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9정맥/백두대간

백두대간 5 육십령-남덕유산-영각사

조진대 2022. 2. 28. 17:20

백두대간 육십령-남덕유산-영각사 (2003.8.30)

 

 

산행: 육십령(08:55)-할미봉(09:53)-서봉(12:30)-남덕유산(13:25)-영각사(15:30)

12.25Km (이정표) 산행시간 6시간35분

 

나외 3인

 

택시(영각사-육십령) 10,000원

 

 

주말에 또 비가 온단다. 금년 여름은 맘놓고 대간 계획 잡기가 어렵다. 이런 날은 장시간 산행은 고생을 불러오기에 보충수업을 받기로 한다.

 

토요일 새벽 5시, 서울을 떠나 부슬비 내리는 고속도로를 타고 금산 인삼랜드 휴게소 들러 아침을 먹고, 서상택시에 전화 해서 영각사-육십령을 부탁한다. 서상IC를 나와 서상을 거쳐 육십령 가는 길과 갈라져 영각사 쪽으로 들어갔다. 전에 버스를 타고 나오긴 했지만 초행이나 마찬가지라 갈라지는 길만 나오면 신경을 곤두세운다.

 

포장길이 끝나는 지점 왼쪽에 쇠사슬로 막아놓은 영각사가 나오고 그 직전에 주차장으로 보이는 공터가 있어 차를 세우니 곧 택시가 도착, 왔던 길을 되돌아 나와 육십령으로 왔다.

 

 

육십령
08:55 육각정자 밑에서 雨裝을 차리고 고개마루에서 육십령의 내력을 읽은 후 길을 건너서 서상쪽으로 절개지가 끝나는 지점의 이정표 왼쪽으로 리본을 따라 산행 들머리에 든다.
능선 우측에는 돌깨는 공사장이 있어 우측의 산 능선 일부를 잘라낸 자욱이 허옇게 드러나 있다. 대형 트럭 소리도 요란하고 주변 공기도 기침이 나오도록 탁하다. 길은 계속해서 오르막이다.

 

 

09:30 작은봉에 올랐다 (119관리 11-03번). 이후 내리막, 그리고 5분여 오른 후 헬기장에 왔고 다시 길은 내리막 오르막을 반복하면서도 계속 상승세이다. 등산화는 앞꿈치 부터 축축해 온다.

 

 

09:53 할미봉(1,026m) 정상에 도착했다. 조망 안내판은 작업중이라 붙여 놓았고, 사방이 구름 속이라 보이는 건 이따금 열어지는 구름 사이로 조산 마을 정도. 할미봉에서 내려서는 길은 비에 젖은 완전 유격코스이다. 스틱을 아래로 먼저 던지고 바위 홀드를 잡고 줄을 잡고 내려선다. 다음에 나오는 암봉은 우회하고... 비는 멎었나 보다, 나무에서 이따금 떨어지는 물방울은 맞을만 하기에 우의를 벗었다. 작은 봉을 몇 개 지나면서 이따금 비상하는 구름 사이로 교육원 건물과 운동장이 내려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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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7 교육원3거리이다. 이정표는 육십령 5.22Km, 서봉 2.13Km 서봉과 남덕유산 사이는 1.5Km를 가르킨다. 이후 길은 확 넓어져 바지가랭이를 물로 적시지 않아도 되겠다. 10분여 오름 끝에 헬기장에 닿고 길은 계속 오르막이다. 구름이 잠시 열려 우리가 온 능선이 내려다보인다.

 

 

11:35 암봉에서 내려서는데 비에 젖은 바위는 상당히 위험하다. 나무를 잡으면 빗물이 화다닥 쏟아지고, 바람은 세차게 불어오면서 안개비는 점점 가는비로 변해 바람에 날린다. 다시 판초를 뒤집어쓴다. 배도 고프다. 비가 오니 어디 자릴잡고 앉아 식사를 할수도 없고, 비상식량을 먹는다-바나나, 치즈, 연양갱, 와플...오늘따라 미싯가루나 계란은 왜 안 가져 왔을까 ?

 

 

12:30 서봉(장수덕유 1,492m)에 올랐다. 여기에는 남덕유산이 2Km라고 표시했다. 이정표를 세울 때마다 측정 거리가 달라지는 모양이다. 서봉에서 부터는 내리막길과 평탄한길이 이어진다. 군데군데 물이 고인 길의 옆구리를 발과 스틱으로 터주어 고인 물이 흘러 내려가게 한다. 그렇게 물이 빠지면 후답자들이 마른땅을 즈려 밟으시라고...

 

 

남덕유-동엽령-서봉 갈림길 3거리에 왔다. 비는 다시 멈추어 판쵸를 벗어 배낭에 넣었다. 여기서 남덕유산은 300m란다. 물이 들어차 등산화는 보트처럼 철썩대고, 힘겹게 오르는 길을 스틱에 의존해서 한참을 오니 정상은 100m남았단다.
그리고 나오는 영각사로 가는 이정표에서 마지막 걸음을 오른다.

 

 

13:25 남덕유산(1,507m)에 올랐다. 사방은 구름으로 가려 아무것도 볼수가 없다. 단지 여기가 산 정상이라는 것밖에는... 그렇게도 붐비던 인파는 없고 고요만 감돌뿐...외롭다. 영각사는 3.4Km란다. 영각사 방향으로 하산을 한다. 

 

점심시간이 이미 지났기에 바람이 안부는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면서 계단 같은 내리막을 지나서 바위와 나무가 서있는 아늑한 길 가운데에 자리를 잡았다. 물 말아 후딱 점심을 치우니 조금 살 것 같다. 철계단이 시작되는 봉이 보이고, 철사다리와 구름다리를 설치했던 콘크리트 구조물이 이쪽과 뿌연 구름사이 저쪽에도 보인다. 

 

5개의 철 계단을 차례로 내려오고 옷마무새를 하는동안 계단을 밟고 올라오는 인적이 들린다. 오늘 처음 보는 사람들이라 너무도 반갑다. 다섯명의 사람들...삿갓재 대피소에서 1박을 할 예정이란다. 이어 나오는 3개의 철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지난 겨울 줄을 이어 내리고 오르던 사람들 생각이 난다.

 

 

길은 갑자기 우측으로 90도 꺾여져서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한없는 내리막, 개울과 같이 가는 돌길...다리-내리막, 그리고 나오는 마지막 같아 보이는 다리에서 등산화의 흙과 바지 가랭이 흙을 닦아낸다. 다시 비가 후두득 거려 판쵸를 뒤집어쓴다.

 

좁은 철난간을 지나서 조금 내려오니 건물의 지붕이 보이고, 15:30 영각사 매표소에 왔다. 이렇게 비오는 날 근무는 왜할까 ? 인건비도 안나오게...(쓸 때 없는 걱정)

 

 

누런 종이로 감싸준 콜프공만큼 열린 배밭을 지나 영각사 주차장에 왔다. 젖은옷을 갈아입고 차를 몰아 서상IC로 들어가서 비오는 고속도로를 달리고 달려 서울로, 집에오니 21:30이 되었다.
앓던이가 빠진 것처럼 시원하게 보충수업을 마쳤다. 내일 새벽엔 군자산을 향해 출발해야 한다.
디카를 징발 당해 사진은 하나도 못 찍었다.