힘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